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 만희농장

소 뛰어놀 운동장에 2.8배 넓은 축사
유기축산이 근본…지난 5년 폐사 없어

 

 

한우 부문 첫 동물복지축산농장이 탄생했다. 유기한우 인증 농가가 많은 전남 해남지역 <만희농장>이다. 전국 한우농가 중에서 유기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곳은 올해 1월 기준 34곳에 불과하다. 해남에는 아홉 농가다. 시·군 기초자치단체로는 가장 많다. <만희농장>이 함께해온‘땅끝유기한우영농법인’소속 농가들이다.


유기한우 인증도 까다롭지만, 동물복지 인증은 더하다. 문턱이 높을 뿐 아니라 인증농장 관리나 지원체계도 미흡해 굳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동물복지 인증 축산농장은 325곳이다. 이마저도 닭에 쏠렸다. 산란계 농장 중에서 172곳(18.0%), 육계 113곳(6.1%)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젖소 22곳(0.3%), 돼지 17곳(0.2%)이 전부다. 동물복지 한우농장은 <만희농장>이 유일하다.
 

무항생제축산물·해썹·유기 한우 인증
깨끗한 축산농장 & 녹색축산농장 지정
올해 동물복지농장 인증, 백화점 납품

 

▲동물복지 한우농장 전국 1호인 해남 은 가족 공동경영체다. 사진 왼쪽부터 김성희·양만숙·김소영 대표.
▲동물복지 한우농장 전국 1호인 해남 은 가족 공동경영체다. 사진 왼쪽부터 김성희·양만숙·김소영 대표.

 

 유기축산 지속하며 동물복지 도전


<만희농장>은 양만숙·김성희 씨 부부와 딸 김소영 씨가 함께 가꾸고 있다. 역사는 짧다. 부인 양만숙 씨가 2008년 한우 두 마리로 시작했다. 짬을 내서 거들던 남편 김성희 씨가 40년 공직에서 은퇴해 2012년부터 농장에 본격적으로 결합했다. 이태가 지난 2014년 귀향한 김소영 씨가 공동대표로 영입됐다.


짧은 농장 역사에 견주면 이룩한 것이 많다. 현재 번식우 70마리를 포함해 모두 170여 마리의 한우를 키우는 <만희농장>은 무항생제축산물 인증, 유기축산농장 인증, 해썹(HACCP: 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 인증을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환경관리원이 선정하는‘깨끗한 축산농장’, 전남도 지정 ‘녹색축산농장’이기도 하다. 

 

무슨 인증이란 인증은 다 받느냐고 따질 만도 하다. 그러나 그럴만한 철학과 신념이 그 많은 ‘업적’을 지탱하고 있다. 이 가족은 처음부터 자연과 사람, 사람과 동물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농장을 꿈꿨다. 소를 ‘식구’로 여긴다.


김소영 대표는 “한우는 단순히‘경제 동물’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 가축이라고 생각해요. 소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면 제 아이들도 그렇고, 모두 함께 행복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부녀가 함께 순천대학교 농업마이스터대학 한우과정을 다녔다. 사양기술 습득은 물론 사람과 동물 모두가 행복한 농장을 가꾸기 위해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해남군농업기술센터, 전남 한우산학협력단, 축협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수료했고 전국 한우 명인과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기술을 사사했다.


유기 한우 인증기준은 꽤 까다로운데 혜택은 크지 않았다. 생산비는 일반 농가에 견줘 더 들 수밖에 없는데 들어오는 수익은 매일반 다르지 않으니 손해를 보는 기분이었다.


“유기축산 인증을 받았지만, 판로를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판로가 없으니 비싼 유기 사료를 먹이고도 일반 한우로 출하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죠. 그러다 대형매장에서 동물복지 인증 달걀이 높은 가격에 잘 팔리는 것을 보고, 인지도가 높은 동물복지 인증을 한번 받아보자 결심했습니다.”


김성희 대표는 유기축산을 바탕으로 동물복지농장 인증에 도전했다. 동물보호법의‘동물복지축산농장’인증 조항과 기준을 숙지하고 2년간 준비했다. 축사면적을 늘리고, 소들이 바로 드나들 수 있는 운동장을 네 곳 만들었다. 전인미답의 길이기에 쉬운 일 하나 없었다.


동물복지는‘자유로움’과 일맥상통했다. 법에서도 ‘동물 본래의 습성에 가깝게 사육·관리하고,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며, 동물의 복지를 증진해야 함’을 원칙으로 제시한다. 갈증과 배고픔, 영양불량, 불안과 스트레스, 통증·부상이나 질병, 불편한 행동 등으로부터 자유롭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동물복지의 기본이다.

 

운동장
운동장

 

사료의 30% 이상 조사료 제공 의무


닭, 돼지에 이어 2015년 동물복지 인증제도가 도입된 한우의 경우 지난 5년간 인증농장이 전혀 없었다. 사육밀도 등 여러 기준이 쉽지 않지만, 무엇보다 소의 먹이로 조사료를 30% 이상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이 현장에서는 어렵게 다가왔다. 사양기술과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마저도 완화된 기준이다. 애초 동물복지 인증기준은 사료의 40% 이상을 조사료로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한우농가의 현실적인 사육여건을 고려해 2018년에 현재 기준 30% 이상으로 바꿨다. 출하 전 6개월은 급여 사료의 15% 이상을 조사료로 제공하면 된다.


