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농정 4년, 농정틀 전환됐나

5년 농정 사실상 마무리단계, 농정예산 3%대 붕괴
공익직불제,“방향은 옳으나 실질적 공익기여 공감대‘실종’”

 

문재인정부의 농정이 4년을 찍고 있다. 남은 1년이라지만 사실상 새로운 농업정책의 대입은 어려운 시점이고, 점수를 매기는 시간이 다가온다. 현정권의 대표적 농정 프레임 ‘농정대전환’ ‘농정틀전환’은 어떻게 다른 방향으로의 조타기 전환을 의미했는가, 또 가고 있는가. 그간 정부가 내세운 ‘전환 농정’은, 성장과 증산 주도의 생산 농정에서 다원적 기능 농정으로 틀을 바꾼다는 방향 설정이 계획의 핵심이다. 시대변화와 농업의 정체성 재정립 차원에서 많은 공감대가 형성된 원칙으로 평가돼왔다. 하지만 현장의 밭고랑과 조사료 풀럭거리는 우사에서 감지된 그간의 농정은 여지없이 생산 효율성을 따지고, 이에 따른 시설확충 투자사업의 연속에 지나지 않았다. 예산배정의 구조적 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자화자찬하고 있는 공익직불제. 이 또한 바뀌지 않는 예산정책에 갖혀 생태환경을 지키고 농업에 기여하는 정도를 중요하게 여기자는 당초 취지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돌아오는 농촌’프로젝트는,  ‘ 지방소멸’을 얕잡아 봤다”

2019년 12월 12일 한국농수산대학 강당. 농업분야 민의를 듣는데 하루 시간을 낸 문재인대통령은 이날도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을 핵심국정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농어촌의 미래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비상한 각오로 농어촌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돌아오는 농촌’은 현정부 농정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사람이 돌아오는 곳’이 되기 위해선, 현재 현장에 존재하고 있는 주민이 편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래서 현정부가 여기에 맞춤형으로 내논 정책이 ‘365생활권’프로젝트이다. 2022년까지 읍면 소재지에 생활SOC 900곳을 설립, 30분내에 보육·보건 서비스 접근, 60분안에 문화·여가 서비스를 누리고, 5분내에 응급상황에 대응한다는, 수도권에서 얘기하는‘공간혜택’을 농촌에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365 프로젝트는 시작단계라 효과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주장도 있지만, 물리적인 시설설치만으로는 목적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900곳에 설치되는 시설의 질적인 서비스, 이를 지속 관리·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농촌이 농사짓는 생활터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현대인의 문화적 생활까지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농업의 산업 발전적 접근, 인간 삶의 보건복지적 수준 향상 등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교통·주거·교육·문화·의료 등은 물론이고, 생업에 소득안정이 보장돼야 자존감이 유지되고 생활편의가 도모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승계농, 창업농, 귀농 등을 통한 사람이‘꼬이는’동네가 많아질 것이란 주장이다.


그런 면에서 365농촌생활권 프로젝트는 근본적인 대책으로 볼 수 없다. 계속 줄어드는 농촌의 인구 수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농가인구는 231만7천명으로, 5년전인 2015년 256만9천명에 비해 25만2천명이 줄었다. 그만큼 귀농귀촌 인구보다 사망하거나 이농한 인구가 많다는 얘기다. ‘지방소멸’이란 용어가 유행하는 이유이다.  

 

“중요한 것은 농가 소득안정인데, 농협 매장만 늘어난다”

문 대통령은 농정틀 전환 5대 핵심과제를 발표하면서 공익직불제가 농정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또 농산물 수급관리와 가격시스템을 선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두 농가 소득안정과 직결되는 정책이다.

