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같어선 마늘밭이 당장 핵폭발이라두 났으면 좋겄슈”

 

정부는 농산물 수급조절이, 의무자조금단체 설립으로 ‘주도적 관리’를 통해 자리매김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현장 농민들은 마늘 수매가격이 1~2개월 사이에 kg당 2천원선에서 3천500원까지 기준점 없이 나열되고 있어서 지금도 불안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생산비가 포함되는 최소한의 수취가격이 ‘딱’ 보장돼서 안심하고 농사만 지었으면 좋겠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수매가가 kg당 2천300~2천600원대로, 역대 최저치로 폭락했던 마늘값이, 올해는 4년전 가격대인 3천원을 넘는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다. 마늘 생산량이 평년대비 2.2%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에, 정부가 시장격리 등 어느정도 보완대책만 추진한다면 수급안정이 예상된다는게 정부측 설명이다. 말대로 그럴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농산물 수급조절 시스템은, 정부가 내세우는 ‘스스로’ ‘자율적’ 생산·유통조절이 아니라 수직 하달식 산지폐기 보조지원에 아직 머물러 있다. 


중앙정부의 정책 전언과 생산비도 못건지고 있다는 마늘밭 현장 사이, 온도차가 크다. 마늘재배 현장을 통해 본 농산물 수급조절 단면을 조명한다. 

 

 

농식품부,“소득안정 위한 자조금제,‘자율적’생산·유통관리체계 구축”
현장 농민,“인건비 15만원이나… 생산비 보장까지는 아직 먼 얘기”

 


“인력 부족으로 마늘수확기 예약 대기”

6월 이때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 길을 내려앉아 서산시내 쪽으로 10여km 직진하다가 왼편으로 꺾어지면, 늦가을 잔디밭같이 이파리 끄트머리가 희끄무레 색이 바랜 마늘밭이 펼쳐진다. 동네 텃밭부터 지평이 시원스레 넓어진 규모있는 밭까지 온통 마늘밭에는, 수확시기를 맞아 마늘을 줄기째 뽑는 작업이 분주하다. 
서산시 인지면 애정리 마늘밭 사이 농로로 접어들어 만난 가 모(72)씨는 대뜸 기자들이 민원도 들어주냐고 묻는다. 주름으로 굳어진 초로의 농부는 한참 울분에 찬 표정이다. 밭에선 아내와 사위까지 셋이서 수확작업 중이다.


제주나 경남지역을 봤을 때, 올 수매가가 3천500원 선을 넘을거 같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가씨는“그래봐야 인건비도 안나오고, 지금은 사람 구할 수도 없다. 마음 같아선 마늘밭에 당장 핵폭발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다”면서“현재대로라면 그냥 놔둬도 망하는 밭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씨는“그동안 제값 받기 힘들어 줄이고 줄여서 현재 5천평(1만6천530㎡정도)인데 부족하면 무조건 수입해 들여오고 남으면 가격만 떨어지고, 배겨날 재주가 없다”고 토로했다. 가씨는 선별과정 등도 어려워 농협 출하보다‘장사치’(산지 유통인)한테 직접 넘기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득은 덜하지만 신경 안쓰고 깨끗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수확기 인력을 못 구해, 마늘수확기를 예약해 논 상태라고 전했다. 트랙터에 수확기를 부착하는 기계작업은 마늘을 줄기째 뽑는 역할을 대신하지만, 제품에 생채기를 남기는 등 품질저하를 가져온다. 기계작업은 여기까지. 마늘을 모으고 망에 담는 일은 기존대로 인력을 구해서 작업해야 한다.

 

 

“마늘의무자조금단체? 그런게 있습니까”

바로 옆동네인 인지면 모월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20여명의 외국인근로자가 줄맞춰 마늘을 수확하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밭 한가운데 쩌렁쩌렁하게 볼륨을 높인 오디오에선 낯선 외국 멜로디 흐른다. 3천평(9천910㎡) 마늘밭 주인 이희신(76)씨는“작년에 평당 8천원씩 받고 로타리(산지폐기)칠 때 생각하면, 그때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라면서“그래도 인건비가 너무 올랐다. 얼마전까지 일인당 7만원이면 됐는데, 여기 일하는 태국인들은 15만원씩 주고 데려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하루 더 작업해야 하고, 마늘 줄기 제거하고 망에 담고, 출하하기까지 세 번을 더 인력을 부려야 하는 이씨는, 얘기하는 내내 고개를 젓는다. 인력을 제공하는 업체와 한참 전부터 계약을 맺은 터라 올해 인력 조달은 별 문제 없다고 했다.


