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연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특용자원연구과 연구관

 

 

제77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와중 전국 곳곳에 큰비가 내려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분쟁과 전쟁 위기, 그리고 여전히 심각한 코로나19 등 안팎으로 찾아온 사회·경제적 위기 속에 근심이 깊은 가운데, 올여름도 어김없이 무궁화 꽃만은 힘든 기색 하나 없이 그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피어나고 있다. 


무궁화(Hibiscus syriacus L.)는 우리나라 국화(國花)로 높이 5~6m까지 자라는 꽃나무이다. 8·15 광복절을 전후로 여름 내내 크고 화려한 꽃을 피워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사랑받는 정원수이며 관상수이다. 

꽃 한 송이는 아침에 피고 저녁이면 시들어 떨어지지만, 매일 또 다른 수십 송이 꽃을 70~100일 동안 새로 피우므로 ‘끝이 없다’ 라는 뜻인 한자어 ‘무궁(無窮)’ 에서 유래된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무궁화는 법이나 제도로 나라꽃이라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온 이곳에 무궁화가 많았다는 기록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근대까지 국내외 다수의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 민족 선각자들은 무궁화를 우리나라와 겨레, 독립정신의 상징으로 여기는 등 인내심 강하고 열정적인 꽃은 오랫동안 민족과 동일시되어 동고동락 해오며 자연스레 나라꽃 대접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무궁화는 우리 나라꽃으로 누구나 인정하지만, 정작 실생활에서는 쉽게 볼 수 없고 관공서나 학교에만 심고 가꾸는 꽃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는 “꽃이 작고 아름답지 않다.”, “진딧물 등 병충해가 많아 가꾸기 힘들다.” 라는 일부 부정적 인식 때문이라 생각되는데, 무궁화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면서도 우리 몸에 이로운 다양한 천연 성분을 많이 가진 유용한 식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서운한 평가이자 지나친 우려가 아닌가 싶다.


  무궁화는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나무지만, 건강하게 자라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면 무엇보다 좋은 입지에 충분한 공간을 두고 심어야 한다. 다른 꽃나무와 마찬가지로 햇빛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키 큰 가로수나 고층건물 밑 등 그늘에 심으면 꽃이 거의 피지 않고 꽃 크기도 매우 작게 핀다.

또 매년 충분한 비료 공급과 나무 자람새에 맞는 가지치기를 통해 영양을 보충하고 꽃봉오리가 많이 달리는 1~2년생 새 가지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큰 문제로 여겨온 무궁화의 진딧물은 새순 나올 시기에만 출몰하는데, 사실 치명적 해충이 아닐 뿐더러 저독성 약제를 한두 번 살포하면 손쉽게 없앨 수 있어 꽃피는 시기까지 줄곧 방제가 필요한 장미나 국화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한, 무궁화는 맛이 순하고 영양분이 많아 예로부터 백성들의 반찬거리나 민간요법에 이용되었는데, 동의보감 기록에 따르면 줄기와 뿌리껍질을 달여 치질이나 불면증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였다고 한다. 현대과학을 통해 무궁화와 근연종들은 노화 지연, 종양 억제, 피부 미용 등에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는데, 이를 활용한 기능성 식품과 차, 화장품 개발과 관련된 연구 및 특허가 급증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1950년대부터 무궁화 연구를 시작하여 ‘선덕’ , ‘칠보’ 등 아름다운 꽃을 가진 20여 가지의 신품종들을 개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꽃이 오래 가는 가로수용 신품종 ‘한결’ , ‘한별’ , 화분 재배용 ‘윤슬’ , ‘라온’ 등 용도별 특성화된 신품종을 개발하고 용도별 최적화된 재배 관리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무궁화를 기능성 식·의약품, 화장품 소재로 사용하기 위한 유용물질 탐색 및 효능 평가와 꽃꽂이용 절화, 분재 등의 화훼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한 생리적 특성 개선 등 이전까지와 다른 다양한 분야의 무궁화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국가적 위기를 함께 극복해온 겨레 얼의 구심점이자 역사의 산증인인 무궁화가 국민에게 더욱 친근한 꽃이 되길 기대한다. 더불어 가물고 힘든 봄을 지나 여름의 폭염과 폭우마저 이기고 활짝 피어난 무궁화 꽃이 보여주는 강인한 생명력과 끈기가 우리 생활 곳곳에 다시 한번 치유로, 희망으로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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