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에서 20년간 배 농사…도시농업 ‘파수꾼’

서울에서 농사를? 우리나라 인구의 20%가 밀집돼 살고 있는 대도시 서울에서 농사를 짓는다니 무척이나 생소하다. 그러나 서울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일명 도시농부들은 의외로 많다.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 통계에 따르면 서울(2019년 기준)의 경지면적은 940헥타, 농가호수는 2851가구(농가인구 7586명)에 달한다.


이들은 도시의 다양한 공간을 이용해 작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기르는 과정과 생산물을 활용하는 도시농업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특히 중랑구는 도시농업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곳 중랑구에서 20년째 배를 재배하고 있는 대산주말농장 박성창 대표. 박 대표는 2002년부터 농업에 종사하면서 서울시 도시농업 발전을 이끌어 온 인물로 평가받아 2021 대한민국 농업대상 최우수 농업인상을 수상했다.

 

서울 브랜드 ‘수라배’ 품질 향상 노력 

서울특별시 중랑구 신내동 774-2에 위치한 ‘대산주말농장’은 배를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곳이다. 


박성창 대산주말농장 대표는 부친의 대를 이어 2002년부터 배 농사를 시작했다. 현재는 1만3,200㎡ 면적의 배 과수원과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복합 영농에 종사하고 있다.
농장에서 생산되는 배는 서울시 특산물 브랜드인 ‘수라배’로 소비자들에게 공급된다.


“수라배는 ‘임금에게 올리는 배’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단종이 유배를 갈 때 호송 책임자였던 왕방연이 관직을 그만두고 서울 중랑구 묵동 봉화산 아래에서 단종을 위해 재배한 데서 유래를 두고 있어요. 그만큼 감미가 높고 맛이 뛰어납니다.” 


‘수라배’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그는 특히 친환경 농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키토산을 비롯한 농업미생물 등을 사용, 전파함으로써 브랜드 농가들의 친환경 고품질 배 생산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의 교육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2017년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 인증을 획득해 2년마다 갱신을 이어가며 안전농산물 생산 노력을 실천하는 등 농업인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유기과수 시범사업의 대표농가로서 해충포획기, 페로몬트랩 등을 설치, 유기자재를 활용한 배유기재배 기술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박 대표는 서울 브랜드 ‘수라배’ 육성을 위해 친환경농업 활성화 기반 조성 지원사업, 농작물 병해충 사업 등을 충실히 수행해 도시농업과 연계 가능한 기반 기술을 확대적용 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시농업에 대한 자부심 가득

박 대표는 수라배를 생산하며 도시농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대산주말농장은 신내공원 내 자리하고 있다. 과거 봉화산 자락 신내공원 일대는 모두가 배 밭이었다. 박 대표의 부친이 60여년 전 이곳에 배 나무를 심었고, 지속되는 도시화에도 대산주말농장은 그 자리에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배 나무 분양을 받을 경우 체험 일정에 따라 꽃 따기, 열매솎기, 수확체험을 할 수 있어 대산주말농장의 인기는 상당하다. 특히 수확 철인 10월에는 배를 직접 따볼 수 있고, 작황이 별로 좋지 않아도 나무에 따라 수확량 60~90kg은 보장된다. 


“아버지께서 농사를 짓는 것을 보면서 자라다보니 자연스레 농부가 됐네요. 배 밭 주변은 오래 전 그린벨트가 풀리자 공원이 조성됐고, 이후 아파트까지 들어서는 등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됐지만 다행히 배 농장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곳, 이 땅은 제 고향이에요. 운명이 다할 때까지 배 농장을 운영할 생각입니다.”

 

도시농업 파수꾼 역할 최선

박 대표는 2019부터 2020년까지 중랑구 도시농업협동조합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조합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중랑구 신내동에 조성(2019년)된 3,461㎡ 규모의‘중랑행복1농장’의 관리 주체로 활동하면서 도시농업의 저변 확산에 기여 했다. 현재도 조합의 총무 역할직을 맡으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랑행복1농장’은  텃밭 130구좌와 딸기 스마트팜·블루베리·벼 등 체험 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랑구를 대표하는 수라배 나무도 분양하면서 배 수확 등의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작물 관리 등 재배요령 교육도 진행하며 농작물 키우기가 서툰 주민들이 손쉽게 농사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농산물 공급기능, 환경보전, 휴식·체험, 재해방지, 녹지제공 등 도시농업의 가치와 기능은 상당합니다. 농사를 직접 체험해 본 도시민들이 농산물의 귀함을 알게 되고, 농업과 농촌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된다고 봐요. 때문에 도시농업은 정통농업의 연장선에서 동반 육성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2008년 농촌지도자회에 가입, 현재 한국농촌지도자서울특별시연합회 북부지구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박 대표는“도시농업은 도시민의 전유물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을 잇는 다리”라며“도시농업 파수꾼 역할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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