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특용자원연구과 
나성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특용자원연구과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100대 농산물 중 71종이 꿀벌의 화분매개에 의존하며, IPBES(생물다양성과학기구)는 꿀벌이 세계 식량 생산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가 최대 690조 원에 달한다고 했다.

이처럼 꿀벌은 꿀과 같은 양봉 산물의 생산뿐만 아니라 식량의 안정적 공급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최근 대두된 꿀벌 실종과 같은 꿀벌의 위기는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되어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양봉산업 규모는 매우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꿀 생산은 오히려 감소하는 기형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양봉 농가수는 매년 5.5%씩 증가하고 양봉 군수 역시 연평균 7.7%씩 증가했지만, 벌꿀 생산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은 밀원자원의 부족 문제와 더불어 벌꿀 생산량의 70% 이상을 아까시나무 단일 수종에 의존해서이다. 황폐해진 산림을 녹화하기 위해 1980년대까지 약 32만 ha가 조림된 아까시나무는 최근 노령화와 자연적 쇠퇴, 신규 조림기피 현상 등으로 분포면적이 크게 감소했다.

더불어 아까시나무 개화기에 잦은 강우 및 저온현상 발생으로 꿀벌의 방화 활동에 부적합한 기후환경이 조성되어 2019년과 2020년의 꿀 생산량이 평년 대비 약 15% 급감했다. 


 이와 같은 국내외 양봉산업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꿀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밀원자원의 확충이 시급하다. 밀원자원의 부족은 양봉 생산성의 급격한 감소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꿀벌의 개체수 감소에도 영향을 미쳐 생물다양성 유지 측면에서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꿀벌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밀원자원을 제공하는 것은 봉군의 강건성을 증진시켜 꿀벌의 수명과 질병 저항성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밀원수종을 발굴해 개화 시기가 서로 다른 수종들을 골고루 식재하면 이상기후와 같은 갑작스런 환경변화에도 꾸준하게 꿀벌에게 먹이를 제공할 수 있어 안정적인 꿀 생산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2020년 ‘양봉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양봉산업법’)’ 을 제정해 양봉산업과 꿀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산림청과 지자체는 매년 많은 면적의 밀원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밀원식물의 범위가 최대 625종으로 매우 다양하고 수종별 밀원 생산성이 구명되지 않아 권역별 적합 수종 선정 등 효율적인 사업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은 밀원수 조성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밀원 생산성이 우수한 수종을 발굴하고 밀원단지 생산성 증진을 위한 조성 및 관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양봉산업법에 명시된 밀원수 25종 중 9수종의 단위면적당 꿀 잠재생산량(kg/ha)을 비교 분석한 결과, 헛개나무(약 300kg)와 쉬나무(약 259kg)가 가장 우수한 생산성을 보였으며, 칠엽수(약 67kg), 쥐똥나무(46kg)도 양호한 생산성을 나타냈다.

반면, 마가목, 매실나무는 ha당 2~3kg 내외의 밀원 생산성을 보여 과실 생산이 아닌 꿀 생산을 주목적으로 하는 밀원특화단지 조성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더불어 양봉산업법 상 밀원식물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아왜나무(125kg), 이나무(120kg), 광나무(120kg), 꽝꽝나무(107kg), 머귀나무(85kg)는 남부지역 밀원단지 조성에 적합했다.


  앞으로 국립산림과학원은 양봉산업법에서 명시한 목본류 25수종과 초본류 15종에 대한 객관적 밀원가치 평가를 수행해 각 권역에 적합한 우수 밀원수를 발굴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밀원단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수종 구성, 적정 식재밀도 등 조성·관리 방법을 연구해 고정양봉 모델의 실용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