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는 품목전환을 희망하는 농촌지도자 회원과 청년농업인, 귀농인에게 필요한 영농 기술 보급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영농현장에서 체득한 우수 농업기술을 보유한 ‘농업기술명장’ 63인을 선정 발표했다. 
‘농업인신문’은 ‘명장의 농사비법’ 연재를 통해 63명의 농업기술명장들이 보유한 농업기술을 소개한다

“평생 써온 ‘영농일지’ 에서 농사 비법 찾았습니다!”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에서 36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원연호 명장(60세)은 전국적으로 소문난 옥수수 전문가다. 2019년 제24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옥수수 작부 체계 개선에 의한 농가소득 200% 증대’와‘SNS 직거래 활성화’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고 농식품부 장관 표창, 강원도지사 표창 등 농업인이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섭렵했다.

원 명장이 조직한‘흥양찰옥수수작목반’의 성공담은 KBS 등 방송국에서 여러차례 방영됐다. 간식용 풋옥수수 중에서도 특히‘찰옥수수재배’에 관해 독보적인 영농기술을 주변 농가에게 전파하기 위해 만든‘원주시 찰옥수수연합회’회장을 현재까지 역임하고 있고, 한국정보화농업인중앙연합회 수석부회장과 한국농촌지도자 원주시연합회 사무국장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영농일지’ 통해 옥수수 전업농의 꿈을 이루다

1986년 24살 나이에 아버지를 도와 농사일을 경험했던 원연호명장은 1996년부터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내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2년 후인 1998년에‘옥수수 전업농’을 선언했다. 당시만 해도 강원도 농사꾼 대부분이 옥수수 농사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고 생각하던 때라서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이미 10년 전부터‘영농일지’를 꼼꼼히 작성해왔던 원 명장은 내 농사를 지으면서 직접 파악한 옥수수의 생육 특성과 도로변에서 직접 옥수수를 쪄서 팔면서 작성했던 기록들을 통해‘맛’을 중요시하는 소비자의 변화를 남들보다 먼저 알아챘다. 남보다 맛있는 옥수수를 생산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직거래 유통망을 구축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 옥수수 전업농의 길을 과감히 선택했다. 

 

맛과 직거래, 생산비 절감 노력 속에 탄생한 ‘농사비법’

2017년 말, 농촌진흥청이 농산물 소득조사 40주년을 맞아 개최한‘2017 농산업 경영혁신대회’에서 우수 농가 대표로 선정된 원연호 명장은 옥수수 농사를 통해 36%의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종자값, 농자재값, 농기계 감가상각비는 물론 자신과 아내의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을 빼고도 36%의 수익을 남겼다. 


원 명장의 발표는 행사를 주최한 농촌진흥청의 검증을 거친터라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원 명장이 옥수수 농사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수 있는 것은 철저한 원가관리와 맛있는 옥수수를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영농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꼼꼼히 기록한 영농일지를 분석해 품 하나라도 줄일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면 몇 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최초의 옥수수 2모작 체계 도입’부터‘포트육묘법’개발,‘화학비료와 추비없는 재배법’정립,‘한 고랑 비워두기’등 원연호 명장이 처음 개발한 수많은‘찰옥수수 농사비법’들은 모두 이런 과정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원연호 명장의 농사비법 


1) 밭 만들기   
친환경 유기농 옥수수 재배를 위해 매년 300평 당 2년 이상 묵힌 우분 퇴비 8톤을 본밭에 살포한다. 부족한 영양 보충을 위해 유박비료 120㎏를 추가 살포하고 로터리 작업을 한다. 밑거름은‘품종 특성과 재배 방법-판매’를 한 틀로 보고 적정 시비량을 미리 계산해 살포한다. 간식용 풋옥수수(미흙찰 옥수수)를 재배하는 원 명장은‘소비자가 선호하는 맛’을 유지하기 위해 오랬동안 옥수수의 생장 과정을 분석하여 자신만의‘시비법’을 정립했다. 별도의 비용과 노동력이 필요한‘추비’를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남지도 않는‘적정량’을 찾는게 중요하다. 토양 특성에 맞춰 적정량의 밑거름을 살포하면 연작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도 입증했다. 

2) 포트 육묘판 띄우기   
포트 육묘법의 핵심은 트레이포트(128구)를 바닥에서 12㎝ 띄우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발상의 전환으로 찾은 비법이다. 옥수수 육묘 시 포트를 띄우면 모종이 자라면서 땅바닥으로 뿌리내리는 것을 막아 준다. 모판을 뗄 때 뿌리가 손상되지 않아 초기생육에 유리하고 작업시간도 단축돼 1석2조의 효과가 있다. 

 

3) 곁가지는 제거, 곁순은 그대로   
옥수수 재배 시 곁가지와 곁이삭(곁순)이 양분을 빼앗기기 때문에 따줘야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원 명장은 곁가지와 곁순을 따줄 경우 오히려 수확하는 옥수수 1개의 알곡수가 줄어드는 것을 강원도 옥수수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 명장은 초기에 발생하는 곁가지는 꼭 제거한다. 곁가지를 제거하지 않을 경우 줄기가 고랑까지 늘어져 옥수수를 수확할 때 노동력이 더 들기 때문이다. 

4)  상품성 높이는 ‘한 고랑 비우기’   
원 명장은 300평이 넘는 밭의 경우 옥수수를 심은 이랑 길이가 50m를 넘기면 한 고랑을 비운다. 처음에는 옥수수 수확용 통로를 만들기 위해 한 고랑을 비웠었는데,‘영농일지’를 꼼꼼히 살펴보다‘한 고랑을 비운 밭’에서 상품 찰옥수수 출현률이 97~8%까지 높아진 것을 발견했다. 한 밭에 심은 옥수수라도 위치에 따라 열매 맺는 게 차이가 나는데, 빈 고랑이 바람길 역할을 해 전체 옥수수품질이 좋아진 것이다. 30개들이 10박스를 수확하던 고랑 한 개를 비우면 수확량 감소로 26만원을 잃지만 얻는건 46만원이라는게 원 명장의 계산이다. 

 

5) 오전 10시 이후에는 옥수수 따지마라    
원 명장은 매년 3월 20일 경 첫 파종을 시작해 열흘 간격으로 7월20일 경까지 순차적으로 파종을 한다. 파종 면적은 밭 크기에 따라 1천~1천2백평 정도씩 9회~11회 정도 나눠 심는다. 1천평 정도가 부부의 노동력만으로 감당할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한번에 많은 면적을 심으면 홍수 출하로 인해 제값을 받기 어렵고 상품성도 떨어진다. 직거래도 판매하는 간식용 풋옥수수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농사 방식을 만든 것이다. 

 

 

직거래의 생명인 ‘맛’을 위해 옥수수수확 시간은 절대 오전 10시를 넘기지 않는다. 오전 10시 이후 수확한 옥수수는 겉보기엔 차이가 없지만 맛이 떨어진다는 것도 원 명장이 발견한 비법이다. 

 

원연호 명장이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찰옥수수 농사꾼이 된 것은 수 십년간 작성한‘영농일지’를 토대로‘원가 절감’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이다.“농사도 이젠 상품입니다. 원가를 줄이면 그만큼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 수익이 늘어납니다.”찰옥수수 명장 원연호. 앞으로 그가 또 어떤 농사비법으로 대한민국 찰옥수수 농사의 발전을 앞당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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