김 다 혜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 농업연구사

 

 

반려동물은 사람이 양육하고 보호해 줘야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사람이 반려동물에 애착을 느껴 정서적 안정감을 얻고 우울함을 극복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는 사람과 반려동물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려인들은 가족과 함께 소중한 반려견이 건강하게 오래 곁에서 함께 살아주길 바라고 있으며, 이러한 바람은 자연스레 반려동물의 건강과 장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이 노년기로 갈수록 아픈 곳이 많아지듯 반려동물도 노령기에 접어들면 질병에 걸리기 쉽다. 반려동물에서도 종양이 발생하는데 암세포는 영악하게 면역체계를 속이며 은밀하게 성장하면서 반려동물의 몸을 잠식한다. 반려견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암인 악성림프종은 혈액암으로 분류되며, 혈액암 특성상 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악성림프종은 저분화형, 고분화형, B세포성, T세포성 등 종류가 다양하고 다른 질병에 비해서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며 치사율이 높다. 또한 발병 원인 역시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수의학계에서는 난치성 질병으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초기단계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혈액 검사나 엑스레이 검사로 암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다. 신체적인 변화가 찾아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에는 이미 암이 한참 진행된 경우가 많다. 암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CT, MRI 등 정밀검사가 필요하며, 정확한 진단 및 치료방법 결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또한 악성림프종으로 판명되었을 경우 항암치료나 수술 등을 통해 치료를 하게 되는데 많은 치료 비용은 고스란히 보호자의 몫이 되므로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질병들을 좀 더 간단한 방법으로 진단하고 조기에 병을 발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질병에 대한 진단기술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암의 경우에는 발생하는 위치나 진행도에 상관없이 암세포가 메틸화된 DNA를 혈액으로 방출한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하여 체액을 통해 암을 검사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개의 혈액을 이용하여 림프종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는 림프종에 대한 면역반응과 바이러스 방어 작용 조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되는 8개의 후보유전자들을 선발하였다. 또한 이들 후보유전자와 상호작용하는 표적유전자도 동정하였다. 본 연구에서 선발된 후보유전자에 대한 기능 검증 등 추가 연구를 통해 반려견 림프종의 조기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질병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알게 되었다. 반려동물의 질병치료에서도 마찬가지다. 혈액 혹은 체액을 이용하여 다양한 질병의 발생유무나 종류를 조기에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술은 반려견의 복지 증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질병 조기진단 연구의 활성화를 통해 사람의 동반자인 반려견의 건강 수명이 늘어나고 더불어 반려인들의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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