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단양군 ‘산위의마을 영농조합법인’

충청북도 단양군, 꼬불꼬불 산길 끝자락에 위치한 산위의 마을. 외부 사람들이 드나들기 힘든 인적 드문 곳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매일 정겨운 웃음소리와 노랫가락이 가득하다. 마을 어르신들이 마을회관에 삼삼오오 모여 서로 사진을 찍거나, 신명난 풍물놀이 한바탕을 벌이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에게 공동체 모임은 고단하고 적적한 농촌생활의 단비이다.

 

 

‘산위의마을 영농조합법인’은 귀농·귀촌한 주민 13명과 토착민 7명, 총 20명으로 이뤄진 공동체이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시골마을에 활기가 띄기 시작한 건 지난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희망재단이 지원하는 공동체 사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풍물놀이와 사진교실을 진행하며 마을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꾸준한 참여와 관심에 힘입어 약 1년 만에 자립 공동체로 거듭났다.
흥이라면 한가락 하신다는 마을 어르신들. 풍물놀이를 할 때면 적적한 산골 생활에 묻어뒀던 끼를 마음껏 펼친다.

 

집에 있는 북과 꽹과리를 직접 가져와 참여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열정뿐인가. 실력도 출중하다. 재작년 충청북도 ‘우리 공동체 뽐내기’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마을 행사가 있을 때면 풍물동아리는 그야말로 분위기 메이커. 신명 나는 가락에 맞춰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웃고 즐기는 화합의 장이 펼쳐진다.


사진교실인 보발리 사진관은 스마트폰 배우기에서 출발했다. 마을 주민들의 견문과 소통을 넓히고자, 귀농·귀촌한 주민분의 재능기부로 수업을 시작해 사진 동아리로 발전했다. 활발한 활동이 외부로 알려지며 충청북도 단양군 평생학습 박람회에 초청받기도 했다.

 

 

보발리 사진관 활동은 주민들에게 큰 감동과 힐링을 주기도 한다. 남편이 하늘나라로 떠난 뒤 우울감에 빠졌던 부녀회장님. 아름다운 풍경을 손수 찍고, 사진에 어울리는 글을 쓰며 평안한 일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고 그녀를 지켜본 ‘산위의 마을 영농조합법인’ 김성신 사업담당자는 전한다.


“부녀회장님 경우엔 열여덟인가 시집와서 칠십 넘도록 농사만 지으셨다고 해요. 의지할 곳이라곤 남편뿐이었는데 얼마 전 돌아가신 후에 많이 외롭고 우울해하셨죠. 다행히도 사진이 큰 위로가 됐다고 하셨어요. 좋은 풍경에 어여쁜 얼굴을 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다고요. 그 말이 참 감동이더라고요.”

 

 

또 ‘추억사진 찍어주기’라는 연간 행사도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이날 주민들이 모델과 작가가 되어 서로서로 꾸며주고 사진도 찍어준다. 호박잎에 도라지꽃 부케를 곱게 들고 한 컷. 논밭에서 온 가족 옹기종기 모여 한 컷.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마을 사람들의 표정을 차곡차곡 앨범으로 쌓아가는 중이다. 


어엿한 자립공동체로 자리 잡은 ‘산위의 마을 영농조합법인’. 공동체 활동의 추억들을 생생하게 기록하고자 영상 동아리도 추진할 계획이다. 마을주민들의 뜨거운 흥과 열정, 그리고 훈훈한 감성이 오래도록 식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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