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쌀 브랜드 가치 드높인 오대환 명인

경상남도 산청군은 천왕봉을 기점으로 한 지리산맥으로 둘러 쌓여 벼농사 짓기에는 매우 척박한 곳이다. 주변 여건이 이렇다 보니 산청쌀은 타지역 쌀과 경쟁에서 밀려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산청쌀이 어느 날부터 ‘명품쌀’로 탈바꿈하게 됐다. 상위 1% 농산물만 납품될 수 있다는 청와대까지 진출했다. 그야말로‘개과천선(改過遷善)’한 것이다.

산청쌀의 과감한 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바로 2016년 식량분야 명인으로 선정된 오대환 씨이다. 그저 그런 쌀농사를 지어서는 희망이 없다는 절박함에 산청쌀의 명품화를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극복해야할 현안도 넘친다. 그래도 농가들과 의기투합해‘산청탑라이스’의 우수성을 전국‘방방곡곡’에 널리 알리는데 쉼없는 행보는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쌀 품질 그리고 브랜드 개발 염원 

오대환 명인은 군인 출신이다. 덕분에 고향에서 예비군 중대장을 20년 넘게 맡아 오면서도 시간 나는대로 농사일은 틈틈이 해왔다. 그러다 퇴직 이후 농업인으로 진로를 정하고 본격적으로 영농현장을 누볐다. 


오 명인은 타작물을 재배할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오직 벼농사에만 전념을 다했다. 그러나 기껏 수확한 벼가 공공비축미용으로 수매되는데 아쉬움이 컸다. 그날부터 그는 더 높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산청쌀 브랜드를 개발해야 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 명인은 지난 1993년 산청쌀영농조합을 꾸리고 산청농협과 계약재배를 시작했다. 이 쌀은‘산청농협 메뚜기쌀’브랜드를 달고 유통시장에 진출해 그야말로 광풍을 일으켰다. 당시에는 쌀 수량을 늘리는 시기였던 터라 품질에 세심한 부분까지 관심을 쏟았던‘산청 메뚜기쌀’의 우수성은 소비자들이 입소문을 타고 주문 전화가 쇄도했다. 오죽하면 명인이 직접   쌀을 싣고 서울 아파트단지에 납품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호황도 길게 가지 못했다.‘산청 메뚜기쌀’인기가 치솟자 이곳저곳에서‘메뚜기쌀’가짜 브랜드가 넘쳐났다. 가짜‘메뚜기쌀’브랜드는 결국 소비자들 혼란만 가중시킨 꼴이 됐고 산청쌀 이미지만 훼손됐다.  


오 명인은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또다른 고민을 빠졌다. 타지역에서 감히 모방조차 할 수 없는 독보적인 쌀 브랜드를 만들어야 겠다는 결심을 한 것.   

 

운명처럼 만난 ‘탑라이스’ 시범사업 

고민이 깊어지던 찰나 명인의 귀가 호강하던 소식이 들렸다. 농촌진흥청에서‘탑라이스’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이었다. 가뭄에 단비를 맛난 셈이 됐다. 그길로 오 명인은 산청쌀의 명품화에 나서자고 농가들을 설득했다.‘산청탑라이스’에 참여를 희망하는 농가들은 80농가에 50ha가 넘었다. 


‘탑라이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백질 함량 6.5% 이하, 완전미 비율 95% 이상, 품종순도 98% 이상 등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오 명인은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바로 무농약이다. 


당시 탑라이스 시범사업 참여한 단지는 전국에 50여곳에 달했지만 무농약 단지는 산청이 유일했다. 압도적인 품질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산청쌀의 브랜드 가치는 올라설 수 없다는 오 명인의 소신에 농가들도 힘을 보탰다. 


‘산청 탑라이스’에 참여한 농가들은 오 명인과 뜻을 같이하며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2009년에는 유기농인증까지 추가하면서 품질 고급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런 엄격한 관리 덕분에‘산청탑라이스’는 청와대까지 납품되는 경사를 누리게 됐다. 


“제대로 된 노력이 있어야 제대로 된 품질의 벼와 쌀이 나옵니다. 좋은 쌀이라면 수매가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실제 탑라이스 조합원들은 40kg 한가마 기준으로 수매가격보다 16,000~20,000원을 더 높게 받고 있습니다.”


늘어난 것은 비단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내에서 멸종됐다 여겼던‘긴꼬리투구새우’가 탑라이스 생산단지에서 발견됐다. ‘긴꼬리투구새우’는 깨끗하고 오염되지 않은 곳임을 증명한 환경지표생물이다. 덕분에 ‘산청탑라이스’의 브랜드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산청탑라이스’ 브랜드 가치 더욱 높일 터 

잘 나가던‘산청탑라이스’는 이내 위기를 맞게 됐다. 농촌진흥청이 추진해온 탑라이스 시범사업이 종료되면서 그동안 지원했던 것들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사실 유기농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화학농약과 비료에 비교해 3배이상 비싼 값에 구매를 해야 하는 농자재는 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고령화 농업인구는 심각한 수준이다. 산청군 농업 인구의 평균 연령이 80세에 이를 만큼 고령화가 심각하다. 오죽하면 1946년생인 오 명인이 젊은 축에 속할 정도이다. 


이 때문일까 명인이 추구해온 산청 명품화사업 또한 위기를 맡고 있다. 고령 농업인들이 무농약, 유기농업을 유지할 동력이 달리기 때문이다. 


현재 산청 탑라이스 단지 최고 책임자를 맡고 있는 오 명인은 누구보다 철두철미한 영농관리자이기도 하다. 각 영농단지마다 중간관리자를 선정하고 그들로 하여금 영농일지가 제대로 작성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아울러 산청 탑라이스 단지에서 조합원 자격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은 ‘모든 농자재는 오대환 명인이 검증한 것만 사용하고 일체의 화학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을 했다. 만약 이같은 약속을 어길 시 조합원 자격을 박탈당함은 물론 민형사상 책임을 감수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모든 여건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현재까지 추구해온 가치를 포기하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탑라이스에 참여했던 농가들도 30% 가량은 포기를 선언하고 관행농업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여전히 55농가는‘산청탑라이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희망이 넘친다. 


오 명인은“산청탑라이스의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균일한 품질을 지속할 수 있는 노력과 열정이 식지 말아야 한다”면서“스스로 나태해지는 순간 브랜드 가치는 형편없이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농가들과 의기투합해 의욕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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