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낭주학당’

엄마와 아이가 캔버스에 아크릴화를 그리는 미술시간. 마치 화가라도 된 듯이 신중하게 색칠을 하고 
또 서로의 작품을 보며 조언을 한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부쩍 말수가 줄어든 아이도 낭주학당에서는 달라진다. 그림을 그리면서 혹은 만들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말이 많아지고 언뜻언뜻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시간이 더 소중하기만 하다.

 

 

 

전라북도 부안군은 지역 내에 산, 들, 바다가 모두 있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옛날 어사 박문수가 전국을 돌아본 후 임금에게 가장 사람이 살기 좋은 고장으로 고했을 정도로 땅은 기름지고, 바다에는 고기가 가득하다. 


최근까지도 갈퀴 하나면 갯벌에서 조개를 캐 아이들 대학 교육까지 시킬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지런하기만 하면 먹고사는 데 어려움이 없는 마을이다. 하지만 부안도 여느 시골과 마찬가지로 젊은 여성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자연스레 국제결혼이 늘면서 해마다 마을에 다문화 가정도 증가하고 있다.


낭주학당은 부안으로 시집온 다문화 이주여성과 자녀들의 학습 공동체이다. 매주 일요일마다 이주여성 11명과 자녀 9명이 모여 미술과 공예를 배우고 있다. 

 


낭주학당의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 내 다문화 여성을 위한 교육기관이 전무할 때 부안군여성농업인지원센터에서 이들을 위한 한국어 수업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다문화 여성이 시골에 오면 초기에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어요. 그래서 한국어 수업의 필요성을 느끼며 지금까지 계속 해왔어요. 다른 활동도 함께 해보고 싶었는데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미술·공예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됐죠.”


임덕규 부안군여성농업인지원센터 대표는 자녀와 함께하는 문화활동이 청소년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다문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다문화 이주여성과 자녀들이 힐링과 자아실현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낭주학당의 목표는 이들이 보조 강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자체 실력을 키워 향후 들어올 신입 회원들이 빠른 시일 내에 마을 주민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돕는 것. 그것이 바로 다문화 여성들이 한마음으로 꿈꾸고 있는 미래다.


필리핀 다문화 이주여성인 최핀키 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고향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필리핀에서 부안으로 시집온 첫 번째 여성이 바로 접니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왔어요. 시집을 왔는데 생각보다 너무 시골이라서 깜짝 놀랐어요. 처음에 왔을 때는 언어, 음식 때문에 정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어느덧 24년 차가 되니 마을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큰언니뻘이 되었네요. 저는 다행히 한국에 온 초기에 낭주학당을 알게 되어 일주일에 한 번씩 고향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최근에는 미술활동까지 하게 되어 정말 행복해요. 딸이랑 손잡고 낭주학당에 올 때가 제일 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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