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부용  농촌진흥청  작물보호과 박사

 

 

 

코로나(COVID-19)로 전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갈등이 깊어지면서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갈등은 무역전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두 나라는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맞서고 있다.

관세가 부과된 품목 중 상당수는 대두, 수수, 돈육 등 농축산물이다. 이로 인해 국제 농산물 가격 변동은 평년보다 커졌고 변동 폭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일시적 상황에 의한 단기적인 영향일 수도 있으나 농산물이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조적으로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23%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사료용 곡물을 빼고 식용만 따져도 약 45% 수준이며 주식인 쌀과 보리를 제외한 기타 곡물의 자급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나머지를 수입으로 채운다는 것이며 이는 국제 농산물 가격의 영향을 받는 구조라 볼 수 있다.


환경적으로는 플랜테이션과 같은 대규모 단작위주 재배로 병해충 발생이나 홍수·가뭄 등 이상 환경에 매우 취약해진 상황이다. 최근에는 과수화상병, 미국선녀벌레, 열대거세미나방 등 외래 돌발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고, 기존의 병해충들도 여전히 발생하여 피해를 주고 있다.


혹자는 식량안보의 필요성으로 미래의 식량전쟁 발생 가능성을 주장한다.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전혀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올해 초 베트남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잠시 쌀 수출을 금지한 적이 있고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일부 국가에서도 농산물 수출을 금지한 적이 있다. 현재는 해제되었지만 비상 시 식량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농산물 교역도 경제원리가 적용되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적정선에서 가격이 정해진다. 다만 국가 간 관세 부과로 유통가격에 영향이 생길 뿐이다. 따라서 고의적인 식량의 무기화는 어렵지만, 이상기후로 인한 흉작이 발생하면 공급이 줄어 가격이 높아지고 심하면 공급 자체가 거의 없게 된다. 이 정도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감자 역병으로 인한 대기근은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80년대 초 냉해로 인한 벼 흉작으로 수급에 문제가 생기자 곡물메이저인 코넬, RGA 등이 자포니카 쌀의 가격을 시세보다 두 배 이상 올려 비싸게 사 온 전례가 있다. 아일랜드는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해 문제가 커진 경우지만, 기후변화와 병해충 등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직접적인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며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뒷받침해준다.


따라서 농작물의 생산을 일정 수준 유지하고, 기후변화와 외래 병해충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며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보유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생산기술 개발, 농업재해와 병해충 대응체계 구축하고 기후적응형 재배·사양 기술이나 기상재해 피해저감 기술, 저탄소 농업기술, 문제 병해충 등 다양한 부문에서 노력하고 있다. 식량안보를 위한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위기를 경험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먼 미래일지라도 남북통일이 될 경우까지 아우른 식량안보 구축이 필요하며 이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작물보호 기술 확보는 필수적이다. 1년, 10년이 아닌 먼 미래까지 대비한 식량안보의 백년대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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