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숙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 농업연구관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혈액 순환이 원활해야 하듯, 농경지에 투입된 비료 성분도 토양-식물-토양생물체와 대기권을 원활하게 순환해야 농업 생산성도 높아지고 농업환경도 건전하게 유지된다.


염류 집적이란 비료 성분이 작물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많이 투입돼 작물로 이동하지 못하고 토양에 남아 쌓여있는 상태를 말한다. 농경지 면적이 큰 국가의 농업인들은 경지면적을 몇 개의 구획으로 나누어 작물을 돌려짓기하는 방식으로 염류 집적의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경지면적이 작고, 다수확의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는 영농형태에서는 경지면적이 넓은 일부 농가만 돌려짓기를 활용할 수 있다.


돌려짓기 이외에도 염류 집적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개발돼 활용되어 왔다. 대표적인 예로, 물로 염류를 녹여 시설 밖으로 제거하는 담수제염법, 염류가 쌓인 토양을 새로운 흙으로 교체하는 객토, 옥수수 등 비료를 많이 흡수하는 작물을 재배하여 염류를 제거하는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담수제염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객토는 비용이 많이 든다. 돌려짓기나 옥수수 등 비료흡수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일정 기간 경제성 작물의 재배를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설재배지에서 농업인들은 염류 집적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활용하길 원할까?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어야 하며 사용하기 편리한 기술이어야 할 것이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킬레이트제 물질을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킬레이트제(chelating agent)란 토양 중의 양이온과 고리 구조 형태로 쉽게 결합하는 물질로서, 킬레이트제를 사용하면 토양에 고정돼 있거나 사용되지 못해 쌓여 있는 질소, 인산,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의 양분이 작물에 흡수되기 쉬운 상태로 바꾸어 준다.

킬레이트제를 염류집적지에 사용할 경우, 작물을 재배하면서 염류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료 사용량도 줄일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이점들이 있다. 게다가 작물의 수량도 증가하고 품질도 좋아지며 궁극적으로는 농업생태계 내에서 원활한 양분 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실제로 경기 여주의 잎채소 재배 농가에서 1년 이상 구연산을 사용했을 때, 염류장해는 줄어들었고 생육 기간은 단축됐으며, 고품질의 잎채소를 생산할 수 있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올해 충남 천안의 멜론 재배 농가에서도 킬레이트제를 사용한 이후 토양 염류 농도가 줄고 생산량이 늘었으며, 당도 등 품질은 향상된 것이 확인됐다. 그동안 킬레이트제 활용 기술은 농촌진흥청과 시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1개 시군에 보급돼 농업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으며, 올해는 19개 시군 농업인에게 보급하고 있다.


농가에서 킬레이트제를 사용하는 비율을 지금보다 늘리기 위해서는 현장 맞춤형 킬레이트제를 포함한 다양한 농자재를 개발해 제공해야 한다.

또한, 농업 현장에서 분석기기를 이용해 염류를 진단한 후 휴대전화를 이용해 염류 해결 처방서를 발급받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겠다. 이러한 기술이 개발된다면 시설 염류 집적 문제를 해결하는 영농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국내 시설재배지 토양환경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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