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야당 대표까지 기를 세우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찬반론이 점입가경이다. 시장격리 의무화, 생산조정제 등을 담은 양곡법 개정안을 두고, 자극적이고 혐오스런 명칭들이 공방을 벌인다. ‘이재명 방탄법’ ‘양곡공산화법’ ‘극단적 포퓰리즘 폭주’ ‘쌀매입의무화법’ ‘쌀값 정상화법’ ‘쌀값 안정화법’ ‘식량 보호법’….


그러나 농민들은 이런 상황에 이질감을 느낀다. 쌀 매입을 의무화하자는 얘기도, 농업 재정이 투자된다는 지적도, 쌀 가격 보장 효과가 있다는 제도 도입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농민들은 달갑지 않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정쟁으로 붙는 모습이 어긋나 보인다. 우선 당정이나 야당, 어느쪽도 현재의 산지쌀값을 시급하게 회복시켜야 한다는 절실함을 얘기하지 않고 있어서 답답하다. 자동시장격리제나 생산조정제는 중장기적 대안이지, 전년도에 비해 2만원이상 떨어진 쌀값에 대해, 눈에 띠게 급감한 농업소득에 대해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45만톤 시장격리해서 창고에 가둬 둔 정부미는 산지쌀값이 이상기류를 보일 경우, 언제든지 시장에 방출될 수 있는 잠재적 ‘쌀값 낮추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농민 입장에선 날선 칼같다.


여기에다 양곡법 개정안 주요내용인 5%이상 쌀값이 떨어질 때 발동한다는 시장격리 조치는, 치솟는 농업생산비와 거리가 멀다. 생산비와 상관없이 지금 가격 이하로 떨어졌을 때 서야 적용되는,‘언발에 오줌누기’식 제도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요구는,‘식량안보를 지킬테니, 생산비 걱정 안하고 농사짓게 해달라’는 내용 하나 뿐이다. 농사짓는 ‘기본값’ 을 보장해달라는 얘기다. 야당이 주장한 자동시장격리제를 요구 한 바 없고, 대통령이 말했듯이 ‘부작용’ 도 야기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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