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시 동

국립축산과학원  가축개량평가과장

 

 

 

사전에서‘씨도둑은 못 한다’는 속담을 찾아보면‘아비와 자식은 용모나 성질이 비슷하여 속일 수 없다는 말’로 나온다. 만약 자식들이 그들의 아비어미를 닮지 않는다면 개량은 불가능하다. 즉 한우의 체중, 근내지방도와 같은 어떤 특성이 아비어미에서 자식으로 유전 돼야 그 특성을 개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비어미의 체중 평균값이 전체 평균보다 10kg 정도 높다면 체중 유전력이 약 30%이므로 이의 자식들의 평균체중은 전체 평균보다 3kg정도 더 나간다. 아비어미 평균값 10kg의 30%인 3kg이 자식에게 확실하게 유전되며 이를 아비어미의‘육종가(育種價)’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비 또는 어미가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을 복숭아에 비유하자. 내가 아빠로부터 육종가가 5인 황도를 받고 엄마로부터 육종가가 3인 백도를 받고, 내 아내는 장인, 장모로부터 각각 육종가가 3인 백도 1개씩 받았다고 하자. 그러면 나의 육종가는 5(황도)에 3(백도)을 더한 8이고, 아내는 3(백도)에 3(백도)을 더해 6이다.

이제 나와 아내가 가지고 있는 복숭아를 하나씩 아이에게 준다고 하자. 아이는 아내로부터 백도 하나(아내는 백도만 가졌으므로)를 받고 나로부터는 황도 또는 백도를 받을 것이다. 아이는 황도(5)와 백도(3)를 받아 8이 될 수도 있고, 백도(3) 2개를 받아 6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같은 부모에서 태어난 형제가 똑같지 않은 이유이다. 그러나 여러 명의 자식을 낳는다면 아마 8인 자손과 6인 자손이 골고루 나올 것이므로 자손의 평균은 7이 된다.


한편, 세포의 핵에 들어 있는 유전물질, 즉 ‘유전체(遺傳體)’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유전체를 수만 개 이상의 조각으로 나누어 각 개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체가 어떤 조각으로 구성돼 있는지를 쉽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자식이 가지고 있는 복숭아가 황도인지 백도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소는 일반적으로 유전체를 약 5만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이 조각을 복숭아에 비유한다면 소 한 마리는 아비소로부터 5만 개의 서로 다른 복숭아를 받고 어미로부터 5만개의 서로 다른 복숭아를 받아 5만 쌍의 복숭아를 갖게 된다.


예를 들어 도체중 측정기록이 있는 개체에 대해 유전체를 분석해 5만 쌍의 복숭아 정보를 얻고 이런 개체를 수천 마리 이상 확보한 다음, 이런 복숭아 쌍을 가진 개체는 도체중이 이렇고 저런 복숭아 쌍을 가진 개체는 도체중이 저렇더라는 내용으로 방정식을 만든다. 이제 방정식을 풀면 도체중에 기여하는 각 복숭아별 값이 나온다. 개체의 유전적 조성을 알고 육종가를 계산하게 되므로 확률적으로 구한 것보다 정확한 육종가를 얻을 수 있다. 이를‘유전체육종가’라 한다.


유전체정보는 소가 태어나자마자 분석할 수 있으므로 가축이 어릴 때 종축으로 선발할 수 있어 개량을 촉진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우리나라 가축개량에 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여 2018년부터 한우보증씨수소 선발에 적용했다.


올해부터는 농촌진흥청과 농협경제지주가 협업을 통해 한우 암소에 대한 분석서비스도 시작했다. 아직은 도체형질 등에 국한해 분석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암소에서 중요한 수태율과 같은 번식능력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는 번식을 실시하는 농가의 적극적인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본격적으로 유전체를 활용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농가의 개량 참여가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