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영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
최소영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

 

반려견과 동고동락하고 있는 사람은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이 작은 친구가 나랑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반려견의 평균 수명은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0~15년 내외로 알려져 있다. 사람의 기대 수명이 80세가 넘는 걸 생각하면 반려견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건 막을 도리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반려견이 노령에도 아프지 않고 건강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 것이 반려인의 마음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해 여러 질병을 얻게 되는 것처럼 반려견도 노화가 진행되면 소화계, 면역계, 신경계가 약해지고, 이로 인한 만성염증 관련 질병들과 신경퇴행성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질병들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이 높다는 연구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한 환경 내의 미생물 군집과 그 미생물들이 가지는 총체적인 유전 정보를 의미한다. 


 사람과 동물에 대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장내 미생물 다양성은 감소하고 이에 따라 유익균에 의해 분비되던 면역 관련 인자들이 감소하면서 여러 질병에 취약해진다고 한다. 노령견일수록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유산균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노인에서 나타나는 인지장애증후군이 노령견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이 질환은 뇌에‘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축적되어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유해균이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유산균 등 유익균이 생산하는 부티레이트라는 짧은사슬지방산은 장벽 기능을 강화해 유해균의 침입을 막고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또한 장내에서 항염증성 사이토카인(면역 단백질)의 분화를 촉진해 염증성 질환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반려견의 노령화로 인한 다양한 질병의 예방 및 관리에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유전자 분석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차세대염기서열분석’기술 적용으로 장내 미생물 군집의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는 약 250만 달러를 투자하고 32,000마리의 반려견을 모집해 2018년부터‘개 노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반려견 고유 유전능력과 주변 환경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구명하고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해 이를 통해 반려견의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등 여러 부처에서 동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이 중에는 반려견의 형질정보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간의 연관성 분석을 기반으로 건강을 증진시키는 연구도 있다. 또한 유전체분석, 신약개발 관련 기업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통해 반려견의 장 건강 상태 진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정보를 이용한 노화 예측 및 예방으로 반려견의 건강 수명을 늘리는 맞춤형 기술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노화에 대한 유전적, 환경적 요인과 장내 미생물 간의 연관성을 구명함과 동시에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다양성의 유지 및 개선 등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연구의 결실이 나의 친구, 나의 가족 반려견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