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고사리’

독거노인들은 제때 밥을 챙겨 먹기가 힘들다. 
먹는다고 해도 김치 하나, 간장 한 종지, 그것도 귀찮아 그저 물에 밥을 말아서 한 끼를 후루룩 때우는 어르신도 많다. 그런 사정을 잘 알기에 더욱 정성을 들여 어르신들이 씹기 좋게, 소화가 잘되는 반찬으로 준비한다.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은 지리적으로 완주군 북부지역 중심에 위치해 있다. 고려시대 봉성현, 조선시대 고산군으로 인근 6개 면의 중심지였으며 과거에는 우시장을 비롯해 5일장이 서는 큰 마을이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하나둘 도시로 빠져나가 마을 공동화 현상이 심화 되고 있다. 더불어 자녀들이 모두 외지로 나가 홀로 남겨진 독거노인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고산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관 주도로 해결할 수 없는 이러한 마을의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해결해보고자 결성된 주민 단체다. 주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으며 공동체 이름을 ‘고사리’라고 지었다. 고사리는 ‘고산면 사람들 이야기’의 줄임말이다.

 

고사리는 지난 2018년 고산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속해 있는 마을주민 22명이 뜻을 모아 첫 발걸음을 뗐다고 김희조 고사리 위원장은 설명한다.


“예부터 고산면은 자연재해가 전혀 없었던 그야말로 평화로운 지역입니다. 그래서 주민 대부분이 크게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아 남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시골이지만 도시 같은 정서가 있는 곳이 바로 고산면입니다. 세월이 흘러 주민들의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어 이제는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때가 된 거죠. 이 부분에 있어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작은 변화의 물꼬를 터보자는 취지로 고사리 공동체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마을에 완전한 주민으로 녹아들고 싶어 고사리 활동을 시작했다는 귀촌인 박미란 씨는 얼마 전 밑반찬을 전달한 어르신이 손에 쥐여준 비뚤빼뚤 맞춤법도 엉망인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늙은이에게 이렇게 잘 해줘서”라는 쪽지를 받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이렇듯 마음과 마음이 이어져 서로에게 잊지 못할 감동이 되고 있다고 김희조 위원장은 강조한다.

 

“마을 내 소외되고 결식 우려가 있는 저소득층 30가구를 대상으로 월 2회 5~6가지 밑반찬을 전달하고 있어요. 단순히 밑반찬만 배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살펴보고 외로움을 달래줄 말동무 역할까지 하고 있지요. 통계나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을 찾아내는 것도 고사리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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