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뿌리 없는 나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외국에도‘When the root is worthless, so is the tree (뿌리가 가치 없으면 나무도 그렇다)’라는 속담이 있다.

식물에서 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면서 세상의 이치도 이와 같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어느 문화권을 막론하고 이런 속담이 존재할 정도로 뿌리는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식물이 성장할 때 필수적이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뿌리에는 수많은 기능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뿌리가‘땅속의 보약’이라 불리는 것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뿌리채소‘우엉’은 특유의 아삭아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이런 우엉이 기능성까지 풍부하다니,“우엉! 이런 효능이?”감탄사가 나올 만도 하다.


우엉은 국화과의 두해살이풀이다. 유럽, 시베리아, 중국 동북부 등에서 서식하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주로 재배된다. 꽃은 관상용으로 쓰이고 종자는 약용으로, 뿌리는 약용과 식용으로 두루 쓰인다. 갈색 껍질의 뿌리는 인삼과 비슷한 향이 난다. 우엉 껍질에 인삼의 대표적 기능성 성분인‘사포닌’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포닌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인체 면역력 증진, 콜레스테롤 저하, 혈당상승과 지방축적 억제, 혈액순환 개선 등 매우 다채로우면서 우수한 효능을 가진 물질로 밝혀졌다. 놀라기는 이르다. 우엉에는 사포닌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엉의 주성분인‘이눌린’은 수용성 식이섬유로 장내에서 젤 형태로 존재한다. 이 성분은 다른 당분과 결합하여 당분이 체내로 흡수되지 않도록 해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이눌린은‘천연 인슐린’으로 불리며 당뇨로 췌장 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 투여하여 당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막는 치료제로도 쓰인다. 또한 신장기능을 강화해 이뇨작용을 촉진하고 붓기 완화에 도움을 준다.


우엉을 자를 때 나오는 끈적끈적한 성분은 ‘리그닌’으로 식물의 세포벽을 이루는 성분이다. 이 성분은 외부 병원체로부터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항균·항바이러스 활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항암 활성이 밝혀져 암 예방성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우엉은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물질들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농산물이다.


요즘처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 때문에 바깥 활동을 자제하고 집에만 머무르다 보면 식이 섭취는 증가하는데 활동량은 부족해 혈당과 혈중 콜레스테롤은 증가하고 면역력은 떨어지기 쉽다. 집에서 모든 끼니를 해결하니“돌밥(돌아서면 밥)”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주부들의 어려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럴 때 우엉을 활용한 요리를 준비하여 삼시 세끼 반찬 걱정은 없애고 우리 가족의 건강까지 챙겨보자.


우엉의 아삭아삭한 식감은 조림, 무침, 샐러드에 잘 어울린다. 국이나 찌개에 넣으면 국물에 고소한 맛을 더해준다. 우엉 튀김, 우엉 밥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엉을 즐길 수도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운영하는 농업기술포털‘농사로’에서 ‘우엉’을 검색하면 우엉 관련 다양한 정보와 함께 우엉 조리법도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봄은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조심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치고 예민해지기 쉽지만, 식사를 마친 후 창문을 활짝 열어 봄기운을 집 안 가득 들이고 따뜻한 우엉차 한 잔으로 우리 앞의 봄을 만끽하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몸 안 가득 활력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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