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훈  농촌진흥청 곤충양잠산업과 박사

 

 

 

인간은 종속영양생물이다. 식물처럼 스스로 영양소를 생성하지 못해 생명 활동에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다른 생물에 의존해 종을 번식해왔다. 생물자원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 요소인 셈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생물자원 중 곤충은 어떠한가?


지구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곤충이 살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개발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WorldIndata)에 따르면 인간은 지금까지 거의 100만 종에 달하는 곤충을 발견해 이름을 지어줬다. 전체 생물 종이 약 200만 종에 달한다고 할 때 곤충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다.

곤충은 천연자원의 보고로 이제 막 개척되기 시작한 자원이며, 그 수를 미뤄 짐작하건대 잠재력도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인간은 곤충에 어느 정도 공포증(phobia)이 있으며 이것이 곤충 혐오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일은 쉽지가 않지만 유용한 곤충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최근에는 곤충이 단백질원 부족 해결사로 부상하면서 식품소재가 되는 식용곤충이 여러 나라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곤충을 식량과 식품으로 개발하려는 연구와 노력이 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10종의 곤충이 식품원료로 법적으로 인정되었다. 이와 함께 동물사료, 치유자원, 플라스틱 분해 등에 곤충을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하지만 대량생산으로 곤충산업에 활용되는 곤충은 매우 적은 편이다. 2021년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생물종목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곤충은 19,809종으로 보고됐으나 실제로 산업적으로 활발하게 이용되는 곤충은 흰점박이꽃무지, 갈색거저리 등 6종에 쏠려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나고야의정서의 발효로 자국의 생물자원 발굴 중요성이 높아지는 지금, 유용한 곤충자원을 발굴하고 이용법을 개발해 산업적 활용을 넓혀나가면 자원경쟁의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곤충자원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원을 탐색해야 한다. 곤충은 가짓수가 많아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는데, 여기에 전통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구전되어 온 자원은 오랜 시간 검증을 거쳐 좋은 후보군이 될 수 있다. 또한, 진화적 유연관계를 근거로 현재 활용도가 높은 종의 근연종을 산업후보종으로 발굴할 수도 있다. 


이렇게 발굴된 곤충은 안전성과 효능 검증을 거친 후 산업적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대량사육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또한, 산업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병에 강하고 생육이 우수한 고성능 품종도 개발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선발된 종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적합한 종인지를 판단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2020년 「산업곤충의 종 선발 및 평가법 개발」을 발간해 종 선발 기준을 확립하고 곤충산업종 관리에 기본 틀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식·약용 흰점박이꽃무지, 환경정화·사료용 아메리카동애등에, 화분매개용 서양뒤영벌, 정서용 호랑나비 등 산업적 가치가 높은 곤충을 ‘곤충생명자원’으로 등록해 국가번호를 부여하고 보존하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은 종자주권 확보의 기초 자산이 되고 지속가능한 자원 이용의 씨앗이 된다. 앞으로 신규 곤충자원 개발에 계속 집중한다면 곤충 종자주권 선점은 물론, 세계 산업곤충 시장을 선도하고 기존 곤충산업에 다양성을 입혀 곤충농가의 소득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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