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1일 발효되는 세계 최대 다자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의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정부의 농업 피해 예측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알셉으로 인한 농업 피해 규모를 연평균 77억원, 20년 누적 1,531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것에 대해 계산 가능한 부분에 한하여 매우 보수적으로 추정된 수치라는 내용이 포함된 보고서를 발표했다.

식품기업에 중간재로 공급되는 국산 농산물이 수입산 농산물로 대체될 소지가 있는 ‘누적 원산지 조항’과 같이 농업 부문의 변화가 농업 바깥의 변수들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가 다시 농업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것 등을 포함해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예상 피해 규모가 지나치게 과소 평가됐다며 비준 반대를 표명한 농업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무역협정으로 발생하는 농업 부문 피해 규모 산정이 중요한 것은 향후 정부의 농업예산 편성과 주요 정책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알셉 피해 대책으로 내년부터 10년간 농업분야에 총 1,58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한다.

피해 예상액 보다 많은 지원을 한다는 입장이다보니 농업계의 추가 대책 요구를 귀담아 들을리 만무하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농식품부가 알셉 피해 대책으로 신청한 국내 농산물 초등돌봄교실 과일 간식 지원사업과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사업 등이 빠진 것도 결국은 실제 피해 규모보다 작게 계산된 농업피해 규모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알셉보다 농업 부문 피해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농업부문 피해 규모를 다시 산정하고 추가 대책을 농민들에게 제시하지 않을 경우 당장 알셉의 국회 비준은 물론 CPTPP 가입도 순탄치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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