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부녀회’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는 6.25 전쟁 최대 격전지였다. 당시, 주민들은 전쟁통에 황무지가 된 마을을 포기하지 않았다. 손이 부르터라 땅을 개간하고 농사에 매진했다. 그렇게 대대손손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비옥한 터전을 회복한 오늘날. 이제, 일에만 열중했던 고된 지난날을 접어두고 삶의 여유도 되찾으려 한다. 


대마리 주민들은 거친 흙 대신 부드러운 점토를 주무르고, 날카로운 낫 대신 매끄러운 도자기를 매만지며 새로운 삶을 빚는 중이다.

 

 

도자기공방숲은 문화예술위원회의 찾아가는 예술 프로젝트를 계기로 대마리와 인연을 맺었다. 홍지은 담당자는 전쟁의 아픔을 겪은 대마리의 역사를 접하고, 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을 통해 즐거움을 주고자 했다. 그는 2019년도 농촌 교육·문화·복지 지원사업에 참여해 자신의 전공을 살린 도자공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처음에 주민들은 낯선 외지인을 경계했지만, 아낌없이 도예를 전수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함께 흙을 빚은 지 3년, 주민들은 직접 도예 강사가 되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체험 수업을 진행한다. 삭막했던 마을 분위기는 고운 흙처럼 부드러워졌고, 주민 간 우애도 잘 구워진 도자기처럼 단단해졌다.

 

 

초벌구이를 마친 도자기에 물감을 칠하는 날, 주민들은 각자의 개성으로 알록달록 색을 입힌다. 프로그램 초창기와 180도 다른 모습이다. “나는 미술 할 줄 몰라요.”, “그냥 강사님이 해주세요.” 당시 대마리 주민들에게 예술은 달나라 이야기였다. 잘하나 못하나 손수 빚은 도자기가 세상에 나오고, 집안 선반에 놓이자 주민들은 뿌듯함을 느꼈다. 


도자기, 탁자, 화분, 액자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면서 예술은 어느새 주민들의 취미로 자리 잡았다. 특히 도자기와 나무, 철제를 사용해 만든 탁자는 큰 인기를 끌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차도 마시고, 책도 읽을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화분을 만들 때는 원예 전문가를 모셔 화초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화초의 특징을 고려해 뿌리가 길면 화분도 길게 만들어 하나하나 정성을 다했다. 도자공예 프로그램은 농사만 짓던 주민들의 삶에 독서, 원예 등 다양한 여가 활동을 제공했다. 


도자기공방숲은 주민들에게 다양한 여가 생활을 제공하면서 이를 연계한 마을 홍보도 진행하고 있다. 마을 축제가 열리면 도자기 전시회를 열고, 마을장터를 운영해 직접 도자기를 판매하기도 한다. 


나아가 도자기공방숲은 주민들에게 도예를 가르치고, 주민들이 배운 내용을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을 그리고 있다. 주민 강사 활동의 일환으로, 일회용 플라스틱의 대체물로 도자기를 알리는 환경 보호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도예 하듯 아름다운 대마리를 만들어가는 공동체 주민들. 아픈 역사를 딛고 다양한 체험 행사로 가득한 안보 관광지로 힘껏 날아오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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