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농식품부는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회장 등 37개 주요 농업인 단체장을 초청한 ‘농정 소통 간담회’ 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있다”는 말과 함께“앞으로 어떤 형식으로든 자주 만나 충분히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날 참석한 농업인단체장들은 장관의 진솔한 표현 때문에 새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불과 일주일 만에 무너졌다. 지난 9일 농식품부는“6월부터 배추·무·마늘·양파·감자를 수매 비축하고, 수급 및 가격 상황을 상시 점검하여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수급불안 상황에 즉시 대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말이 좋아 ‘수급 불안 해소’ 지 결국은 농산물값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소비자단체 회장단 간담회’ 에서 정 장관은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여러 대응책을 강구할 것” 이라고 했다.  이미 기름값, 농약값, 농자재값, 인건비 등 농산물 생산에 필요한 각종 비용이 지난해 보다 최소 20%에서 180%까지 올라있다.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한다.

반면 사상 유례없는 봄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커지면서 감자·마늘·양파 수확량은 이미 크게 줄었거나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전문기관들의 예측이다. 생산량이 줄면 가격이 올라야 그나마 손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모든 물가가 오르면서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인위적으로 농산물 가격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현실적으로 경제부처에 맞서 농식품부가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것을 농업인들도 안다.

하지만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다면 장관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후계 인력문제’와 식량주권·경영안정 과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한 배를 탓다’는 말이 장관의 진심이라면, 농업인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부당한 압력에 당당히 맞서는 모습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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