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소비 트렌드에 대대적인 전환이 일어났다. 소비자와 매장 직원이 만날 필요가 없는 소비 패턴인‘비대면 소비’가 생활 전반에 자리 잡았다.

‘비대면 소비시대’이지만 역설적이게도 판매자들이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바로 ‘라이브커머스(live commerce)’덕분이다. ‘라이브커머스’란 쉽게 말해 스마트폰을 통해 보는 홈쇼핑이라고 할 수 있다. 


전북에서도 카메라를 켜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농업인들이 농촌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논과 밭 등 농업인의 일상 생활공간을 배경으로 직접 키운 농산물을 홍보하고, 이는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진다.

농업인들이 온라인마케팅이나 온라인직거래를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나, 코로나 사태 이후‘라이브커머스’를 통한 판매 방식이 활성화되면서 도시의 소비자와 농촌의 농업인이 거리 차를 극복하고‘실시간 소통’을 하게 된 것은 유의미하다.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와 맞물려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해 농가 소득을 올리고 있는 전북의 두 농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전북 김제에서 사과, 배 과수원을 운영하는 청하 농원 이은주 대표(46)는 작년에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사과 80톤을 완판 했다. 시부모님이 40년간 과수원을 운영하며 현장 직거래로만 운영하던 판매 방식을 이 대표가 온라인 직거래로 전환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대표는 라이브 방송에서 상품 홍보뿐만 아니라‘농부의 소소한 일상’을 꾸준하게 보여준다. 방송분은 직접 편집해 유튜브 채널에도 업로드 한다. 현재 구독자 1500명을 소유한 전북의 대표 농업인 유튜버로 자리 잡았다. 이 대표의 이러한 성실한 면모는 굳이 표명하지 않아도 화면 너머로 만나는 소비자들이 직접 확인하고, 이는 상품에 대한 신뢰와 구매로 이어진다.


두 번째 농가, 전북 정읍에서 가족과 함께 베트남 채소 농사를 짓는‘Asian 채소 농장’이민정(Nguyen Nhung) 대표(33)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일명‘라방’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이 대표는 베트남 오프라인 식품점 두 곳을 운영하는데,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농산물의 비율이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라이브 방송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정읍에서 생산된‘베트남 갓 배추’,‘공심채’,‘오크라’,‘초이삼’,‘카나’등 이름조차 생소한 채소들이 개인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판매되고 있다. 


한편 모바일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 농업인 또는 농번기 등 노동량이 많은 경우 온라인 직거래나 홍보는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전라북도의 농업 현황을 보면 농업인구의 꾸준한 감소와 함께 농가 경영주의 고령화율이 61.7%로 전국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이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에서는 이러한 전북의 농가들을 돕기 위해 지난해 온라인으로 열린 강소농 대전 기간에‘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지역 특화상품 홍보 판매 행사를 진행했다.

각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에서도 농업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을 받고 일상으로 돌아간 농업인들이 온라인 마케팅이나 판매를 꾸준히 실천하기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라이브커머스는 판로 확보가 어려운 강소농이나 청년 창업농에게 새로운 기회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경쟁이 가중되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농산물의 품질과 선도 등은 기본으로 갖춰야 할 것이다. 수수료가 30%인 TV 홈쇼핑과 달리 라이브커머스는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3~20% 수준의 낮은 수수료를 부과한다.

또 위 농가들의 사례처럼 개인 SNS 계정이 실시간 소통의 플랫폼이 되기도 한다. 장비도 개인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라이브커머스’판매 방식을 적극 활용해 전북의 우수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강소농들이 판매자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기회로 삼는다면‘비대면 소비시대’가 농업인들에게는‘소비자와 가까워지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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