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각 부처 장관‘독대’형식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11일엔 첫 주자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기재부는 경제정책 전반을 총괄·조정하는‘컨트롤 타워’를 자임하는 부처이기 때문에 보고 내용도 경제 현안을 두루 진단하는 정도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추 부총리의 업무보고는 농축수산물 품목별 수급조절 계획이 빼곡이 적혀 있다.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계란 감자 마늘 양파 무 배추 사과 배 대파 참깨 분유 쌀 등에 대해 품목별로 가격이 오를 기미가 보이거나 오르게 되면 할당관세를 적용한 수입산으로 물량을 늘려놓겠다는게 민생 안정방안으로 정리돼 있다. 그래도 안되면 추가 수입하겠다는 강조사항도 게재돼 있다. 경제부총리 업무보고 내용치고는, 너무 농업분야에 편중됐다. 농식품부장관 업무보고에 버금갈 정도의 꼼꼼하고 디테일한 농업부문 얘기가, 전문가 없이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둘 사이에서만 이뤄진 것이다. 정부는 이를 선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국민들의 직접 생활가계비의 7.1% 비중 밖에 안되는 농축산물이, 물가상승의 주범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현 정부의 선택으로 낙점됐다. 오로지 농산물값 잡으면 되고, 가장 빠른 방법은 수입산으로 물량을 늘리는 것 뿐이고, 그래도 안되면 추가로 수입하겠다는 계획까지, 윤석열정부의 농업에 대한 이해력이 고스란히 함축됐다고 보여진다. 이 계획이 줄곧 추진된다면‘농축산물값 잡기’는 성공할 것이다. 기재부 또한 그런 가능성을 믿고 정부의 핵심과제로 삼았을 것이다.

그러나 농축산물을 서민생활과 밀접한 소비품목으로 선정해 가격을 낮췄던 이명박정부 전례를 볼 때, 반드시 실패하는 정책이다. 가계비 비중이 낮은 것을‘밥상물가’라는 상징성을 이유로 착시현상을 키운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윤석열정부는 수입산 방출이 농산물 가격안정에 만병통치약이라는 믿음이 굳건해 보인다.‘메이디인차이나’상표에 멸망하다시피 한 국내 의류봉제산업을 잊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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