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풍경·자원 활용한 치유농업 각광
농업·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주목
농업과 보건·의료·복지 분야 등과 협업해
국민건강 개선, 치유농업 성장 동력 확보해야

 

 푸르른 숲, 자연경관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의 안정감을 느낀다. 
삭막하고 복잡한 도시, 회색빛 빌딩숲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이다. 
그래서일까. 도시민들은 항상 자연을 갈망한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 농촌에서 휴식을 취하기 원하고, 귀농·귀촌을 꿈꾼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데‘치유농업’이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며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농업·농촌에서는 치유농업이 새로운 소득원으로 주목받으며 치유농업을 하고자 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충청북도광역치매센터와 충청북도농업기술원이 인증한 치매전문 치유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충청북도 청주시‘더자람농장(대표 조동순)’을 찾아 치유농장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농촌자원 활용해 신체·정신 활성화시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더자람농장으로 들어간다. 조동순 대표를 따라 어르신들이 불편한 몸을 조금씩 움직인다. 간단한 스트레칭이지만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새들의 소리를 반주 삼아 몸을 움직이니 찌뿌둥했던 몸이 금세 풀린다. 텃밭으로 이동해 어르신들이 며칠 전에 심어놓은 농작물들을 살피고 가꾼다. 날이 좋을 때는 동네 한 바퀴 산책도 한다. 몸을 움직여 출출해진 속을 달래기 위해 농장 곳곳에 심어진 꽃을 따서 꽃비빔밥과 화전을 만들어 먹는다.


단순한 농촌체험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이러한 활동에는 특별함이 있다. 치매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인 것.
치유농업이란 농촌의 자원을 이용해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제공해 국민의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산업을 말한다. 예를 들면 농사를 짓거나 농산물을 키우다 보면 치유효과가 생기는데, 이를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각 농장이 가진 자원과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더자람농장은‘원예’치료프로그램을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더자람농장은 치매전문 치유농장으로, 자연이 주는 생명력과 계절 변화를 관찰하고 식물자원을 가꾸고 활용하는 신체적 활동을 통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대상자인 치매환자들의 감각기관을 충분히 자극해 신체·정신을 활성화시키고 인지능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다.

 

 

치유농업, 치매예방에 효과적


실제로 치유농업은 치매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치유농업에 참가한 어르신들의 인지능력은 19.4%, 기억력과 장소를 인식하는 지남력은 각각 18.5%, 35.7%가 향상됐다. 대상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기억장애문제는 40.3% 줄었고, 우울감은 68.3% 줄어 정상 범위로 회복됐다. 치유농업의 소재인 식물자원을 가꾸고 활용하는 신체적 활동을 통해 감각기관이 충분히 자극받으며 인지적, 사회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동순 대표는“치료약이 없는 치매는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실내공간보다는 자연과 함께 탁 트인 공간에서 오감을 자극 시켜주는 치유농업은 치매예방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경험’위주의 농사체험, ‘건강증진 목적’의 치유농업과 전혀 달라

치유농업의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며 농업·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많은 농장들이 치유농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 프로그램은 체험 위주의 농장이 많고, 체험과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장정희 농촌진흥청 치유농업추진단장은“농촌체험 프로그램과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명백히 다르다”고 딱 잘라 말한다. 장 단장은“농촌체험 프로그램의 경우‘경험’이 주를 이루는 것이라면, 치유농업프로그램은‘건강증진’을 목적으로 두고 대상자의 상태를 진단해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처방’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험하기 위한 단순 농사 체험이 아닌, 건강증진을 위한 진단과 처방이 이뤄지기 때문에 치유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장 단장은“치유농장의 농장주는 농업은 물론, 복지, 상담,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지식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면서 “치유농장의 전문성과 품질은 농장주의 역량에 좌우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동순 대표도 농장주의 역량을 강조했다. 조 대표 역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입학해 원예치료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복지원예사 1급, 유기농기능사, 원예기능사, 도시농업관리사, 식물조경교원자격증 등을 갖고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치유농업이 그만큼 폭넓은 지식을 요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농사체험처럼 농업의 기본틀만 가지고 시작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농장의 환경조성도 중요하다고 조 대표는 덧붙였다. 조 대표는 “동물, 식물, 곤충 등 치유농업을 하는 매개는 다양하지만, 어떤 매개가 됐건 주변환경을 정비해 농장에 오면서부터 치유가 될 수 있도록 볼거리, 쉴거리가 마련돼야 한다”면서“농장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화단과 쉴 수 있는 정자를 만들고, 치매어르신들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통로와 화장실 마련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더자람농장 조동순 대표
더자람농장 조동순 대표

 

치유농업 활성화,지속가능한 수익구조 마련돼야
1990년대 원예치료라는 말로 태동된 우리나라의 치유농업은 2013년 즈음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해 현재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2020년 3월 25일‘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치유농업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화하는 길이 열렸으며, 조례를 제정해 지원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치유농업이 잠깐의 이슈로 지나치는 것이 아닌 국민건강과 농업발전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의료, 보건, 복지, 교육 분야 등과 융합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정희 단장은“산업이 활성화되려면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복지제도와 결합 돼야 한다”며“노인 장기요양 보험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사회서비스와 치유농업이 결합되면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수완 전북대병원 기능성식품임상시험지원센터장은 치유농업이 건강보험 급여 의료수가로 인정받아야 한다면서“현재는 치유농업행위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건강보험 급여 의료수가로 인정받기엔 미흡한 실정”이라며“치유농업이 건강심사평가원의 비급여항목의 인정요건에 부합하도록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자료 확보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동순 대표는“의료수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것은 물론, 치유농업을 하고자 하는 국민들이 돈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의 안정적이고 수준 높은 치유농업이 될 수 있도록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농장주들의 역량개발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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