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신기술 활용사례   횡성 도곡농장

 축산 신기술이 농가에 보급되기까지는 시범사업단계를 거친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전국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축산농장 통합제어시스템, 바이오 커튼 이용 축산냄새 줄이기, 육가공품 부가가치 향상 등 신기술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축산농가의 각기 다른 시설, 사양, 경영형태 등을 고려하면 신기술을 똑같이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신기술 활용사례를 소개한다.

 

 

농장 초기 행정 고발, 민사소송 피소
무창 톱밥발효사 개축 등 자구노력
횡성농업기술센터 통해 환경개선 추진
암모니아 등 복합냄새 강도 97% 감축

 

 

 

▲횡성 도곡농장의 바이오 커튼 설치 과정.
▲횡성 도곡농장의 바이오 커튼 설치 과정.

 

 

외지인 반기지 않는 ‘냄새 민원’

나종규 도곡농장 대표가 현재의 농장을 인수한 것은 2017년의 일이다. 양돈계열 회사에 15년을 다니다가 새로운 인생길을 모색하게 됐다. 30대 후반에‘늦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양돈업에 뛰어들 결심을 했다.


매물로 나온 농장을 덥석 움켜잡았지만, 현실의 벽은 만만찮았다. 애초 지역 토착민이 농장을 할 때는 이웃끼리 얼굴 붉힐 일 만들지 않으려 서로 조심했을 터, 외지인이 마을에 들어와 돼지를 키운다니 반길 리 만무했다.
경매로 토착민의 농장을 사들인 직전 매도인의 ‘문제가 없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탓도 있다. 마을 입구부터 농장 주변은 현수막으로 울타리를 칠 정도였다. 이듬해 3월 돼지 1천500마리를 들이자마자 횡성군 환경부서가 행정 고발을 하고, 마을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려 민사소송을 걸었다.


“돼지는 들어와 있는 상황인데 즉시 시정하라고 해요. 서너 달이면 키우던 돼지 다 출하하고, 바로 시설을 개선하겠다 해도 막무가내로 고발하고 벌금 때리고. 결국에 벌금 내고 적잖은 돈 대출 받아 다 뜯어고쳤죠. 무창 톱밥발효 축사시스템으로 바꾸는 데 한 6개월 걸렸어요.”


나 대표는 그해 10월 첫 아이가 태어나기 전후로 무척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지금도 식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고. 잘해보겠다는 의욕은 넘쳤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발과 소송이 이어졌다. 벌이는 없고 돈은 밑 빠진 독에 들이붓듯 했으니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견디기 버거웠다.


톱밥발효 시스템으로 바꾼 후 돼지 오줌은 생기지 않고 분 냄새도 현저히 줄었다. 축산냄새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화제도 쓰고, 사료와 음수도 각별하게 관리해가며 냄새 없애는 데 온갖 방법을 써봤다.

 

▲바이오 커튼 앞에 선 도곡농장 나종규 대표(사진 오른쪽)와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최현식 팀장.
▲바이오 커튼 앞에 선 도곡농장 나종규 대표(사진 오른쪽)와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최현식 팀장.

 

지난해 ‘바이오 커튼’시범사업 추진

계획했던 것보다 1년 이상을 시설투자에 허비한 나 대표는 2019년 11월에야 돼지를 다시 들였다. 욕심부리지 않고 입식 규모를 1천200두로 줄였다. 이듬해 횡성군농업기술센터의‘바이오 커튼’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무창 톱밥발효 시스템과 함께 냄새 탈출의 전기가 마련됐다.


주민 1인당 피해보상과 추후비용까지‘큰돈’을 요구한 대책위의 민사소송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소송은 2020년 6월에야 1심 판결로 마무리됐다. 바로 옆 소를 키우는 농가들마저 소송에 동참했다는 사실에 허탈한 심정이었다.


“재판부가 대책위의 일부승소 판결을 냈습니다. 항고하려는 심사를 억누르고, 동네 분들과 척지지 않고 잘 지내고 싶어 마을발전기금으로 내놨죠. 대동회도 잘 참여하고, 시설을 개선하면서 마을 분들의 보는 시각도 달라졌어요.”


축산과학원과 횡성농업기술센터의 바이오 커튼, 오존 수, 안개 분무 시스템 설치 시범사업은 천군만마였다. 2월 현장점검과 교육을 거쳐 3월부터 두 달간 바이오 커튼을 포함한 냄새 줄이기 시설을 설치했다.


돈사 옆벽으로 배출하는 냄새를 줄이기 위해 바이오 커튼을 두 겹 설치했다. 안쪽 커튼과 바깥 커튼 사이 공간은 기준치가 50센티 이상인데 넉넉하게 1미터 남짓으로 했다.


바이오 커튼 내부 오존 수와 연계한 안개 분무기 설치는 냄새 줄이는 효과를 증대했다. 냄새 측정기도 달고, 미생물과 에너지원을 활용한 신바오틱스(synbiotics), 환경시설 개선도 동시에 이뤄졌다.


횡성농업기술센터가 개발해 특허를 출원한‘악취중화제’도 한몫 도왔다. 잣 부산물에서 추출한 피톤치드를 함유한 유기화합물‘테르펜’ 성분의 중화제가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어 기대를 높이고 있다.

 

퇴비사 커튼 설치 등 자비 투자

냄새 줄이기 효과는 확실했다. 횡성군이 24시간 무인측정기로 농장 정문과 돈사 등의 냄새를 한 달여 측정한 결과는 놀라웠다. 2019년 3월 고발 당시에는 악취 기준치 15ppb를 훌쩍 넘겨 41ppb에 달했으나 2020년 6월에는 평균 3ppb에 불과했다. 기준치 이상 발생비율도 3.3%에 그쳤다.


축산냄새의 주종인 암모니아와 황화수소 발생량도 현저히 줄었다. 암모니아는 냄새 줄이기 시설 설치 전 15.2ppm에서 설치 후 0.9ppm으로 줄었고, 황화수소는 0.58ppm에서 제로(0)로, 발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측정됐다.


나 대표는 바이오 커튼의 효과가 큰 만큼 유지관리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6개월 단위로 세척기를 이용해 커튼과 돈사 외벽 등을 청소하고 있다.


안개 분무시설의 경우 겨울철 추울 때 살짝 어는 때도 있어 아예 보온 등을 켜놓고 있다. 반대로 여름엔 통풍이 원활하지 않아 돈사 내부 기온이 상승하는 문제가 생기는 만큼 냉각 패드 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예산이 부족해 커튼을 설치하지 못한 퇴비사에도 자비를 들여 바이오 커튼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미 계약을 마쳤다. 미생물 첨가 사료나 음수 등 분뇨 냄새에 영향을 주는 모든 단계에 대해 컨설팅을 받고 있다.


시범사업을 이끌어온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최현식 팀장은‘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으로 나 대표의 의지를 지지했다. 냄새를 없애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다하겠다는 나 대표와 최 팀장의 의기투합은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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