그러나 당초 계획대로의 농정 실현이 멈춰있다는 지적이다. 임기 4년차에 시작한 공익직불제는 논·밭직불제를 통합한 형태의 기본직불제가 시행중이다. 중소농가의 경제안정과 공익기능을 높이는 선택형직불은 요원한 현실을 맞고 있다. 물리적 제도변화만 꾀한 셈이다. 궁극적 목표인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 올리기 위한 ‘마중물’을 못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농민들의 안정적 소득 대책은 국민적 공감대를 통한 농산물 가격지지정책과 공익기여직불금 지급 등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 대목에서 농정의‘동맥경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점 없이‘유통개혁’이란 이름으로 농협의 공동브랜드 마케팅 확대 사업, 농협 대리점 형식의 로컬푸드 직매장 설치사업 등에 매진하고 있다. 로컬푸드직매장의 경우 농협과 지자체, 민간 등이 사업주관으로 참여하면서, 각 조직이나 개인의 소득사업 목적을 띤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농가의 안정된 소득에 관심이 덜 하다는 얘기다. 납품 수수료, 재고 처리, 농가별 품질경쟁 등에서는 오히려 농가들이 납품업체 형식의 수직관계로 변질돼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생산농가들이 자율적 농산물수급관리를 위해 사전에 재배면적을 조절하고, 작황에 따라 공급을 조절하도록 지원하는 의무자조금제도의 한계성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자조금제가 자율성을 내걸고 있지만, 정부 투자를 이유로 강제조항에 묶여 있고, 무엇보다 더욱 다품종으로 생산물이 확대되고 있는 시대에, 품목별로 자조금제를 운영하는 한계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시설투자 사업으로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을 꼽고 있다. 개념도 모호한 ‘스마트농법’은 오히려 생산량 증대를 위한 기존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농민단체들은 비난하고 있다. 시설장치산업을 일부 전업농을 대상으로 혜택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농업환경에 역행하는 행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 또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단독주행하는 농정으로 꼽힌다.


 
“농업회의소법 제정,  농민단체 ‘엇박자’ 조율해야”

농식품부는 지난달 농어업회의소법(가칭) 제정을 위한 입법예고와 함께 의견수렴에 돌입했다. 문재인 농정의 핵심공약으로, 현 정부로서는 시급한 사안이다. 그러나 지난 2월 국회 농해수위에서 의원발의했다가 정쟁사안으로 계류시킨 법안이다. 이를 농식품부가 다시 정부안으로 입법예고 한 것이다. 


그만큼 농민단체간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사안이다. 찬성하는 조직들은, 특히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는 분명한 입장을 냈다. 지도자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정책결정의 파트너는 물론 자치 농정의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초석이 돼야 하고, 앞으로 치열하게 논쟁하더라도 제도적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먼저 법제정을 주장했다. 반면 전농 등 연대조직 농민의길은 “농정 분권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농업회의소는‘행정 말단조직’에 불과할 뿐”이라고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농식품부는 대통령 공약임을 내세워 입법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어, 소통부재와 갈등요인으로 남아있다.

 

“농정예산 틀이 그대론데 무슨 틀을 전환하는가”

단적인 예로 올해 농업예산은 총 나라살림에서 2.9%로 좁혀졌다. 최초로 마의 3%대가 붕괴된 것이다.“돈을 줄이는데, ‘챙긴다’고 볼 수 없는 것 아니냐.” 문재인정부를 바라보는 농업계의 정서이다. 


당초 공익직불제 예산을 계획하면서, 기존 예산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5천억을 확보하고, 또 5천억은 순증을 통해 얻어서 매년 1조원씩 늘려가자고 논의했다. 그리되면 2022년쯤부터는 5조2천억원 규모의 명실공히 공익직불제가 탄탄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러나‘찻잔속’‘그들만의’ 논의였다.


실제 2조4천억원으로 묶인 공익직불금 예산은 2024년까지 법적으로 늘릴수도 줄일수도 없는‘노터치’다. 국회 심의를 거쳐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수립토록 명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측은 이를 예산을 조정할 수 없는 내용으로 해석을 내리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현재와 같은 농식품부 재정운용계획 편성 일정은, 매년 5월경 기재부의 농업예산 지출한도 규모가 농식품부에 전해지면(실링;Ceiling, 정부 부처별 예산의 대체적 요구 한도. 기재부가 총액을 결정하면 거기에 맞게 사업을 짜는 시스템) 세부안이 만들어진다. 이를 다시 기재부에 제출하게 된다. 이때 큰 틀의 농업예산 규모가 공개된다. 이런 방식의 예산배정은 농업정책의 변화를 대입할 수 없고, 기재부의 재정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보수적 결정이 대부분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진도 전 농특위원장은“농정재정은 경제안정 및 성장 기능을 중시한 반면, 소득재분배 및 자원배분 기능은 소홀히 다뤘다”면서“농식품부 등 정부는 재정의 규모를 따지기 전에 재정의 구조개혁을 통해 농정틀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계 한 관계자는“재정여건에 따라 편성 지출하는 현재의 방식이 아니라, 현장의 요구가 반영된 사안에 대해 의무적으로 편성, 농업의 지속성을 높이고 공공성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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