정부가 누누이 강조하는 농산물수급조절 정책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현장은 묻는 듯 했다. 지난해부터 마늘자조금이 생겼지 않느냐고 질의하자, 이씨는“회비라고 해서 4만원 냈다. 뭘하는지 모르겠다. 경남인가 무슨 농협에서 수매가가 1천 얼마부터 제주에서 3천500원까지 나왔다는데, 무슨 제품 가격 경매하는 것도 아니고…”, 말을 잇는 이씨는“매번 불안한 마음이 올해도 여전하다. 정부가 ‘이 정도’만 심으면 가격 보장해주겠다고 한다면 그렇게 하겠는데, 수급조절 정책이 여기까지는 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농로를 나와 국도를 타고 부석면 취평리 부석농협 경제사업부 사무실에 들렀다. 서산·태안지역 올해 마늘 작황과 관련, 윤희관 경제상무는“일부 벌마늘(마늘구 속에 2차 생장으로 또 싹이 나온 것) 발생이 관측되지만, 이대로 수확이 이뤄진다면 예상보다 10%이상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또한 지난해와 달리 (부석)농협의 경우 수매가가 3천2~300원대 이상은 나올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 경제상무에 따르면 부석농협은 약 1만7천톤 저장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정도 수매에 나선다. 또한 서산지역 마늘 재배면적은 1천100여 ha, 태안지역은 980여 ha 등으로 총 2천여 ha 규모에 평균 1만2천700여 톤을 생산하고 있다.   

 

 

김현수 농식품부장관은 최근 국회 업무보고,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농산물수급조절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대책으로 마늘·양파 의무자조금제 도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김 장관은“자조금단체가 작물을 얼마나 심었고 작황은 어떤지 실측해 정보를 제공하면, 정부나 농가 등이 그만큼 수급조절 공동의식을 갖게된다”면서“지난해에 이은 의무자조금제 추진이 어느정도 자리매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수급조절을 위한 최대 방안으로 믿고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난해 마늘과 양파에 적용된 의무자조금제는 소비를 촉진하고 유통구조를 개선시키겠다는 큰 그림으로 출발했다. 농산물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을 도모하고 수입 마늘·양파에 대응하는 한편, 시장교섭력을 높이고 생산자의 생산비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때문에 농가들에게 거출한 돈에 정부 예산을 합친 자조금은 소비촉진 홍보, 교육 및 정보제공, 조사연구사업, 수출 지원대책 등에 사용하고 있다는게 농식품부측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 마늘밭에서 전해들은 자조금 얘기는 ‘모른다’가 전부다. 부석면에서 천수만 간척도로를 타고 안면도 북쪽 남면 몽산리를 찾았다. 밭에서 만난 최 모(66)씨는 “회비 몇 만원 내는 것은 그리 아까울게 없다. 그런데 수매가가 어떻게 결정될지 전전긍긍하는 문제를 얼마나 해결해주겠다는 것인지, 그런 설명은 없었다”면서 “수급안정이라고 얘기하면서 농협은 농협대로 수매물량을 한정하고 있고, 어차피 여직 해왔던 것처럼 내가 해결할 문제로 남는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런 지적은 태안군 근흥면에서도 이어졌다. 국도 인근에서 만난 박 모(61)씨는“군청 사람하고 농협 관계자가 세미나에서 설명하는 것을 듣긴 들었다. 농가들이 모여 주도적으로 수급을 조절한다고 하던데, 언제부터 하는지 혹시 모르느냐?”고 되물었다. 10년전 귀농했고 육쪽마늘을 재배하고 있는 박씨는“그것(농가 주도적 수급조절)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정책이라고 얘기해 놓고 뭔가 달라진 점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농산물 가격폭락 문제는 누구보다 농가들의 숙원과제이다. 때문에 이번 마늘과 양파에 대한 자조금제를 기대를 안고 바라보는 눈도 많았다. 박 씨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듣던 바와는 다르게 자조금단체는 정부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책을 추진하는 하나의 말단 부서로 보여서 실망스럽다”면서“회비를 내는 것도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마늘값 폭락사태가 올 때 정부의 지원사업 수혜범주에 드는 고리 역할이라도 될까 하고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마늘의무자조금제가 품목조직의 ‘주도적 관리’에 초점을 맞춰 계획된 정책이나, 현장에선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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