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 제조 부산물 활용 배합사료 급여
혈중 감마-글로불린 증가, 면역력 향상
1++ 등급 출현율 9.1%에서 56.9%로
진안군 대표브랜드‘진삼우’인기 높아

축산 신기술 활용사례   진안홍삼한우협동조합

 

축산 신기술이 농가에 보급되기까지는 시범사업단계를 거친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전국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축산농장 ICT(정보통신기술) 통합제어시스템, 바이오 커튼 이용 축산냄새 줄이기, 육가공품 부가가치 향상 등 신기술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축산농가의 각기 다른 시설, 사양, 경영형태 등을 고려하면 신기술을 똑같이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본보기가 될 만하다. 신기술 활용사례를 소개한다.

 

▲ TMR 사료급여
▲ TMR 사료급여

 

진안 특산 홍삼의 부산물을 소 먹이로


전북 진안군은 홍삼으로 이름난 곳 중 하나다. 홍삼 명인과 연구소가 있고, 진안군 주최로 홍삼 축제가 매년 열린다. 홍삼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홍삼박도 다양하게 활용돼왔다. 사포닌 성분을 14∼22% 함유한 홍삼박은 화장품 원료나 비누, 젤 제조 등에 쓰인다.


홍삼박은 소의 먹이로도 이용됐다. 홍삼이 몸에 좋듯 홍삼박이 소의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는 믿음은 뿌리가 깊다. 진안 지역 한우농가들은 홍삼박을 갈아서 소에게 먹여왔다. 그러나 사육단계별로 얼마나, 어떻게 줘야 하는지 표준사양 없이 주먹구구식이었다.


“처음에는 홍삼박을 갈아서 가루로 만든 다음 급여 시기와 정량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어미 소에게 먹였더니 젖이 줄어들더군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육단계별 사료배합 프로그램을 접한 뒤에야 홍삼박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박장우 진안홍삼한우협동조합 대표는 홍삼박을 활용한 배합사료 프로그램 적용과정을 설명했다.


박 대표를 포함해 한우를 사육하던 일곱 농가는 2016년 2월 홍삼한우 협동조합을 설립해 도지사인가를 받았다. 홍삼한우 협동조합은 이듬해에 농가별로 무항생제 인증을 받았으며 섬유질 배합사료(TMR)공장을 준공했다.


협동조합이 본격 운영궤도에 오른 것은 2017년이다. 배합사료 공장 준공, 홍삼박 사료 생산과 조합원 공급, 상표권 등록, 진안군·국립축산과학원과의 업무협약(M0U) 체결 등 협동조합의 기틀이 이뤄진 해다.

▲진안홍삼한우협동조합 박장우 대표(사진 왼쪽)와 유경희 이사. 유 이사는 진안에서 34년간 동물병원을 운영해오고 있는 수의사이기도 하다.
▲진안홍삼한우협동조합 박장우 대표(사진 왼쪽)와 유경희 이사. 유 이사는 진안에서 34년간 동물병원을 운영해오고 있는 수의사이기도 하다.

 

축산과학원 시범사업으로  육성


협동조합 설립 2년여 만에 조합원들은 홍삼한우 브랜드 육성이라는 꿈에 한 걸음 다가섰다. 조합은 2018년 축산과학원과 진안군농업기술센터가 함께 펼치는‘홍삼박 활용 진안 홍삼한우 브랜드 육성’사업대상자로 선정돼 2년간 컨설팅 등 지원을 받았다.


홍삼박 구매비용이 만만찮은데 이 부분에 대한 지원과 함께 성장단계별 홍삼박 사료 급여 기준 설정 등 사료배합 프로그램 개발, 자가 TMR 사료배합 시스템 구축, 홍삼박 발효 최적 미생물 개발 등 기술적 지원이 이뤄졌다. 진안 홍삼 한우를 줄여 만든 진안군 대표브랜드 <진삼우> 육성도 뒤따랐다.