안전성이 검증된 유기질의 사료를 얻기 위해 국내외를 누볐다. 1만여 평 초지에 수단그라스와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를 유기 재배하고, 땅끝영농법인 농가들과 인근 대단위 간척지에 사료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도 부족해 러시아 아모르 주에서 콩, 귀리, 밀, 옥수수 등 유기농 사료용 곡물을 수입해온다.


사육밀도는 유기축산 인증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더 엄격했다. 번식우는 마리당 10㎡ 이상을 확보해야 하고 비육우는 7㎡, 송아지는 2.5㎡가 최소 소요면적이다. 깔짚도 기준이 있다. 번식우는 5㎡, 비육우 3.5㎡, 송아지 1.5㎡ 이상의 깔짚을 제공해야 한다. 마리당 최소 소요면적과 같은 면적의 운동장도 있어야 한다.


<만희농장>은 축사 4동 전체면적이 3천310㎡(약 1천 평)이며 운동장도 축사별로 4곳이 맞닿아있다. 사육 마릿수 170마리로 단순계산해도 1마리 평균 점유면적이 19㎡(약 5.7평)에 달한다. 가로세로 4m*8m(면적 32㎡)의 칸에 대개 소 두 마리가 생활하고 운동장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했다.


<만희농장>에서는 지난 5년간 한 마리도 폐사하지 않았다. 먹이부터 행동, 질병 관리까지 소들이 편하게 생활하도록 보장해준 덕이다. 특히 유산균과 면역증강제, 유기농 완전발효사료(TMF)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송아지 설사도 크게 줄었다.
송아지가 태어나면 곧바로 탯줄 소독과 함께 체중을 재고, 유산균과 면역증강제를 먹인다. 그러고서야 초유를 먹을 수 있게 어미소와 함께 둔다. 유산균은 사람이 먹는 제품을 1주일간 먹인다.


유기농 완전발효사료가 급여기준이 된다. 생후 3일에 입질 사료를 주고, 생후 2개월부터는 유기농 배합사료와 조사료를 섞어 발효한 완전발효사료를 조금씩 섞어 먹인다. 생후 70일에 젖을 떼고, 생후 3개월이 지나면 완전발효사료 위주로 먹인다.


사료는 소량으로 하루 대여섯 번 먹도록 한다. 대신 직접 수확한 유기농 라이그라스를 항시 구유 한쪽에 두고 언제든 먹을 수 있게 했다. 여러 번으로 나눠주다 보니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롭지만, 소화흡수율이 높아지고, 사료 허실과 분뇨 발생이 꽤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미생물 살포  제제
미생물 살포  제제
사육 밀도
사육 밀도

 

현대백화점에 납품, 최근 최고가 판매


운동장은 동물복지의 한 축이다. 비육우는 14개월령까지만 운동장을 이용하게 하고, 그 이후부터 가로세로 4m*8m의 우방에 두 마리씩 생활하게 둔다. 번식우는 언제든지 운동장을 오갈 수 있도록 하고 축사 내 칸막이도 없애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번식우는 운동량이 많을수록 난산의 위험이 줄어들고, 송아지도 건강하게 생산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성희 대표는 야외 운동장에서 햇볕을 충분히 쬐며 생활한 번식우는 발정도 잘 나타나고, 그 덕에 번식성적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축사 내부는 안개 분무기를 이용해 주기적으로 미생물 소독을 해준다. 해남군농업기술센터가 제공하는 유산균을 비롯해 고초균, 효모균, 광합성균, 질화세균 5종을 섞은 미생물제제다. 여름철 무더울 때는 30분마다 3분씩 안개 형태로 자욱하게 뿌려주면 축산냄새가 줄고 파리와 모기 같은 해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예상대로 동물복지 인증을 획득한 이후 판로 확보와 출하 성적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에서 전국 유일의 동물복지 인증 한우임을 강조, 직접 영상을 제작해 매장에서 상영하기까지 했다. <만희농장>은 달마다 2마리, 추석 명절에는 6마리를 납품하는 계약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맺었다.


<만희농장>은 5월 하순에 처음으로 동물복지인증 한우 5마리를 출하해 비교적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뒀다. 유기 한우 인증을 받고도 저가에 납품하던 것에 견주면 훨씬 높은 가격에 계약이 이뤄졌다. 다만 동물복지 인증기준에 맞게 운송하고 도축하는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실 때문에 관련 비용도 많이 들고, 일 진행이 수월하지 않은 점은 못내 아쉽다.


그래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축산물의 가치를 소비자들이 인정해주는 듯해 뿌듯하단다. 첫 출하 때 압구정 현대백화점에서 등심 1㎏이 37만8천 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복지 인증 돼지고기와 닭고기 매출이 전년도에 견줘 253.1% 늘었다. 최근 5개월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0% 이상 많다.


김성희 대표는 “사람과 자연, 동물이 상생하는 농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자 목표”라며 동물복지 한우농장 전국 1호라는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운영하고, 선험자로서 동물복지 축산농장을 인증받으려는 한우농가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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