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

‘지속 가능한 축산업’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종축개량, 사양기술, 축산물 가공기술 등 전통적인 ‘경제축산’의 경계를 넘나드는 환경과 분뇨자원, 동물 복지 같은 ‘비경제 축산’이 관심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책임과 임무도 두 영역을 오가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기후의 변화는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위협이자 넘어서야 할 고비다. 박범영 축산과학원장의 고민이다.

 


지난해는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시대’였다. 여러 제약이 있었다. 축산과학원의 주요 성과와 보완이 필요한 점을 꼽는다면?


책임운영기관인 축산과학원은 어려움 속에서도 2년 연속 우수기관에 선정됐다. 국가연구개발 100선에 2건이 선정되고, 발명의 날 국무총리 표창 등 직원들의 수상도 많았다. 소의 생체정보를 활용해 발정과 분만시간을 예측하고, 건강관리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일은 자랑거리다. 국가 육류수급관리에 기초자료가 되는 한우, 돼지의 도체 수율 기준을 1996년 이후 24년 만에 최근 출하경향을 반영해 재설정했다. 이와 연계해 소고기, 돼지고기 생산량 추정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유전체 분석기술을 접목한 반려동물 개체식별, 유전질환 조기 탐색 기술 개발도 성과다. 현장과제 발굴과 축산물 안전, 동물복지, 소비자 의식변화에 대응한 기술 개발이 미진하다는 점은 아쉽다.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 같은 융복합 기술 개발에 더 관심을 기울이겠다.

 

디지털 축산기술 혹은 스마트 축산기술 개발과 실용화를 올해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가축사육을 경험과 직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함으로써 고도화된 의사 결정을 지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의 활동량 등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번식관리, 질병 등 이상 징후를 예측해 축주에게 알려주는 기술이 있다. 현재 전국 120여 한우, 젖소 농장에 보급됐다.

LG이노텍과 공동으로 영상기반의 육계 체중예측기술을 개발해 실증시험을 하고 있다. 로봇 착유기를 통해 젖소의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체계를 민간기업과 함께 추진하고 한우, 돼지, 산란계 등의 디지털 축산기술 개발도 착수한다.

 

지속 가능한 축산업에 대한 고민이 깊다. 특히 축산냄새, 미세먼지와 탄소 발생 등 환경문제 해결과 개선이 축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축산과학원의 임무이기도 하다.


단기에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축산업으로 인해 국민이 불편을 겪는다는 면에서 다방면의 시도가 필요하다. 축산냄새 줄이는 기술 개발과 함께 농가 자체로 냄새정도를 측정, 관리할 수 있도록 접근하고자 한다. 왕겨 탄화물 등을 활용해 퇴비화 부숙을 촉진하고 냄새를 줄이는 기술, 냄새를 차단하는 바이오 커튼 시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분뇨에서 나오는 암모니아가 2차 초미세먼지를 생성하는 전구물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가 미진한 단계다. 현재 암모니아 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도록 인벤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축산분뇨의 적절한 관리와 경종·축산순환농업의 정착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과학과 기술의 진전이 절실하다. 자원화, 에너지화 등 축산과학원이 도모하는 기술을 소개해달라.

가축사육 마릿수가 늘면서 분뇨 발생량이 증가하는 반면 이를 활용할 경작지는 줄고 있다. 기존 가축분뇨 자원화 기술을 고도화하고, 에너지 생산기술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다. 바이오가스 고효율 생산기술, 고체연료 펠릿과 안전연소기술 등은 고도화한다. 최근 열분해를 통해 합성가스를 생산하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퇴비화 공정을 자동제어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중이다.

 

동물복지, 반려동물 등 기술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선제 대응해 왔는지, 그간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닌지 되짚어본다면?


축산과학원은 2008년부터 이미 동물복지 사육시설 연구를 시작해 다단식 산란계 사육시설, 돼지 분만틀 대체 사육시설 등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적정 사육밀도, 스트레스 저감 시설 등 다양한 시험연구도 수행중이다. 2019년에는 동물복지연구팀을 신설했다.

올해부터는 돼지와 가금에 대한 동물복지 사육시설과 관리기술을 농가에 직접 적용하는 연구를 시작한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017년 2조3천억 원에서 2027년 6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반려동물 식품산업 규모는 2019년 약 1조2천6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축산과학원은 연구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수입대체 고품질 반려동물 식품의 국산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려견 비만 예방, 노령견을 위한 기능성 식품소재 발굴과 식품화 연구, 미량영양소 공급용 보조식품 개발 등을 진행한다.

 

탄소 중립 등 축산분야 기후 변화 대응, 반려동물과 동물복지, 디지털 축산기술, 축산환경기술 부문 등 연구인력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안다. 연구인력 확보와 효율적인 배치가 필요한데, 방책이 있나?


모든 일에 사람과 예산이 중요하다. 기후 변화에 대응한 온실가스 배출 줄이기, 가축전염병 발생, 동물복지형 축산, 급성장하는 반려동물산업, 축산환경과 관련한 제도와 정책의 강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가 ‘긴급 분야’로 꼽힌다. 올해 이들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고 전문인력 채용에 많은 공을 들일 것이다. 행정부처에서 인력보충을 허용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니겠다.

 

끝으로 지속 가능한 축산업 발전을 위한 축산과학원장으로서의 각오를 밝혀달라.


축산과학원은 국정과제와 정책을 뒷받침하고 축산업의 현안을 앞장서 해결하는 국가 연구기관 본연의 역할과 노동력 절감, 생산성 향상 등 축산업 발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디지털 축산기술, 그리고 기후 변화에 대응한 기술 개발에 충실하겠다. 재임 동안 구성원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기관을 운영해 축산인과 국민에 진정 도움이 되고 희망을 주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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