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일 박사

농촌진흥청 기후변화평가과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 발생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등 기후변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8월 집중호우로 인명, 재산피해가 발생해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쏟아지기도 했다.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에 의해 발생하며 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농도 증가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온난화와 그에 따른 기상이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실가스 저감기술 개발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시작된 이 노력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모든 유엔 가입국에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여한 체제를 출범시키며 꽃을 피웠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발표했고, 농축산분야는 약 1.6 백만 톤의 감축 목표가 설정되었다. 농축산 부문은 다른 산업부문보다 할당된 감축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온실가스 배출원과 경로가 다양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이 수월하지만은 않다.


농진청 등 여러 농업연구기관에서는 농업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농업부문에서 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로는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있는데, 벼농사를 짓기 위해 논에 물을 가둬놓은 상태에서는 메탄이, 작물 재배에 사용된 비료에서는 아산화질소가 배출된다. 이렇게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논물을 얕게 대는 등의 물 관리 기술과 비료 사용을 줄이는 양분 관리 기술 등 다양한 저탄소 농업기술이 개발되었다.


이 기술들과 함께‘바이오차 이용 온실가스 배출 저감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와 숯의 합성어로, 바이오매스를 열분해하여 만든 탄소 함량이 높은 고형물이다. 바이오차 내 탄소는 안정된 형태의 구조로 배열돼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바이오차를 토양에 투입하면 탄소를 반영구적으로 토양 속에 저장할 수 있으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바이오차는 입자 사이 틈이 많아 양분 보유 능력이 높아져 질소 사용량을 줄일 수 있으며, 결국 아산화질소 배출 저감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토양 통기성을 좋게 해 미생물에 영향을 줘 농경지에서 배출되는 아산화질소를 감축할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바이오차 기술이 농업 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데, 이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총괄하고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농업·농촌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과 연계해 해결할 수 있다.


이 사업은 농업인이 자발적으로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정부가 감축량을 인증하고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사업 적용 전제 조건으로 저탄소 농업기술에 대한 방법론이 구축되어야 하는데 현재 논물관리 기술 등 15가지 저탄소 농업기술에 대한 적용 방법론은 구축되었지만 바이오차를 활용한 기술에 대한 인증 방법론은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바이오차를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구명되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지침에서도 바이오차의 탄소격리 효과가 인정되고 있는 시점에 관련 방법론이 조속히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바이오차 이용 온실가스 저감기술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더 나아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길 기대한다.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바이오차와 같은 새로운 감축 기술을 육성하고 기후지능형 정책 방안을 마련하여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끊임없는 노력과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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