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정 재  수의사(한국히프라)

 

 

날씨의 변화가 점점 심해지며 여름이 길어지고, 환절기의 날씨 변화는 더욱 급격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장에서는 무더위 속에서 돼지들의 증체가 지연되고, 환절기에는 호흡기 증상에 의한 폐사가 증가하고 있어 관리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자연환경은 기존 시설을 이용한 관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게다가 시설의 변경은 쉽게 결정하거나 실행할 수 없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설 관리 외에, 좀 더 손쉽게 호흡기 관리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많은 농장에서 간과하고 있는 비진행성 위축성 비염의 관리이다. 비진행성 위축성 비염 예방으로 호흡기 2차 감염과 자돈 폐사율을 줄이고 나아가 증체량까지 개선할 수 있다. 


땅을 파헤치는 습성이 있는 돼지에게는 호흡기의 일차 필터인 비갑개의 역할이 중요하다. 만약 비갑개에 손상이 있다면 쉽게 호흡기를 통해 병원체에 감염된다. 자돈의 비진행성 위축성 비염이 있는 개체는 다발성 장막염의 원인균들(글래서씨병균, 연쇄상구균, 마이코플라즈마 하이오라이니스균 등)에 복합감염 되는 비율이 80% 이상이 된다. 이는 흔히 알려진 PRRS(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 PCV2(돼지써코바이러스), 유행성폐렴과 더불어 PRDC(돼지호흡기질병 복합감염증)의 원인이 된다. 


비진행성 위축성 비염에서 PRDC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농장에서 지속적인 호흡기 증상과 증체량 저하가 보이고 나아가 폐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 농장에 위축성 비염 문제는 없을까? 건강한 돼지 코에는 정중앙에 비중격과 4개의 비갑개가 있어 효과적으로 외부 병원체를 여과하고 방어하고 있다. 그러나 자돈의 AR인 비진행성 위축성 비염의 원인인 보데텔라균(Bordetella bronchiseptica)에 감염된 자돈은 비갑개가 30일령에서 소실되어 70일령 전후로 다시 회복된다. 


이 사이에 손상된 비갑개에 의해 외부 병원체를 걸러낼 수 있는 기능이 사리지고 호흡기 감염에 취약해지지만, 비진행성 위축성 비염의 경우 자돈 구간 이후 비갑개 병변이 회복되기 때문에 외관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무심코 지나칠 수 있다. 


과거 코가 휘는 외관으로 확인이 가능했던 비육돈의 AR(진행성 위축성 비염)과 달리 확인이 어려운 문제가 실재하는 것이다. 소실된 비갑개로 인해 돼지는 흡입되는 공기의 온도 조절, 외부 물질 방어 기능을 잃게 된다. 


이런 비진행성 위축성 비염은 백신으로 효과적으로 예방해 관리할 수 있다. 백신을 모돈에 접종한 후 초유를 통해 자돈에게 면역력을 전달해 비진행성 위축성 비염이 호발하는 4~10주령 시기를 방어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모돈의 백신 접종으로 면역력을 갖춘 자돈들과 그렇지 않은 자돈들의 비갑개를 비교해 보면 비갑개 손상의 정도가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갑개 손상이 적은 건강한 비갑개는 공기 필터 역할을 수행하고 자돈들의 호흡기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환절기 반복적인 호흡기 감염으로 고민이 많은 농가라면 비진행성 위축성 비염을 확인해 보기를 권장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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