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농산물 자율수급 정책 ‘추진력 상실’ 지적
양파 kg당 400원 맞춰 지원·조생종 1.5%만 산지폐기
농가 불만 확산… “ ‘자율수급’의무자조금제 확대 시급”

 

 

지난 24일 제주지역 양파농가들이 양파밭을 갈아엎으며 가격폭락에 따른 정부 수급대책을 요구하고 있다(사진). 하루 앞서 고흥지역 양파농가들도 시장격리와 함께 ‘양파최저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며 양파밭을 갈아엎었다.  사진=연합

 

 양파값이 지난해에 이어 거듭 하락세를 맞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감소 문제로 쟁여둔 재고량까지 줄지 않으면서 조생종 출하시기를 앞둔 시점과 맞물려 2월말 현재 전년동기보다 80%이상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본지 제1387호, 2월21일자 11면 보도) 여지없이 수확을 앞둔 조생종 양파밭을 트렉터로 갈아엎는, 산지폐기 실태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대표 농정으로 내세웠던 농산물‘자율수급’정책의 추진력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2월 중순인 15일께 양파 1kg 평균 도매가격(가락시장)은 35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905원보다 80%이상 폭락했다. 정부에서 정책 개입의 마지노선으로 잡는 650원대에 한참 못미치는 수급조절 심각단계인 것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양파 수급대책을 냈다. 이에 따르면 재고로 쌓여있는 농협과 농가 보유 물량 2만톤을 4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출하 정지키로 했다. 5월이후 출하 시점에 산지가격이 kg당 400원 미만일 경우, 가공용 등으로 출하하는 농가에 한해 kg당 최대 100원까지 차액을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가령 판매시기에 산지가격이 300원으로 낮아지면 100원, 290원으로 더욱 낮아져도 100원까지만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한 수확을 앞둔 조생양파 밭 44ha를 채소가격안정제 지원 명목으로 그때의 시세를 쳐서 산지폐기 처리한다는게 수급대책 골자다. 


농가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조생양파 44ha 산지폐기 조치는 올해 재배면적 2천943ha의 1.5% 수준이다. 가격폭락을 저지하는 브레이크 역할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또한 농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저장양파를 시장격리를 이유로 판로를 막고, 5월이후에나 출하를 지원한다는 방안도 현실성이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개월이상 저장된 양파에 추가되는 관리비용을, 정부의 시세차액 지원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반론이다. 더욱이 양파 특성상 저장시기가 길어질수록 감모율(줄어들거나 닮는 비율, 물러지는 특성)이 커져 상품가치가 현격히 낮아지는 문제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남 고흥의 한 양파농가는 “일단 kg당 400원에 맞춘 지원대책은, 수확시기 비용, 보관비용,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 누수비용 등이 완전히 무시된, 현장에선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대책” 이라며 “사후약방문식의 부실한 대책도 문제지만, 양파 생산비를 산출한 적정 가격을 정하지 않고 물량 증감에만 집중하는 정부의 대응 부재가 이런 상황을 만든다” 고 말했다. 


이 농가는 이번 수급대책으로 저장양파 전량 폐기’ 를 요구했다. 같은 맥락에서 양파생산자단체인 전국양파생산자협회 또한 최근 ‘양파농가 요구서’를 내고 대정부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양파 생산비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이에 맞는 산지폐기 지원단가를 매겨야 한다. 산지폐기 면적을 1.5%가 아닌 30%이상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파농가들은 2, 3년을 주기로 양파값 폭락·폭등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대책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농식품부의 농산물‘자율수급’의무자조금제 확대 등 근본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2019년 10월부터 본격 시행에 돌입한 양파의무자조금제는 아직 자리매김이 안된 상태라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우선 기대치가 높았던‘경작신고제’의 경우 지난해 1년동안 양파농가의 50.3%만이 참여하고 있다.

의무자조금제가 농가의 자율수급조절, 시장가격 참여 등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300평(1천㎡)이상의 모든 양파생산농가가 등록을 마쳐야 한다는 것. 이전까지는 농가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충남 서산군 인지면의 한 양파생산 농가는“강압적으로 의무자조금에 등록하라고 할 때까지는 모든 농가가 가입하는 줄 알았는데, 참여율이 50%라는 말을 듣고 정부의 추진력을 의심했다”면서“생산비와 재배면적을 적정하게 설정하고,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소득을 보장한다면, 농가들이 안 따를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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