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복되고 좋은 일이 일어날 기운이 충만한 해라며 신축년 흰 소의 해를 반겼던 농민들의 기대와 달리 올 한 해는 소처럼 부지런히 일만하고 생활은 나아진 것 없는 한 해였다. 년 초부터 강력한 한파로 인해 시설재배 작물들의 피해가 속출했고, 만성적인 농촌인력 부족 문제는 정부의 외국인 숙소 기준 강화 조치로 더욱 악화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농업인 재난지원금은 농민단체들과 지방의회 등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이하면서 오르기 시작한 인건비는 일 년 내내 농민을 괴롭혔고, 비싼 인건비를 주고도 일손을 구할 수 없어 수확을 포기하는 사태도 속출했다. 5월 강수일수가 5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유례없는 폭우와 태풍, 우박, 폭염, 가을장마 등으로 인해 침수와 낙과, 생육부진, 농지 유실, 각종 전염병 창궐 등도 쉴 틈 없이 농민들을 괴롭혔다.

자연재해를 겪고 맞서 싸우는 것은 농부의 숙명이지만, 농산물 가격이 오를만하면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가격 하락을 유도한 정부 정책으로 인해 농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도 했다. 공익직불제 시행 2년이 되었지만, 농사를 짓는데도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고, 법으로 규정한 쌀 시장격리제도 역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올해보다 나은 내년이 기대된다면 그나마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입 선언으로 인해 이런 기대조차 무색해졌다. 당장 내일 세상이 무너져도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농민이다. 앞으로 최악의 농산물수입개방 압력이 닥칠 것을 생각하면 맥이 빠지지만 농민들은 항상 새봄이 오면 얼어붙은 땅을 뒤집고 새 생명을 키워왔다.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한 농민들에게 감사하며 내년엔 농민들이 흘린 땀방울을 헛되이하지 않은 나라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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