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국제유가·원자재값 폭등 여파 농업·농촌 ‘경제 시름’
배합사료인상 불가피…당장 농가 난방연료 LPG값 고공행진 예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뛰어넘었고, 국내 LPG(액화석유가스) 공급가격은 3월들어 kg당 60원씩 일괄 인상됐다. 이에 비례해 한국전력의 원재료인 전력도매가격(SMP)도 한달새 70% 급등했고, 비료 원재료인 암모니아, 요소, 염화칼륨 등도 줄줄이 폭등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맞물려 석유값, LPG값, 전기값, 국제곡물값, 비료값, 사료값, 달러값 등 에너지·원자재와 관련된 모든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단가를 보장받기 어려운 우리나라 농촌 현실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 불안·금리 인상과 달러값 상승 등은, 당장 농사비용 지출이 급증하는 봄철 농민들의 막대한 경제적 부담만 쌓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년대비 10%에서 많게는 100%이상 오른 사료, 비료, LPG 등이 농촌 현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농식품부는 일단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부터 논의에 들어갔다. 지난달 23일 정부, 사료업계 관계자, 수출입은행, 연구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권재한 식품산업정책실장 주재로 ‘국제곡물 수급대책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결과, 농식품부는 국제곡물 가격상승에 따른 사료·식품 원료구매자금의 금리를 인하하고 지원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사료 647억원, 식품 1천280억원 규모의 원료구매자금에 대해 현행 2.5~3.0% 금리를 인하해주는 방안과, 관련된 정책지원금을 더욱 늘리는 계획을 관계부처와 협의키로 한 것.


농식품부는 또 곡물 수급불안에 대비해 해당 곡물 대신 대체가 가능한 겉보리나 소맥피에 대한 할당물량을 늘려서 수요단가를 낮추는 방법도 가능한지 타진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축산농가의 사료값 부담과 직결되는 문제와 관련, 사료업계들에게는 우크라이나산 옥수수에 대해 기존 계약 체결한 물량을 도입하기 어려울 경우, 다른지역 옥수수로 변경하는 방안도 추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일례로 3~4월 도착예정인 우크라이나산 옥수수 3개 모선과 5월초 들여올 1개 모선 등에 대해 원산지를 남미지역 산으로 조정하는 대책이 논의중이란 전언이다. 사료용 곡물의 안전재고 일수(30→60일)를 조정하고, 밀과 옥수수의 사료원료 배합비중도 조정이 가능한지 검토해줄 것을 협의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밀·옥수수 연간 수입량은 최근 3년 평균 1천540만톤 규모로, 이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비중은 10% 수준이다. 현재 사료업계에서 보유하고 있는 사료용 밀은 7월말, 옥수수는 6월중순까지 쓸 수 있는 물량이 확보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계약물량까지 포함하면 밀은 내년 2월말, 옥수수는 내년 7월말까지 소요물량이 확보된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제곡물수급대책위를 통해 현지상황을 실시간 점검하고 논의해 필요한 조치를 적기에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국내 배합사료가격은 두차례에 걸쳐 15~20% 인상됐고, 올 1월에 이어 3월에도 인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 한우고기 등 축산물 가격 하락 전망과 상충하면서 시련이 예고되고 있다. 

 

국제곡물 수급대책 이외 농산업 전반적인 대응책은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의 비료수출 제한조치로 요소수 부족사태까지 빚어졌던 농업용 비료값 폭등 문제는 올해들어 정부의 시장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값이 뛰면서 여기에서 파생된 암모니아·요소, 칼륨 등의 비료 원자재값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칼륨의 경우 러시아·벨라루스·캐나다 3개국이 전세계 시장의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는 최근 칼륨비료를 수출하면서 톤당 590달러에 거래가격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기간 247달러의 140%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사태이후 칼륨값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중국의 수출제한조치와 국제원유값 상승 등은 원자재값에 고스란히 얹혀졌고, 이는 올해 국내 비료·농약·자재값 폭등으로, 농가경제에 악조건을 발생시키고 있는 중이다.


농촌지역 가정의 필수 에너지원인 LPG 역시 3월 공급가격이 kg당 60원씩 올랐다. 가정·상업용 프로판의 경우 kg당 1천389.36원으로 평균 4.2%이상 인상된 것이다. 앞으로 달러가치 상승, 국제유가 인상 등이 진행형이란 점에서 LPG 가격 고공행진이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농산어촌의 민생고에 더욱 암운이 드리워질 조짐이다.


농업정책자금 지원과 일반금융대출, 제2금융권대출 등에 엮여있는 농민들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인상 조치가 가속을 밟고 있고, 금융당국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을 내고 있다. 긴축적 통화 정책으로, 금융시장은 이미 주가, 채권가격, 원화가치 모두 하락폭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는 금융권의 가계부채 관리강화를 부채질하고 있고, 대출금리 인상은 그간 빚내서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의 활동반경을 좁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충북 옥천에서 밭농사 중인 박 모(62)씨는 올해 시설수박농사를 접었다. 지난해 하우스설치 시기에 인력 확보가 안되면서 의욕을 잃었고, 무엇보다 사업자금 추가 대출 고민을 하면서 금리인상 예고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박 씨는 “많은 위험요소를 감안하고 본밭을 꾸밀 의지를 갖지 못했다. 이미 부채가 있는 상황에서 수확시기에 수박값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많이 불안했다”고 전했다.


최근 여의도 증권회사 한 연구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S&P(스탠다드앤푸어스)가 내놓는 2월말 GSCI(원자재지수)가 1월초보다 15%이상 상승했다. 에너지는 20%를 넘어섰다”면서“현상황은, 기술과 경제집약으로 이뤄지는 우리나라 농업을 예로 들자면 당초 계획과 상관없는 산업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