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논산시 상월면 ‘대명 꿈다락 교실’

‘탕~’ 운동장 울려 퍼지는 경쾌한 슈팅 소리. 멀찍이 날아가는 골프공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논산 끝자락에 있는 작은 학교 대명초등학교는 전교생이 모두 꼬마 골퍼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하는 농촌 교육·문화·복지 지원사업을 통해 골프교실을 시작한 후, 이곳 아이들은 체력도 마음가짐도 부쩍 성장했다. 
방과 후, 학교에서 아이들을 케어해주는 덕에 밤늦게까지 일이 바쁜 학부모들도 안심이다.

 

 

 

대명초등학교에서 농촌 교육·문화·복지 지원사업을 통해 방과 후 골프교실을 운영한 지 1년 정도. 사업 운영 전, 운동장 한 귀퉁이에 방치됐던 골프연습장은 이제 매일 오후마다 아이들로 붐빈다.


대명초등학교의 전교생 수는 20명 남짓이다. 선생님들은 학교의 존폐를 늘 걱정했다. 그러던 중 작년 이곳으로 부임한 김희정 선생님은 먼저 있던 학교에서 진행했던 농어촌희망재단 사업을 떠올렸다.

 

그는 아이들이 화합하고 협동하는 본보기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변 학부모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골프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은 예상보다 컸다. 작은 학교엔 크고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방과 후 골프교실을 처음 시작했던 1년 전, 쭈뼛대던 아이들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없다. 골프채를 쥔 폼엔 이제 자신감이 넘치고, 정규수업이 끝난 직후지만 지루해하는 기색 하나 없다. 아이들만 바뀐 것이 아니다.

 

 

“시골 사람들이 무슨 골프야.” “내키진 않지만 학교에서 한다니까 해보지, 뭐.”골프장을 개장할 당시 학부모들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골프 용어조차 생소했지만 날이 갈수록 학부모들은 점차 골프에 흥미를 붙였다. 


쉬는 날엔 아이들을 데리고 시내에 있는 스크린골프장으로 체험학습 겸 나들이를 다녀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골프가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공통 관심사, 취미가 된 것이다. 이제 대명초등학교 골프장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핫플레이스로 소문났다. 인근 학교 학부모들까지 연계 교육을 바랄 정도다. 학교를 살려보고자 시작했던 사업이 1년 만에 빛을 발하고 있다. 


골프뿐 아니다. 학교에서는 타악 교실과 공예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과 후 학습도 마련했다. 응원봉처럼 생긴 붐웨커는 길이에 따라 음계가 제각각이다. 아이들은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자기 차례가 되면 타이밍에 맞춰 핸드드럼을 연주한다. 함께 합주곡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질서와 협동을 배우고, 성취감을 느낀다. 지역축제에 타악팀으로 참여하는 것이 선생님과 아이들의 목표 중 하나다. 


공예 프로그램은 주로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좋다. 엄마들은 삼삼오오 모여 은팔찌, 매듭인형, 마스크 스트랩 등을 만든다. 이곳 학생과 학부모의 60% 이상이 다문화가정인데, 공예교실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공동체에 녹아드는 자리이기도 하다. 올해, 정성스럽게 만든 작품들을 모아 온라인 예술제를 개최하고, 한 달 동안 복도에 간이 전시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대명초등학교는 일손이 바쁜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케어하고, 학부모들은 틈틈이 시간을 내 분리수거 등 학교 봉사에 참여한다. 대명초등학교가 오래도록 아이들과 마을 공동체를 품어주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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