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윤석열 정부 농업분야 국정과제

국정과제 농업분야, 3분야 50여개 세부과제…

윤석열농정 ‘색깔’ 다소 미흡


예산 확대 방안 ‘침묵’ , 농산물가격안정제 ‘재탕 우려’,

규제완화 자칫 ‘대기업 진출’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종로 대통령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인수위가 준비한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았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종로 대통령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인수위가 준비한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았다.

 

“국정과제를 보면 획기적인 어떤 농정정책이나 이런 것들이 안보인다.”
최근 국회 농해수위 전체상임위에서 야당의원이 언급한 얘기다. 윤석열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농업분야에 대한 농업계의 반응이, 이와 대부분 비슷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가동되던 지난 3일‘공정과 상식’등의 분야별 국정목표를 담은‘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가 발표됐다. 이중 농업분야는 70번째 농산촌 지원강화 및 성장환경 조성, 71번째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 72번째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 경영안정 강화 등 3대 분야로 구분·설정됐다. 여기에서 다시 의료, 농촌공간, 미래농업, 공익직불, 식량주권 등 50여개의 세부계획을 나열하고 있다.


문제는 전반의 농정과제가 윤석열정부 정체성을 담은‘색깔’있는 농업정책으로 이름짓기 어렵다는 점이다. 농업의‘미래성장산업’개념은 이명박·박근혜정부의 경제성장 동력화에 기인한‘6차산업화’‘서비스산업 육성’‘융합형 기업 육성’‘미래전략과제 추진’등과 맥락이 닿아있다는 진단이다. 윤석열정부 농정과제를 들여다본다.

 

“농업직불금 5조원, 늘릴 방안 없다”= 공익직불제는 무엇보다 농가들이 경제 걱정없이 경영안정을 취하고자 한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전 문재인정부에서 바통을 이어받은 대표 농정이다. 윤석열정부는 농업직불금 예산을 현 2조4천억원 규모에서 5조원으로 2배 늘리겠다고 공약했고, 국정과제에도 과제목표로 올렸다. 우선 시기적으로 향후 5년인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5조원을 확보하겠다는게 공익직불제 활성화의 기본 골격이다. 이를 통해 기본형 공익직불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실경작자가 억울하게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양한 선택형 직불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계획도 열거했다. 청년농직불제, 전략작물직불제, 식량안보직불제, 탄소중립직불제, 조건불리지역직불제 등을 제시했다. 농정공약에 항상 앞세웠던 고령중소농 대상‘농지이양은퇴직불금 월50만원 지원 관련 얘기는 국정과제에서 약간 언급한 정도다. 


문제는 재원 확보 방안이 모호하다는 부분이다. 정황근 농식품부장관은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의원들의 예산확보 대책을 묻는 질의에,“반드시 추가확보를 할 거고, 정 안되면 우리 예산 내부의 재구조화 이런 걸 통해서도 공익직불제가 본 베이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5년 기간내 매년 5조원을 쓸 수 있도록 재원을 확보하는 확약이 어렵다는 멘트로 해석된다. 


공익직불금을 두배로 순증해서 농업예산을 늘리는게 아니라, 비슷한 규모의 재원을 받아와서‘웃돌 빼서 아랫돌 괴는’기존 관행 지출 형태를 재현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바뀌지 않을 것이란 얘기로 들린다. 지켜볼 대목이다.  

 

“농지관리시스템 일원화 방침 빠졌다”=윤석열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누누이 강조한 사항이‘식량주권 강화’다. 이를 바탕으로 식량주권 확보를 핵심 국정과제에 담았다. 내용을 보면 밀·콩 전문 생산단지 및 전용 비축시설을 확보하고, 공공비축 규모를 단계적으로 늘릴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우량농지를 보전하고 지원하는 대책도 세우는 등 기초식량 자급기반 마련에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 민간기업의 해외곡물 공급망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비상시에 해외 곡물 국내 반입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농지보호대책이 모호하게 그려지고 있다. 대선 공약에는 우량농지 보호를 위해 농업진흥지역내 농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농지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관리 기관과 농지정보관리시스템을 일원화한다는 기초 계획이 세워졌었으나 생략됐다. 농산촌 태양광 사업에 대한 종합평가와 가이드라인을 재차 수립하겠다고 밝힌 내용도, 국정과제 실행계획에서는 빠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활동을 위해 ‘규제완화’차원의 정책 대상에 농지가 포함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한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가격안정제에 갇힌 농산물 수급안정”=윤석열농정이‘무색·무취’하다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게, 농산물 수급안정대책을 발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존 농업관측을 잘 활용하는 방안과 채소가격안정제 품목을 늘리겠다는 정도에 그친다.

