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농 정착사례-충남 논산 ‘만나딸기농장’ 정회민 대표

 내 농장만의  ‘꽃눈분화’ 기준 설정해 관리  ‘심혈’
 지하수 이용한 냉풍장치 활용 효율적인 온도관리   
 농사 지으며 이론 습득·실습에 부단한 노력 경주
 단기간에 기술·요령 터득… ‘딸기박사’ 부친 도움도
“역량 강화해 신규 청년창업농들의 길잡이 될 터” 

 충청남도 논산은 국내 최대의 대표적인 딸기 주산지다. 이곳 논산에서 딸기 농사에 도전장을 내민 젊은 청년이 있다.
만나딸기농장의 정회민 대표(34)가 그 주인공이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졸업 후의 직장 생활(사무직)이 적성에 맞지 않아 3년간의 회사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진로를 고민하던 중 인도네시아 여행에서 커피 농장을 방문하게 된 정 대표는 현지 농민들과의 생활에서 농업의 가치를 깨달은 것을 계기로 청년창업농이 되고자 결심했다. 
현재 정 대표는 각각 991㎡ 규모의 육묘 2개동, 생산 6개동 등 총 8개동의 비닐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꼼꼼한 모주 선별… 체계적인 육묘 관리 

정 대표가 선택한 딸기 품종은 설향이다. 설향은 수량성이 높고, 병해충에 강하며,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이 같은 이유로 실제 우리나라 딸기 농가 90% 가량이 설향을 재배하고 있다. 설향은 관행농법에서 촉성재배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 대표는 과감히 설향 품종의‘초촉성재배’에 도전했다. 설향의 꽃눈분화(식물이 생육 중에 필요한 조건이 만족돼 꽃눈을 형성하는 일, 화아분화)를 촉진시켜서 조기 출하하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시설형태는 고설재배 방식을 택했다. 


“초촉성재배는 촉성재배에 비해 보름 이상의 정식기를 앞당기는 만큼 모주 양성, 포트 자묘 받기, 꽃눈분화 유도, 정식 등 체계적인 육묘 관리가 필요해요.”
정 대표에 따르면 딸기 재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미묘(모주)의 선택이다.

만나딸기농장의 경우 육묘 전 10월까지 모주를 확보하는데, 모주는 정식 포장에서 발생한 묘 중 원줄기(관부) 둘레(주경)가 두꺼우며, 흰 뿌리가 많고 병기운이 없는 등 건강한 묘를 선별한다. 


모주의 선별이 끝나면 3월에 모주를 정식하고 8월 말까지 육묘를 실시한다. 육묘 초기에는 꽃대를 제거한다. 이후 자묘 유인 및 자묘의 발근을 유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1개 나무에서 7~8개의 줄기가 나오면 질병 전파 차단을 위해 개별포트를 사용한다. 
육묘할 때는 병 감염 예방을 위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기적 예방방제(등록된 화학제 적정량 사용)는 필수다.


또한 온·습도 관리도 중요하다. 온도 관리는 지역의 딸기명인을 벤치마킹해 지하수를 이용한 냉풍장치를 사용한다. 15~16℃의 지하수는 장치를 통과하면서 냉풍을 일으켜 여름철에도 포트 내 흙의 온도를 20℃ 내외로 낮춰 준다. 지난해 여름에는 18℃까지 온도를 내렸다. 

▲‘딸기박사’인 아버지 정석기씨(왼쪽)와 정회민 대표
▲‘딸기박사’인 아버지 정석기씨(왼쪽)와 정회민 대표

 

육묘 후기 18℃ 유지…한 달 후 ‘꽃눈분화’

육묘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은 꽃눈분화다. 딸기를 빨리 생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육묘 후기에 꽃눈분화를 촉진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교과서적으로는 흙의 온도를 12~14℃로 유지할 경우 2주 만에 꽃눈분화를 성공시킬 수 있지만 해당 온도를 실현하기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정 대표는 실현 가능한 18℃ 온도를 유지해 보통 한달 후 꽃눈분화를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올해는 차세대 냉풍기를 추가로 설치해 17℃까지 내릴 계획이다. 흙의 온도를 1℃만 낮춰도 꽃눈분화를 3~4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꽃눈분화 기간인 7월 말에서 8월 말까지 한 달간은 채광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채광과 차광의 관리도 꽃눈분화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만나딸기농장의 경우 하루 중 낮 8시간(오전 8시에서 오후 4시까지)은 하우스 창을 열어 채광을 하고, 이후에는 창을 닫고 햇빛이 완전히 들어오지 않도록 차광을 한다. 또한 꽃눈분화가 가까워지면 질소질의 시비를 줄여야 하는데, 이 시기 질소 농도는 300ppm 이하로 유지한다.


