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PTPP 가입키로, 규범·회원국 요구 모두 수용해야


위생검역·국영기업·디지털통상 등 제도정비로 수입 문턱 낮춰   

 

 

 지난해말 정부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공식 천명하고, 올 4월중에 가입 의향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히면서, 행정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에선 대선을 앞두고 있고, 국내 비준 절차 또한 반대의사에 막혀 녹록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CPTPP 가입의향서 제출 자체가 이번 정부에선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재정당국을 비롯한 수출주도의 범 경제계 의도는 이미 메가 무역자유화 확대에 기울었다는 여론이다. CPTPP에 가입할 것이라고 대외 표방한 것은 물론 CPTPP 회원국들과 비공식 개별 협상을 진행중이란 점 등, 다소의 시점 차이만 있을 뿐 가입할 뜻을 굳혔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CPTPP 가입에 따른 피해 산업분야에 대한, 특히 농수산업 분야에 대한 대처방안(보완대책)이 전혀 언급조차 안되고 있다는 것.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해당부처인 농식품부 모두 농업계의 우려를 감안한 듯, ‘보완대책 검토’‘업계와의 소통’등이 필요하다는 입장만 내고 있지, 내용은 없다. CPTPP 가입은 국내 농산물시장의 교란, 피해, 농산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장애요소 등으로 다가올게 분명하다는 문제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관심이 없을 뿐이란 지적이다. 농업 관련 우려점을 안고 있는 CPTPP, 분석해 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 신청서를 오는 4월에 제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와관련된 국내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고 밝힌 반면, 시장개방으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농업분야에 대한 대처방안은, 해당부처의 언급조차 없는 상황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 신청서를 오는 4월에 제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와관련된 국내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고 밝힌 반면, 시장개방으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농업분야에 대한 대처방안은, 해당부처의 언급조차 없는 상황이다.  

 


■ CPTPP, 가입 절차 어디까지 왔나=정부는 기왕 가입키로 결정한 마당에 시기를 늦추면 그만큼의‘입장료’부담이 더해지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CPTPP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의도를 표면화한 뒤, 행정적 절차가 추진력있게 진행되고 있다. 1월말에는 CPTPP 가입의향서를 이번 정부내에 제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이후 4월중 제출 예정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최근까지 CPTPP 후발주자로 가입신청한 나라는 영국(’21.2.1), 중국(’21.9.16), 대만(’21.9.22), 에콰도르(’21.12.17) 등 4개 국가다. 가입신청 시기가 늦어지면 이들 나라의 요구조건 또한 부담으로 보태진다. 또한 CPTPP 가입 협상의 내용이,‘새로운 멤버십’으로 채워질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조건부 회원자격 내용이 보장될 수 없다는게 정부측 우려다. 


이런 계획은 철저하게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통상절차법)에 의거해 진행되고 있다. 우선 대외적으로 FTA(CPTPP) 가입절차는 이해관계 상대국들의 의중을 묻는 비공식협의를 갖고, 이 단계를 넘어서면 가입의향서(신청서)를 제출하게 된다. 가입 신청서를 접수받은 CPTPP측은 가입여부를 논의하는 워킹그룹(Working Group)을 설치하고 가입절차 개시를 결정한다. 이후 본격적인 가입협상이 진행되고, CPTPP 규범을 따를지 입장과 기존 회원국들의 협상 요구조건에 대한 수용 여부 등을 따진뒤 회원으로 받아들일지 최종 결정짓는 과정을 거친다.

거래형식의 동등한 협상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요구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 후발주자 입장이라는게, 농산물 완전개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재 정부는 CPTPP 회원국들과 비공식협의를 진행중이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캐나다, 베트남 등과는 지지를 요청하는 등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내에서는 경제적 타당성 평가작업이 완료됐다.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설명회·간담회 등의 공청회를 거치도록 돼 있다. 이후 협상 목표와 일정, 기대효과, 주요 쟁점, 대응방향 등을 담은 통상조약 체결 계획을 내용으로 한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해 인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부산, 인천, 춘천, 제주, 대전, 광주 등 총 6차례의 지역 순회설명회를 마친 상태다. 농식품부 또한 산업부 행사에 곁들여 농수산업 분야 설명하는 자리도 가졌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별도로 농민단체들이 참석하는 농정협의회(’21.12.21)와 농업전문지 간담회(’22.2.8)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가졌다고 전했다.

 

■ CPTPP 규범, 농업에 어떤 우려있나=정부는 CPTPP 규범에 맞는 국내 제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규범에 반대되거나 배치되는 국내 관련법을 뜯어 고치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CPTPP 규범 중 전자상거래, 동식물 위생·검역(SPS), 수산보조금, 국영기업 등에서 국내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먼저 디지털통상 조항의 경우, CPTPP규범에 데이터 지역화 금지조항이 명시돼 있다. 데이터 지역화는 기업이 자료를 수집해 국가 안에서만 데이터를 저장·처리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자국의 정보·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이다.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이 정비 대상이다. 국내 농산물 시장을 예로 들면, GMO(유전자조작식품) 유통 목록, 농촌 지역별 컨텐츠 개발 정보 등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디지털상거래를 통한 해외농산물(CPTPP 회원국) 수입문제도 정부가 규제의 손길을 놓게 될 수 있다.


