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문재인대통령은 이달 11일 농업인의날에 SNS를 통해 기념사를 게재했다. 17년만에 대통령이 참석하고 그것도 청와대 앞마당에서 농업계를 끌어안던 지난해 농업인의날 기념식과는 다르다. 이것 하나만 가지고도 천양지차로 비교된다. 기념사도 명암이 갈릴 정도다. 농산물 자조금 사업 확대 방안을 얘기했고, 농촌공간계획중에 주거환경 등의 시설농촌을 약속했다. 귀농귀촌 프로그램 소개도 했고,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지난해에 그랬다. 이때 농민단체들은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의 이러한 모습에 대해 환영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올해 기념사는, 첫 문장부터 우리의 농업분야와 동떨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농업인) 덕분에 안전한 먹거리와 함께 방역도 경제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일년 내내‘방역 책임론’에 묶여서 생활하고, 경제사정은 물어보기가 어려울 지경인데, 무엇을 지켰다는 얘긴지 이질감이 생길 정도다.

농식품 수출액이 늘었고, K-푸드가 한류로 거듭났다고 자랑한 대목도 농민 입장에선 그저 그렇다. 공익직불제, 농산물 소비진작 등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귀농귀촌 가구가 늘었다고 했고, 새로운 세대의 매력적인 일자리를 농업농촌에서 찾겠다고 했다. 각각 추진력과 성과가 공존하는 정책과제로 보기에는 무안한 항목들이다. 


대통령 기념사에는 수입개방으로 무슨 농사를 지을지 고민하는 현장 얘기는 빠졌다. 농산물 가격 폭락에 매번 소득 향상의 기회를 상실하는 농촌 현장을 쓰다듬는 섬세함은 없다. 매년 같은 예산으로 답보상태인 공익직불제에 대해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 큰 그림조차 내놓지 못했다. 


문 대통령 기념사 끄트머리에, ‘손마디가 굵어져야 알곡이 여물고 과일이 익습니다’라고 적혀있다. 말은 맞다. 그러면 문 대통령은 정권 마무리쯤에서 생각할 때, 농정의 알곡이 여물도록 손마디를 고생시켰는지 역질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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