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영 농업연구사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가정간편식으로 불리는 HMR(Home Meal Replacement)은 현대 식문화에 새롭게 나타난 개념으로, 그대로 또는 단순조리과정을 거쳐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든 완전 혹은 반조리 형태의 제품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HMR 시장은 1인가구(’19, 30.2%)의 급격한 증가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2018년을 기준으로 10년 사이 생산량과 판매액이 각각 562%(1,037,524톤)와 844%(3조300억원)의 큰 성장을 이루었다.


HMR은 일찍이 발전을 이룬 절단 과일, 채소 등의 신선편의식품을 포함하지만, 2018년 기준 전체판매액에서 즉석섭취식품과 즉석조리식품이 93%로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그런 가운데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서 유독 눈에 띄게 급성장하고 있는 HMR 품목이 바로‘죽’이다.


죽은 더 이상 환자만의 식사가 아닌 건강한 한 끼 식사로, 편리하고 부담 없이 다양하고 빠르게 섭취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의 일상식이 되었다. 이러한 주요한 성장 배경은 쌀을 주재료로 하는 죽이 소비자로 하여금 그 어떤 아이템보다 식사에 대한 만족감이 높으며, 다양한 부재료의 활용으로 일상 식사를 하듯 다양한 제품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국내 죽 시장 규모는 2018년 745억 원으로 불과 3년 사이에 2.3배의 증가를 나타냈고, 2019년에는 약 2,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기에 외식죽 시장까지  합하면 총 5,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며, 죽 시장을 이끌어가는 선두 기업들의 경쟁 속에서 더욱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근간으로 초기 죽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것이 전복 등 고급 부재료의 첨가율을 높이고, 제조사별 육수 등으로 차별화한 것이라면, 죽 시장의 급성장 배경은 상온파우치 포장과 용량을 증가시켜 소비를 이끈 것이다.

한 기업의 과감한 파우치죽 도전과 또 다른 기업의 지속적인 용기죽 생산은 차별화된 고유 소비층을 놓지 않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지 않았나 싶다. 그럼 앞으로 죽 시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식품의 가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좋은 원료의 선택과 최적의 가공기술이다. 가공기술은 이와 연계된 전·후방 산업의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으며, 산업체가 갖는 경제력에 좌우되고, 이를 통해 산업체는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한다.


반면, 가공에 적합한 원료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임에도 다양한 자원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산업체는 이러한 실천이 쉽지 않다.


이를 반영하여 농촌진흥청에서는 쌀죽 원료의 품질평가기준을 설정하여 쌀죽 가공을 위한 우수 특성을 제시하고자 하며, 현재 주·부재료의‘맛’중심의 제품다양화에서 원료유래 기능성 및 품질특성 중심의 용도다양화를 이루고자 활발한 연구가 수행 중에 있다.


HMR과 함께 성장해 온‘상품죽’,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원료의 혁신’을 제시해본다. 집콕시대에 ‘확찐자’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만큼, 우리의 식생활 관리가 필요한 때이다. 언제까지 코로나-19로 제한된 공간에서만 생활해야할지 알 수 없으나, 때로는 활동량 감소에 따라 소화력이 증진된 죽이 필요할 수 있고, 때로는 비만을 방지할 수 있는 다이어트 죽이 필요할 수도, 특별 연령층을 위한 영양소가 강화된 죽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적절한 원료의 선택으로 가능하다는 것, 이것으로 상품죽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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