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물가안정 희생양 ”
‘역계절진폭’ 올 수확기까지 지속
  단경기내 재고 소진 어려울 전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쌀 시장격리 당정협의를 진행, 5월 중에 쌀 12만6천톤을 ‘역공매방식’으로 수매해 격리하기로 결정했다.         사진=국회 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쌀 시장격리 당정협의를 진행, 5월 중에 쌀 12만6천톤을 ‘역공매방식’으로 수매해 격리하기로 결정했다.         사진=국회 사진기자단

 

 5월중 12만6천톤 시장격리라는, 정부의 2차 쌀 매입 계획이 발표됐다. 그러나 1차 때와 똑같이‘역공매방식’의 입찰이어서 낙찰가가 조곡기준 5만원대(40kg)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쌀값을 안정시키는데 효과가 없다는 진단이다. 정부의 쌀값‘하향 정책’이란 지적과 함께, 현재의 역계절진폭이 가을 추수기까지 이어져 심각한 쌀값 대란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역공매 방식은 발주자인 정부가 미리 예가를 상한선으로 정해놓고, 낮은 가격을 써 낸 입찰가격을 우선으로 매입하는 방식이다. 가격불안 시기에 벼 보유 농가들이 눈치껏 낮은 가격을 적어내, 빨리 출하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낙찰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달 27일 당정협의를 갖고‘2021년산 쌀 추가 시장격리’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당정은 지난해 수요대비 초과 생산됐다고 계산된 27만톤 중, 1차 시장격리후 남은 12만6천톤에 대해 5월내에 처리하겠다고 결론냈다. 농식품부는, 당정협의 결과 잔여물량에 대한 시장격리를 1차 수매 때와 동일한 방식(역공매)을 이용키로 하고, 세부 매입계획을 마련·공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인 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당정협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협의과정에서 역공매 방식이 문제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12만6천톤에 이르는 물량이 대부분 농가 보유가 아니라는 점, 한정된 예산 등을 감안해 역공매 방식이 현실적이란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다만 1차 수매 때와 달리, 농가 보유 물량에 대해선 예가에 준하는 매입 방침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역공매방식 자체가 가격하락에 주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기에서 시작된 역계절진폭이 수확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농업계 주장이다.

‘역계절진폭’이란, 상식적으로 농산물은 수확기에 가장 저렴해야 하는 계절진폭이 진행되지만, 역으로 수확 때보다 저렴한 시기가 발생한다. 이를 일컫는다. 4월 25일 산지쌀값은 4만7천319원(20kg, 정곡기준)으로, 지난해 수확기 평균가격인 5만3천535원(20kg, 정곡기준)보다 12% 낮아졌다. 역계절진폭이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2월 1차 수매의 경우, 산지쌀값이 7만3천700원(2월5일 기준, 정곡 20kg값을 조곡 40kg값으로 환산)일 때 평균 낙찰가격이 6만3천763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월25일자 산지 볏값(조곡)은 6만8천830원으로 더욱 낮아진 상황이다. 시장가격 흐름에 따라 낙찰가격은 1차 때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당연히 입찰에 응하는 농가들의‘눈칫가격’은 그만큼 낮춰서 적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의 2차 벼 수매가 쌀 가격지지에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당장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전국쌀생산자협회 등 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이들 단체는 성명을 통해“1차 시장격리가 역공매 최저가 방식, 통계청 발표 시중 쌀값보다 현저히 낮은 예가는 쌀값 하락을 부추기는 결과가 됐다”면서“2차 시장격리는 쌀값 안정이라는 목적에 맞게 알맞은 가격에 농가 보유곡들이 전량 수매될 수 있도록 사업시행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 단체들은 본격적인 수확기가 다가오기 전에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쌀값안정을 위한 법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쌀농사를 짓는 전남 보성농협 문병완 조합장은“올가을 쌀값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3차 시장격리도 해야 한다. 40kg 조곡이 5만원대까지 낮아졌다는 소문이 들린다. 이를 80kg 쌀 한가마로 따지면 15만원대가 된다”면서 “지난해 생산한 쌀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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