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으로 세계가 연일 비상이다.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전염병의 발생으로 우리의 일상은 많이 변했다. 마스크는 휴대전화만큼 가까운 필수품이 되었고, 차 한 잔, 밥 한 끼 먹는 약속 잡는 것도 조심스러워졌다.


정부는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에 이어‘생활 속 거리 두기’를 시행하고 있으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언제 끝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곤충도 이와 유사한 상황을 겪은 바 있다. 2012년 충북 청주(당시 청원군)에서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대량 폐사한 이후 비슷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보고됐다. 2014년 농촌진흥청은 이 질병이 누디바이러스(Oryctes rhinoceros nudivirus, OrNV)에 의한 것임을 밝혀냈다.


매년 실시되는 곤충 질병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장수풍뎅이 농가에서 누디바이러스가 검출되었으며, 이에 따른 피해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디바이러스에 감염된 장수풍뎅이 애벌레 대부분은 행동이 둔해지고 먹이를 먹지 않다가 톱밥 위에서 죽게 된다. 이 바이러스는 곤충의 위장에서 증식하며, 죽은 곤충에서 방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건강한 개체가 병든 개체를 먹어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애벌레의 우화율과 성충의 산란율이 줄어들고 농가 피해는 늘어나게 된다.


농촌진흥청은 바이러스로 인한 장수풍뎅이 농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곤충바이러스 진단과 방제 방법을 연구 개발해왔다. 2016년에서는 장수풍뎅이 누디바이러스 현장 진단법을 개발하여 농가에 보급했다.


최근에는 신속하고 정량적인 누디바이러스 진단법을 개발해 특허출원(제10-2020-0071081)한 바 있다. 2017년에는 뽕잎을 이용한 장수풍뎅이 누디바이러스 예방법을 구명해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누디바이러스 예방법이나 진단법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는 것이다. 지난해, 사육장소에 따른 장수풍뎅이 누디바이러스 발생률은 노지 81.8%, 비닐하우스 9.1%, 실내 9.1%로, 노지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노지에서 사육할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체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병든 개체만 따로 분리해 내는 것이 어려워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될 수 있다.


따라서 곤충에‘생활 속 거리 두기’를 적용한다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여러 병해충으로 발생하는 각종 곤충 질병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내에서 사육한다면 병든 개체가 있는 사육 상자만 폐기하면 되므로 질병 관리가 더 수월할 것이다.


현재는 장수풍뎅이 대부분이 애완용으로 소비되고 있으나 앞으로 식용이나 약용으로 활용이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안전하게 실내 사육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곤충을 연구하면서 곤충과 인간이 다른 듯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다. 감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사람도 곤충도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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