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렸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관련 농업분야 얘기가 하나씩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입장에서는 통상절차법에 따른 국내 비준 절차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설명회를 갖는 모양새다. 타 산업분야는 비일비재한 CPTPP 간담회를, 농식품부는 지난 21일 처음 가졌다.

통상절차법에 의거한‘형식적인’설명회 차원으로 보인다. 형식적이라고 지적한 이유는, 미국 개입으로 2009년부터 시작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때부터 단 한차례도 농업관련 논의자리를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절차법에 따르면 FTA 가입절차는 비공식협의를 갖고 가입의향서 제출, 가입절차 개시 결정, 가입 협상 진행, 가입 여부 결정 등의 순서를 밟는다.

국내 절차 또한 통상협상이 시작되기 전, 경제적 타당성 평가를 내려야 하고, 공청회를 거치며 계획 수립 및 국회보고가 필요하다. 절차상, 피해가 확연히 예측되는 농업분야를‘패스’하고 싶어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아니면 법 위반이 된다. 농식품부는 2022년 연초부터 농업분야 업종별, 산업별 설명회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 21일 농민단체가 참석한 농정협의회에서 조만간‘의견수렴’자리를 갖고 CPTPP에 대한 소통이 있을 것이라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농민단체들은“CPTPP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이고, 정부측의 농업분야에 대한 언급도 없는데 무엇을 알고 의견을 내겠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정부 관계자의 답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분명 CPTPP 가입은 농축산물의 추가적인 개방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부는 CPTPP 가입의사를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한 뒤에야, 현장 농민에게 의견을 듣겠다고 판을 벌이고 있다. 모든 사안은 철저히 장막에 가려놓고 요식적인 농업계 설명회를 운운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병해충이 발생한 국가의 농산물을 수입하더라도, 검역 기준이 되는 지역화·구획화라는게 무슨 단위인지 이해조차 어려운 농민들에게 의견을 듣겠다고 한다. 정부는 방대한 CPTPP 수입물결이 턱밑에 와서야 농민들에게 채비를 얘기한다. 살리는 일인가 죽이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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