홍삼한우 협동조합이 배합사료에 쓰는 홍삼박 물량은 현재 연간 3천500㎏ 수준에 불과하다. 많이 먹일수록 좋을 것이라는 통념과는 다르게 성장 단계에 따라 배합비율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홍삼한우 참여 농가나 사육 마릿수가 그리 많지 않은 이유도 있다.


“홍삼박은 과다하게 먹이면 고기 색깔이 검게 나오기도 합니다. 무턱대고 많이 먹인다고 좋은 것이 아니고, 성장기에 따라 적정량을 배합해 먹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경희 홍삼한우 협동조합 이사(수의사, 진안 유동물병원 원장)는 축산과학원, 전북대 수의학과와 산학협력단의 컨설팅을 통해 성장 단계별 홍삼박 급여 기준이 설정됐다고 말했다. 혈중 면역성분 분석, 육질 특성, 반추위 발달과 미생물 분포도, 증체율 등 정확한 데이터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생후 5개월까지 송아지에게는 섬유질 배합사료에 홍삼박을 5% 비율로 섞고, 14개월까지 육성기에는 약 1%, 21개월령 비육 전기까지는 0.1% 비율로 혼합해 먹이고 비육 후기 출하까지는 홍삼박을 먹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 TMR 사료 자가생산
▲ TMR 사료 자가생산

 

조합참여 농가 확대, 비육기 단축 계획


홍삼박을 활용해 배합사료를 먹인 효과는 놀라웠다. 사업 전후를 비교하면, 도체중은 늘고 근내지방도 등 육질의 상위 등급 출현율은 급상승했다. 홍삼박이 어린 송아지의 면역력을 강화하고, 튼튼하게 자란 소가 결국 좋은 고기를 제공한다는 단순한 이치를 확인한 셈이다.


머리, 발목, 내장, 가축 따위를 떼어낸 나머지 몸무게를 표시하는 도체중은 홍삼박 사료 급이 전후 평균 439㎏에서 477㎏으로 8.6% 늘었다. 육질 등급의 경우 퍼스트 플러스(1+) 이상 출현율이 57.6%에서 84.5%로 올랐다. 특히 최상위 등급인 퍼스트 더블 플러스(1++) 출현율은 2017년 9.1%에서 2018년 22.9%, 2019년 56.9%로 상승했다.


유경희 이사는‘면역력’을 진안 홍삼한우의 열쇳말로 꼽았다. 어린 송아지에게 홍삼박 가루를 적정량 먹이면 혈중 감마(γ)-글로불린 증가에 따른 소모성 질병 예방효과가 탁월하다고 강조했다.‘기초가 튼튼하니’이후 성장기, 비육기, 출하기까지 소가 건강을 유지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 TMR 사료배합
▲ TMR 사료배합

 

불포화 지방산인 올레인산의 증가는 육질 향상으로 나타났다. 항암효과와 혈류개선 효능이 있는 올레인산과 총 불포화 지방산의 경우 약 2%씩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장내 유익한 미생물은 늘고 염증 유발 미생물은 줄어드는 효과도 밝혀졌다.


홍삼한우 협동조합은 홍삼박 사료의 성공을 바탕으로 <진삼우>의 확장성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조합원 농가를 지금의 두 배인 14호로 늘리고, 규모에 맞게 홍삼박 사료 생산은 물론 브랜드 육 출하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실제로 전주에 있는 진안군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한 <진삼우> 출하와 소비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올해‘한우 단기 비육’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한우 평균 출하월령은 31.2개월인데 이를 28개월로 단축하는 기술이다. 축산과학원은 육성기와 비육기 등 성장 단계별로 단백질과 영양소 함량을 정밀 조절하는 방식으로 비육 기간을 줄이는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사육 기간을 줄이면 그만큼 사료비 등 생산비가 줄어 한우농가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홍삼한우 협동조합은 생산비 절감은 물론 홍삼박을 활용한 우량한우 생산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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