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산물 우선 구매 조항은 ‘경쟁제한’ … 업자간 담합 유발할 수도”

생산자  “소농보호와 지역농산물 경쟁력 강화에 중요”반대입장
지자체  “현장 모르는 판단… 로컬푸드와 푸드플랜으로 접근해야” 
전문가  “학교급식+지역농산물은 식생활교육의 출발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학교급식에서 지역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학교급식 조례 등)가‘사업자차별’에 해당하는 ‘경쟁제한’ 이라며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학교급식 현장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개선’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속뜻은 ‘폐지’ 로 해석할 수 있는 정황도 포착돼 논란을 더하고 있다. 


공정위가 학교급식 조례를 차별로 판단하는 근거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제한적 조례·규칙 등에 대한 운영실태’ (이하 연구용역)이다. 해당 연구용역은 지난 2013년에도 동일한 제목과 동일한 연구책임자에 의해 수행된 바 있으며 당시 연구용역에서는 직접적으로‘폐지’라고 명시했다. 


본지가 2013년의 연구용역 전문을 입수하여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연구용역에서는 ‘안동시 학교급식 지원 조례’ 를 지적하며 “지역농산물을 우대해주는 조항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되어있다. 폐지되어야 한다고 지적됐던‘안동시 학교급식 지원 조례’의 해당 규정은 2021년 12월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공정위가 내세운 근거는 한국규제학회가 지난 2021년 4월 6일부터 10월 5일까지 전국의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의 조례 및 규칙에서 총 672건을 경쟁제한적 요인으로 발굴하고, 규제유형별로 △진입제한 270건(40.2%) △사업자차별 316건(47.0%) △사업활동제한 21건(3.1%) △기타 65건(9.7%)으로 구분한 연구용역이다.

특히 공정위는 “대전시, 광주시, 울산시 등 165개 광역·기초자치단체는‘학교급식에서 지역의 농수산물을 우선 구매토록 하는’등의 조례·규칙을 운영하고 있다”면서‘○○군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를 사례로 들며“특정 행정구역내의 농수산업자와 그 외 지역 생산자를 차별하는 것은 타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의 공급 기회가 차단되고, 소수의 관내 공급업자간 담합을 유발할 가능성을 키우는 문제가 있다” 는 연구용역의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공정위에 연구용역의 전문공개를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지자체가 직접 언급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당장 언론에 전문을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면서“해당 연구용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경쟁제한 체크리스트를 기준으로 분석된 결과”라고 밝혔다.


학교급식 조례가 차별이라는 공정위의 입장에 대하여 학교급식 현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학교급식에서 지역농산물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공공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소농을 보호하고 지역농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판로 확보를 위한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로컬푸드 활성화와 도농소통, 식생활교육 등의 다양한 효용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의 개선과 먹거리 선순환 체계 마련 등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는 지난 15일 공정위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는“공정위와 해당 연구용역을 맡은 학국규제학회는 학교급식의 공공성과 조달체계 등에 대하여 몰이해와 심각한 무지를 드러냈다”면서“전세계적으로 이른바 로컬푸드라는 개념은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이는 시민운동 차원 뿐 아니라, 법적 행정적으로 정착되어 있으며, 현 정부에서도 매우 구체적으로 지역푸드플랜 정책을 추진하여 지역먹거리 순환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지역농산물은 보통 각 지자체의 학교급식지원센터(납품업체)를 통해 공급되며, 납품업체는 대부분은 지역농협, 조합공동사업법인, 농업회사법인 등의 법인사업자이다. 학교급식지원센터(납품업체)는 계약재배 또는 직매입 등의 방식으로 구매한 농산물을 인증된 전처리 시설에서 세척, 소분, 절단, 포장 등의 가공 후, 각 학교에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계약재배의 경우 지자체별로 관내 생산농가 출하회를 조직하여 품목별로 수급계획을 수립하여 공급되고 있다. 일례로 경기도의 경우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농산물의 66%를 지역농산물로 공급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에서 감자, 마늘, 실파 등을 경기친환경유통센터와 고양시학교급식지원센터에 출하하고 있는 양정현 농가는 “학교급식에서 관내 농산물을 우선 사용하는 것은 지역농가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 이라며 “정부가 로컬푸드와 푸드플랜 사업 등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지역농산물을 먼저 소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불필요한 경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지역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라고 전했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충남 당진시청 농업정책과 지역급식팀 오정균 주무관은 “공정위의 입장은 학교급식과 지역농업,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노력 등 현장을 모르는, 현실과는 너무나 괴리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오 주무관은“학교급식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지역농산물에 대한 계약재배나 매입 등의 거래실적이 확인되어야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면서 “당진시의 경우 시·군단위의 지역농산물을 우선 구매하고 있으며, 물량이 부족할 경우에는 인근지역으로 구매범위를 확대(충남→전국) 한다” 고 밝혔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정위의 연구용역이 처음도 아니고, 강제성도 없다” 면서 “(연구용역이) 정부의 지자체 평가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의 평가지표에는 학교급식과 지역농산물 활용, 로컬푸드 지원 등에 관한 항목도 있기 때문에 상충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향후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학교급식에서 지역농산물을 우선 사용하는 것이 식생활교육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8년 ‘일본의 학교급식과 지역 농산물의 이용’ 을 연구한 권수현 박사는 “일본의 경우 학교급식의 목적에 먹거리 교육이 추가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산 또는 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지역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이용하는 것은 1차 산업인 농업과 2차 산업인 가공·유통, 3차 산업인 먹거리교육 등의 모든 것을 고려해야할 6차 산업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하여 공정위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 김현수 사무관은“해당 연구용역은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3개년에 걸쳐 개선과제로 선정될 예정이며, 개선과제가 되면 행정안전부의 지자체 평가지표로 활용된다”면서“평가지표의 이행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평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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