수산보조금도 사라질 위기다. CPTPP는 규범을 통해 남획과 과잉생산에 기여하는 수산보조금 지급을 규제토록 명시하고 있다. 당장 면세유 지원 등 수산보조금이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수협중앙회 등 수산업계가 어업경영비 부담 가중을 주장하며 CPTPP 가입을 반대하는 이유다.


동식물 위생·검역(SPS) 항목은 국내 농업분야에 100% 충격을 가한다. 항목을 명시한 가장 큰 목적은, 수입국들은 위생·검역 문제에 제동을 걸어‘비관세장벽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동식물 병해충이 발생했을 때, 그동안은 국가단위로 위험평가기준을 매겨 수출입 여부를 판단했지만, CPTPP 규범에는 지역화를 넘어‘구획화’로 까지 세분화된 단위로 위험평가를 적용토록 했다.

병충해가 발생해도 국가나 행정단위 지역을 넘어 ‘농장단위’로 수출 여부를 판가름하겠다는 것. 수출국 입장에서 옆농장 소에 구제역이 발병해도 역학관계가 이어지지 않았다면 이웃농장(차단방역시설을 갖춘 농장으로 평가 인정) 소는 수출할 수 있다는 수출국 주도의 위생·검역 조건 완화 개념이다.


이 규범은 또 수입국 위생·검역의 투명성을 강조한다. 검역단계에서 위반사실이 있다면, 수출국에게 과학적으로 입증해야할 의무를 지닌다. 검역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전문인력과 최신장비를 갖춰야 한다.


‘국영기업’규제 조항도 우리나라 농업분야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피해 항목이다. 국영기업이라고 정의 내리는 자국내 법적 범위 이외에도 정부가 지분을 갖거나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기업(공기업, 국유업체, 국영기업, 정부투자기업 등)이 포괄적으로 해당된다. 이들 국영기업에 대해서 상업적 고려에 따라 행동해야 하고, 특히 사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정부의 비상업적 지원 등 특혜조치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농식품부가 농산물 수출입을 위해 관련 공사나 기업체 등에 저금리 융자지원, 수출입자재 지원, 보조지원 등의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앞으로는 안된다는 뜻이다. 농산물 수출국의 기업들이 경쟁에서 피해 본다는 이유다. aT센터, 농협유통, 코트라 등 국내 농산물 수출에 막대한 장애요인이 발생할 조짐이다.  

 

■ CPTPP 양자협상, 농업분야 무슨 압박할까=농식품부가 밝히는 CPTPP 가입 실정은 상품시장 자유화율 99.1%, 농산물 개방 96.1% 등이다. 농식품부 표현대로‘전면개방 수준’이다. CPTPP 가입을 희망하는 우리나라는 가입과정에서 CPTPP 규범 수용에 대한 국가적‘소화단계’를 거쳐야 한다.

또 기존회원국과의 양자협상도 관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서진교 선임연구위원은 언론사 기고를 통해“상대방(CPTPP 회원국)이 우리 민감 품목인 쌀을 지렛대로 다른 품목의 추가개방을 요구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면서 “특히 농업부문에서 호주나 뉴질랜드는 양자 FTA에서 충분히 얻지 못한 쇠고기와 자국산 쌀의 수출을 위해 추가 쿼터를 요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11개국에 달하는 CPTPP 회원국들과의 양자협상은 이같이 농업분야‘지뢰’에 해당한다. 농산물 수출국들은 양자협상을 하면서 우리에게 민감품목인‘쌀’을 건드릴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농식품부 조차 이에 대해“협상국들은 가입조건으로 가입희망국에게‘가장 높은 수준의 시장접근’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농산물수입국인 일본이 대표적인 예를 보인다. 2018년 12월30일 발효된 뒤, 2개월간 일본의 쇠고기 수입량은 전년대비 24.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호주, 뉴질랜드, 맥시코, 캐나다 등 CPTPP 회원국들의 쇠고기 관세가 38.5%에서 27.5%로 낮아지면서 수입량이 급증하게 됐고, 자국내 기업들의 실적 저조로 이어져 세이프가드가 발동됐다.

이를 후발주자로 참여하는 우리나라 쌀 문제로 대입하게 되면, 기존 양허제외로 두던 민감항목은 이외 농축산물 관세인하를 조건으로 유지하는 상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여기에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쌀 수출국별로 조절해야 하고, 관세부분감축 등도 회원국들의 요구대로 수용하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CPTPP 회원국간 협상에서의 요구조건 등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와의 양자협상 테이블이 예측될 수 있다. 특히 농산물 수출국들 자국내 생산자단체 요구 내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최근 내논‘CPTPP 발효에 따른 국가별 반응 및 영향’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별 생산자단체들은 농산물 수출확대를 각 해당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는 쇠고기·돼지고기 등에서 아시아 국가와의 자유무역 확대를 희망하고 있다. 멕시코는 감귤과 육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은 쌀, 과일, 수산물, 커피 등의 수출에 강점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요구조건이 예상된다.

호주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환경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는 키위시장의 확대 진출과 양고기·유제품 등에 자유무역 확대를 추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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