“육묘 시에 꽃눈분화 촉진을 해 정식시기를 조금만 앞당겨 첫 출하를 일찍하게 된다면 다른 농가에서 물량이 나오기 전 고가의 가격으로 출하를 할 수 있어요. 때문에 꽃눈분화 촉진을 위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이런 육묘 과정을 거쳐 8월 말에서 9월 초에 정식 전 충청남도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에 꽃눈분화 검정을 의뢰한다. 일반적으로 10포기 중 2포기만 꽃눈분화가 됐을 경우 정식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 정식을 하게 된다.


이렇게 정식을 하게 되면 기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빠르면 45일(10월 중하순), 평균적으로 2개월(11월 초중순) 후 수확을 하게 된다. 수확은 잎이 45도 이상 서 있고, 잎이 크며, 꽃대가 굵은 것을 위주로 하는데, 열매 무게가 16g~20g은 상품, 21g 이상은 특품으로 출하를 하고, 15g 이하의 중품은 전량 폐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육묘장에서 정석기 박사가 모주 선별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육묘장에서 정석기 박사가 모주 선별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딸기’와의 특별한 인연, 딸기 농사 ‘천직’이 되다

정 대표가 시설 딸기 재배를 선택하게 된 것은 딸기 전문가인 부친의 영향이 컸다. 정 대표의 부친인 정석기 박사는 1986년 충청남도농업기술원 작물과에 연구사로 입사한 이래 오랜 기간 딸기시험장(현 딸기연구소) 재배팀장으로 근무했다. 박사 학위도 딸기 분야 연구와 논문으로 취득한 일명‘딸기박사’다. 
2018년, 정 대표는 지난 3년간의 직장 생활을 통해 모은 4000만원의 자금을 투입, 농지와 비닐하우스 6개동을 임대해 본격적인 딸기 농사에 돌입했다. 당시 충청남도농업기술원의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1년간 1000만원(분기별 지원)의 정착지원금(바우처)을 받았다. 


정 대표는 아버지에게 딸기 농사 이론에 대해 많은 조언을 구했고, 딸기 명인들을 찾아다니며 최신의 농사 시스템을 배웠다. 부지런히 이론과 실습을 병행했기에 단기간에 딸기 재배 기술과 요령을 익힐 수 있었다. 


2019년엔 대출을 받아 육묘장 2개동을 준공했다. 육묘 2개동 중 1개동은 만나딸기농장 재배용으로, 나머지 1개동은 타 지역 딸기농가와 계약재배를 실시해 연간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는 육묘 주당 가격이 올라 더 많은 매출이 발생(지난해 주당 500원에서 올해는 600원 예상)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부연이다.


육묘장을 제외한 6개의 생산동에서는 1개동 당 연간 33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일반 농가(직판이 가능한 도시 근교 농가 제외)에 비해 10% 가량 많은 매출 실적이다.


육묘장 신설과 기존 시설 개선, 설비 도입 등에 소요된 자금 약 1억원의 대출금은 농사 시작 3년 차인 지난해 모두 상환했다. 2020년부터는 농촌진흥청의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의 혜택으로 월 100만원 가량의 정착지원금(바우처)을 제공받고 있다. 이 같은 지원사업이 정 대표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아버지의 직업에 따라 어린 시절을 딸기시험장 관사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딸기를 접했어요. 지금도 재배하고 있는 딸기를 볼 때면 어릴 적 행복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운명적으로 시작됐던 딸기 농사가 이젠 천직으로 느껴져요.”

 

▲ 만나딸기농장은 지하수를 이용한 냉풍장치로 온도관리를 하고 있다.
▲ 만나딸기농장은 지하수를 이용한 냉풍장치로 온도관리를 하고 있다.

 

신규 청년창업농 위한 ‘재능기부’ 희망

청년농은 갈수록 쇠퇴하고 하고 있는 농업·농촌에 생기를 불어 넣어줄 희망이다. 하지만 청년농으로 분류되는 40세 미만 농가경영주는 매년 급감해 최근 10년 새 거의 5분의 1 수준(2010년 3만3143명에서 2019년 6859명)이 됐다. 특히 청년후계농 보다 농사기반이 적은 청년창업농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때문에 정 대표는 청년농업인들이 영농창업 후 실패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의 일환으로 정 대표는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년창업농 경영실습 임대농장’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청년창업농 경영실습 임대농장’은 영농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지자체나 정부에서 실습농장을 임대해 주고, 시설농업 운영 경험 및 영농기술 등 영농창업 전반에 대한 기술 지도를 진행해 주는 사업이다. 


“현재의 실습교육 시스템은 상당히 미흡하다고 볼 수 있어요. 특히 농장주의 역량에 따라 실습생들의 배움의 차이가 크게 달라집니다. 실습이 아닌 단순 반복 노동에 그치는 경우도 많아요. 현행 실습교육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앞으로 더 많은 노하우를 쌓아 기회가 된다면 이 같은 임대농장 사업에 참여해 딸기 농사를 목표로 하는 신규 청년창업농들에게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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