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애’ 간편하게 먹고 암환자 영양·면역력 ‘쑥’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농업기초과학 연구와 현장적용 실용기술 연구·개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농업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국립농업과학원은 튼튼한 기초기술, 맞춤형 응용기술 개발로 고객수요를 충족하는 최고농업연구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본보는 국립농업과학원의 우수한 연구 성과 중 ‘홍잠의 치매와 파킨슨병 예방 및 치료효과 구명’ , ‘식용곤충(고소애) 이용 암환자 치료 메디푸드 개발’, ‘토종벌 질병 저항성 신품종 육성 및 품종 보급’, ‘작물 건강관리 미생물 실용화 기술 개발’ 등을  4회에 걸쳐 소개코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Ⅰ. 홍잠의 치매와 파킨슨병 예방 및 치료효과 구명
Ⅱ. 식용곤충(고소애) 이용 암환자 치료 메디푸드 개발
Ⅲ. 토종벌 질병 저항성 신품종 육성 및 품종 보급
Ⅳ. 작물 건강관리 미생물 실용화 기술 개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쳐 식용으로 승인한 곤충에는 식용누에(애벌레 및 번데기), 백강잠(백강균 감염누에), 벼메뚜기, 갈색거저리, 쌍별귀뚜라미, 흰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 아메리카왕거저리 등이 있다. 이들 중에서 갈색거저리(mealworm)는 지난 2016년 식용곤충으로 승인됐다. 건조해 먹으면 고소한 맛을 낸다고 해 ‘고소애’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유충은 몸길이 28∼35㎜, 몸 너비 3∼4㎜, 무게 0.2g의 작은 곤충이다. 생활사는 알(7일), 유충(90∼120일), 번데기(7∼14일), 성충(30∼40일) 단계를 거치며 유충일 때 식용으로 사용한다. 온도 28℃, 습도 60%로 조절되는 실내에서 사육하고 먹이는 주로 밀기울이며 수분 공급을 위하여 때에 따라 채소나 과일을 먹이기도 한다.

 

 

영양 한가득 ‘고소애’

고소애의 영양성분은 단백질 53%, 지방 31%, 탄수화물 9%, 기타 7%로 구성돼 있다. 특히 단백질은 일반 육류나 생선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높고 총 지방산 중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이 75% 정도로 많다. 


유충상태로 100일 정도 사육 후 내장을 비우기 위해 절식이라는 과정을 2일 정도 거치며 이후 수확 선별해 마이크로웨이브 등의 건조기로 건조한다. 건조 고소애를 그대로 먹으면 꼭 새우깡 맛이 나며 한번 먹으면 자꾸 손이 가는 것도 새우깡과 비슷하다.


생산된 고소애가 유통되는 방법으로는 건조 고소애에서 기름을 빼내고 곱게 갈아서 만든 분말형태, 또는 보통 5% 이내의 분말을 첨가한 고소애 누룽지, 떡, 과자 등의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단백질 보충제나 건강 간편식으로 개발돼 유통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식용곤충 고소애가 암 환자의 영양상태 개선과 면역력 향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농촌진흥청, 강남세브란스병원 박준성 교수팀) 고소애 품귀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소애’ 암환자 영양·면역 향상 효과

농촌진흥청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박준성 교수팀은 공동으로 고소애를 활용한 병원 식사, 영양 상태와 면역에 대한 임상 영양 연구로 진행했다. 연구팀은 2016년에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연구에 동의한 20명에게 수술 후 3주 동안 고소애 분말을 사용한 식사를 제공하고 대조군 14명에게는 기존 환자식을 3주간 제공했다.


그 결과 고소애식을 먹은 환자는 기존 환자식 대비 평균 열량은 1.4배, 단백질량은 1.5배 높았다. 또 근육량 3.7%, 제지방량(근육과 골격)이 4.8% 늘고, 환자의 영양 상태 지표(PG-SGA)도 높았다.


전체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에 이어 추가 연구로 췌담도암과 간암 환자 109명을 대상으로 고소애식 연구를 진행했다. 49명은 수술 후 2개월간 식사와 함께 고소애 분말을 섭취하고 대조군 60명은 미숫가루를 섭취한 결과 열량 섭취율은 차이가 없는 반면 단백질 섭취율은 고소애 섭취군이 약 1.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환자의 영양 지표 중 건강한 세포막의 상태를 반영하는 위상각(Phase angle)의 변화량(수술 후 첫 외래→ 복용 종료 시점)이 고소애를 먹은 환자군에서 2.4% 높게 나타났다. 면역세포 중 자연살해세포(NK cell)와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cell) 활성도가 고소애 섭취 환자군에서 각각 16.9%, 7.5% 늘어 면역력도 향상됐다.

 

 

누룩 이용한 고소애 단백질 추출 공정 개발

농진청은 한발 더 나아가 국산 발효제인 누룩을 이용해 단백질 함량은 25% 늘고 지질 함량은 2%로 줄어드는 고소애 단백질 추출 기술을 개발했다.


누룩은 전통주를 빚는 데 사용하는 우리나라 대표 발효제이다. 누룩에는 다양한 식품 미생물이 서식함으로써 단백질 분해활성도가 우수해 식용곤충의 단백질을 추출하는데 유용할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연구진은 다양한 누룩 중 단백질 분해 활성이 가장 뛰어난 조합을 탐색해 추출 공정을 완성했다.


고소애 분말과 누룩 추출물을 섞어 적당한 온도로 반응시키면 누룩에 함유된 다양한 효소가 작용해 곤충 속 단백질이 저분자화 돼 물에 녹는 형태로 변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이 과정을 거치면 곤충에 함유된 지방층이 분리돼 제거가 쉬워진다.
이렇게 물에 녹은 곤충 단백질을 침전물과 분리해 농축·건조하면 물에 잘 섞이는 농축액·가루로 생산돼 다양한 식품 가공용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농진청이 이 기술을 적용해 제조한 고소애 단백질 분말의 일반 성분을 확인한 결과 100g당 단백질 함량이 일반 고소애 분말보다 25%가량 증가했으며 지질 함량이 30%에서 2%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리 아미노산 중 총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2배, 근육 관련 신체활동에서 중요한 분지 사슬아미노산(BCAA)인 류신·아이소류신·발린의 합이 3.2배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농진청은 단백질 보충용 파우더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 먹거리를 넘어 치유농업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곤충산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국내 곤충산업은 그동안 식용·약용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국내 곤충시장 규모는 2018년 2,648억원에서 2030년에는 6,309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곤충 사육 농가도 2014년 464개에서 2018년 2318개로 5배가량 증가했다.


곤충은 전통적인 교육·애완산업에 더해 최근에는 치유산업 쪽으로도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농진청은 농업 분야가 단순히 먹거리 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행복과 육체적·심리적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치유 곤충에 대한 연구와 관심은 그 일환이다. 실제로 곤충이 인간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