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방제품들은 해마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매출액은 2014년 1조 6,310억 원에서 2018년 2조 5,221억 원으로 증가하였고 한방화장품 매출액은 2016년 2조 5,67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한방제품의 원료가 되는 것이 약용작물이다.


약용작물은 과거에는 주로 한약재의 원료로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약 70% 이상을 식품과 의약품의 원료로 사용할 정도로 용도가 바뀌어 가는 추세이다. 우리 한방업체들이 한창 성장하던 2000년대 전후에는 제품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주로 값싼 수입 원재료를 이용하였다. 이러한 수입 원료는 자국의 수요 증가나 남획으로 인한 자원 감소, 환경 보전 등의 이유로 수출이 제한되거나 가격이 상승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매출이 느는 만큼 품질 유지가 가능한 원재료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수출국의 품질관리가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에서 직접 생산관리 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하지만, 역시 작물이나 재배환경에 대한 이해부족, 현지 생산 인프라의 한계 등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국 내 생산기반이 붕괴돼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은 아직도 이러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역시 해외조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어 10여 년 전부터 약용작물 국산화를 목표로 지속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시장이 성숙할수록 안전성이나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는 높아진다. 좋은 원재료의 사용은 그것 자체로도 높은 홍보 효과를 가질 뿐 아니라 완제품의 균일한 품질 보증을 통해 유통과정에서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최근 국산 약용작물의 생산방식은 과거와 많은 면에서 달라졌다.

우수농산물(GAP) 확대,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의 전면시행으로 검증 시스템이 한층 강화됐고 주산지를 중심으로 현대적인 가공시설과 보관창고들이 늘면서 원료를 표준화하고 신선도를 높이는 일도 더 유리해졌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원료 표준화에 유리한 고품질의 약용작물 품종들을 개발하여 생산성과 시장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지황은 과거 재래종을 많이 사용하였으나 현재에는 뿌리썩음병에 강하고 다수성인‘토강’,‘다강’같은 품종들이 주산지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량도 크게 줄면서 2008년 32%에 머물던 지황의 자급률은 현재 60%를 넘어섰다. 지표성분 부족과 수량성이 낮아 오랫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감초도 수량이 많고 우수성분이 풍부한 계통을 육성해 농가보급을 앞두고 있다.


원재료의 국산화는 한방산업과 농업, 그리고 전후방 산업을 탄탄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한방업체 입장에서는 품질이 보장된 원료수급이 가능해지고 농가는 가격 불안을 해소해 안정적인 영농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소비 원재료 가운데 수입 재료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가야할 길이 멀다.


농촌진흥청은 새로운 수요 작물을 발굴하고 국내 한방업체와 생산자간의 원료공급체결을 확대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화장품협회, 건강기능성식품협회 등과 공동으로 기원이 확실한 약용작물 추출물을 업체들에게 제공해 신제품 개발에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여기서 제품이 출시된다면 농가의 표준화된 생산과정을 통해 국내 바이오기업들에 원료 공급이 가능하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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