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이 폭 빠져 있는 음악 장르는 무엇일까?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BTS가 유행이라지만 최근 방송가를 뜨겁게 달군 것은 트로트였다.

한때는 나이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으나 복고(Retro)가 뉴트로(New-tro)라는 이름으로 돌아와 세계를 휩쓸듯이 트로트도 모든 세대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음악 장르로 돌아온 것이다.‘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술에도 유행이 있을까? 물론 그렇다. 60~70년대에 즐겨 마시던 술은 25% 희석식 소주였다. 쓴맛의 소주는 서민들의 고된 삶을 위로하고,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이었다. 청바지와 미니스커트로 대표되는 70~80년대에는 맥주가 대세였다.

서울 시내에 맥주 공장이 있던 시절이었다. 90년대 ‘백세주’로 시작된 약주 열풍은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고, 밀레니엄 시대에 접어들면서는‘신의 물방울’이라고 불리는 와인을 중심으로 과실주가 유행했다. 소주잔, 맥주잔만큼 와인잔을 드는 모임이 늘어났고, 잡지에는 좋은 와인 고르는 법부터 와인을 마시는 법, 어울리는 안주 등 정보가 실렸다.


그러던 중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막걸리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사랑받고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 음식과 술을 찾는 외국인이 늘었고, 덩달아 본고장 한국에서도 막걸리 열풍이 분 것이다. 그 당시 개발된 것이‘자색고구마막걸리’이다. 막걸리는 보통 페트병에 담겨 있으며 유통기한은 10일 내외로 신선하지 않으면 마실 수 없는 술이었다.

그러나 자색고구마막걸리의 등장으로 고급스러운 유리병에 담긴 막걸리, 그것도 은은한 분홍색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막걸리가 시중에 유통돼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으며, 해외시장에까지 진출하게 됐다. 막걸리는 다시 복분자주와 같은 과실주에 인기 바통을 넘겨줬다. 그리고 최근에는 증류식 소주가 소비자의 입맛에 안착했다.


웰빙과 욜로(YOLO, 인생은 한 번뿐)가 유행하면서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20% 이하로 낮아졌고, 인공감미료가 없는 증류식 소주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또한, 2017년 7월 온라인으로 전통주 판매가 허용되면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는데, 특히 2030 여성층에서 증류식 소주를 많이 찾고 있다. 최근에는 무형문화재나 명인이 만들어 프리미엄 이미지가 쌓인 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에게 자주 노출되면서 판매량이 많아지는 추세다.


유행하는 음식에 따라 찾는 술도 다르다. 최근 훠궈와 양꼬치가 인기를 얻으면서 중국의 대표 증류주인 고량주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고량주의 원료는 수수이다. 수수에 소량의 물을 넣고 고체발효하여 증류하면 독특한 향기와 함께 35%가 넘는 알코올이 생성돼 고량주 특유의 맛이 난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수 재배가 장려되고 있으나 아직 소비시장은 형성되지 못했다. 증가하는 증류주 시장에 맞춰 한국형 고량주가 생산된다면 농가 소득 증가는 물론 국가 곡물 정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제는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선도해야 하는 시대이다. 유행을 이끄는 리더가 될지, 리더가 만든 유행을 따라가는 팬이 될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우리술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소비시장을 휘어잡는 우리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농업인이 안정적으로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농산물로 소비자가 구매하고 싶은, 더욱 좋은 술을 빚기 위해 발효산업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농업과 발효산업의 동반 성장으로 우리술이 유행을 선도하는 리더가 되길 바라본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