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당정협의를 갖고 쌀 20만톤 시장격리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신속한 시장격리를 주장해온 농민들과 농민단체 등 농업계는 정부의 결정에 대해‘늦었지만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일단 정부가 쌀 초과 생산량에 대한 시장격리를 분명하게 밝힌 만큼 지난 몇 개월 동안 지속된 산지 쌀값 하락 추세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소비자 물가 상승 우려 운운하며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압박에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다.‘쌀 시장격리제’가 도입된 것은 농민이 원한 것이 아니다. 2019년 당시 공익직불제 도입을 추진하던 정부가 기존‘쌀 변동직불금’을 폐지할 경우 쌀값 하락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거세게 반대하던 농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제시했던 제도다.

쌀 생산량이 수요량의 3% 이상 초과하거나 수확기 가격이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쌀을 구매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쌀 시장격리제’는 이후 관련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 됐다.

2020년 공익직불제 시행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법으로 정한‘시장격리’발동 요건이 갖춰짐에 따라 농민들과 농업인단체, 여야 국회의원과 대통령 후보까지 나서서 정부에게 시장격리를 촉구한 것은‘법’을 지키라는 요구였을 뿐이다. 문제는 정부 내에 물가안정을 이유로 법을 무시하며 농민의 생존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세력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각 당의 대선 후보와 정당은 앞으로 출범할 새 정부에서는 적어도 이런 세력들이 발붙일 수 없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남은 7만 톤에 처리 계획도 신속히 결정해야 하고. 이미 국회에 발의돼있는‘쌀 자동시장 격리제’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안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궁극적으로 생산비가 보장되는‘적정쌀값’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도 필요하다. 더이상 농민의 당연한 권리가 일부 잘못된 인식을 가진 관료들의 손에 놀아날 여지를 남겨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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