수입산에 밀려 가격상승 기회가 상실된 국내 농산물의 ‘가격정상화’, 즉 가격폭락에 대비한 위험관리 체계에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채소가격안정제는 ‘사후약방문’에 가까운 대책이란 진단이다. 도매시장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농산물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같은 물량 수급조절이외에도 농가들의 수취가격을 눈높이로 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누차 제기돼 왔다.


윤석열농정은 이같이 수급조절대책으로 채소가격안정제만을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밝힌 셈이다. 방향 설정은 농협중심으로 차질이 있었지만, 농산물 유통구조의 축소 부문과 경쟁을 늘리는 부문, 유통체계의 효율화 등을 따졌던 박근혜정부의 수급조절대책이 현정부보다 꼼꼼했다는 비교평가가 나온다. 


또한 대선공약으로‘가격변동성이 큰 농산물에 대한 시장위험관리의 지원강화’를 내걸었던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여기에 농업데이터플랫폼을 고도화하는 방안도 수급조절 정책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대선후보 때 내걸었던, ‘농업 빅데이터 구축과 활용방안’ 을 접목시키는게 농산물 수급안정에 보탬이 될 것이란 예측이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 ‘산지폐기를 통한 시장격리’는 준비된 정책이 아니라, 그때그때 급조된 임시대책에 불과하다는 점을 위정자들이 인식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그간 적정가격 중심의 농산물 수급조절대책은 없었던 것” 이라며 “데이터에 기반한 시의적절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시스템이 목표가 돼야 한다” 고 말했다.

 

“비료가격 부담 줄여준다는 약속 깨나”=윤석열대통령이 농업계에 호감으로 다가온 이유는 무엇보다‘경영부담 경감’을 약속한 부분이다. 청년농을 농촌에 돌아오게 하는 것도, 재해보험 품목을 늘리겠다는 농정, 농촌인력난에 대한 언급 등 모두 농사짓는데 투입되는 경제적 부담을 국가 차원에서 덜어주겠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경감부담 공약으로 최근 급등하고 있는 비료가격에 대해 인상차액분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번 국정과제에선 빠졌다. 또한 정부와 국민의힘이 당정협의를 통해 농업분야를 일부 반영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정부안으로 냈다. 하지만 비료가격 인상분 국고 지원 항목에서 지원분담률을 대폭 줄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농민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농민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농협의 비료가격 분담률을 당초 30% 한다고 했던 것을 60%로 확대하면서 정부 부담을 줄이고, 그만큼 농업분야 추경 예산을 삭감하게 된 것이다. 농민단체들은 윤 대통령의 대선 때 약속이 번복되는 것이라고 질타하고 나섰다.


국정과제에서의 농가 경영부담 완화 대책으로는 재해보험 품목을 현행 67개에서 2027년까지 80개로 늘리겠다는 내용을 싣고 있다. 또 재해복구비를 현실화하고, 무엇보다 농촌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체류형 영농작업반(도시인력)과 공공형 계절근로(외국인) 등 인력공급의 다양성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때 경영부담 경감을 위한 공약사항이었던, 여성농업인 양성 및 지원 강화 방안, 농업정책자금 금리 인하 등을 통한 금융부담 경감 조치, 특별재난지역 농산물·가축 피해 지원 문제, FTA 피해보전직불제 일몰기한 폐지 등 수입농산물 피해농가 지원대책 등은 거론조차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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