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과수화상병으로 인해 눈코뜰새 없이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은 과수화상병 예방 및 처방할 수 있는 연구에 전력을 쏟고 있다. 김경규 청장은 “축산분야의 관련 연구자료는 방대한 반면 식물분야는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면서 “과수화상병 관련 연구를 신속하게 추진키 위해 BL3급 격리연구시설(온실 포함)을 구축하고 오는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또 “전세계적으로 과수화상병 처방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지만 농진청은 가용 인원을 총동원해 빠른 시일내 연구성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농진청은 전국 사과 주산지 전수조사를 통해 과수화상병 발생 현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


지난 8일 전라북도 전주시 소재 김 청장 집무실에서 진행된 이번 인터뷰는 본지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진행됐다. 다음은 김경규 청장과 일문일답.

 


 

 

■ 청장님 반갑습니다. 취임 이후 농진청을 고객중심의 스마트한 조직으로 혁신하겠다고 하셨는데, 현재 성과는 어떠십니까?


우리 농업·농촌은 고령화, 기후변화, 시장개방 확대, 아프리카돼지열병, 화상병 발생 등 당면한 과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의 환경 극복과 농업 발전은 연구개발(R&D)이 선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농업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안 과제를 슬기롭게 극복키 위해 조직의 유연성과 창의와 열정을 갖고 직원들과 함께 노력한 한해 였다.


고객중심으로 일하기 위해 수요자의 참여 확대와 모바일 소통을 강화하고 산학관연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또 스마트한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벽허물기, 소통, 협력을 통해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인재육성과 성과보상 체계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내외부의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는데 농진청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청장님께서 추진하는 올해 중점 추진과제를 말씀해 주십시오.


우선 현장과 수요자 중심의 농업기술 혁신으로 농업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네 가지 핵심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첫째, 현장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개발 강화와 지역농업 활성화이다. 둘째,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을 융합해 농업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바이오 신성장 산업의 육성기반 마련이다. 셋째, 청년 중심의 미래 농업인력을 양성하고 농촌복지 향상, 치유농업의 육성,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는 농업기술 개발이다. 넷째, 국제기술협력, 개도국 기술지원 등 농업기술의 글로벌 협력을 확대하고 농산물 수출을 촉진하는 기술의 개발·보급 강화이다.


농진청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를 혁신해 고객 중심의 스마트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기후온난화가 화두입니다. 기후온난화로 우리농업의 지형 변화도 심각한 것으로 감지됩니다. 농진청의 대응 방안이 궁금합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 평균 1.8℃ 상승했고, 오는 2050년 3.2℃ 상승해 남한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진청은 新농업기후변화대응체계 구축사업을 통해 3대 분야(농업 기후변화의 예측, 적응, 완화)의 체계적 R&D 추진하고 있다.


또 아열대작물 개발 및 산업화를 위한 아열대작물실증센터를 구축해 아열대 작물 지역 적응성 평가·실증, 표준매뉴얼 개발, 신기술 사업화 지원, 참여형 현장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마련 중이다.


또한 농업인들이 새로운 작목을 도입할 때는 지역적응 시험을 거친 뒤 안전하게 재배하고 작물별 재배적기를 지켜 각종 재해(저온, 고온 등)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긍정적 영향은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개발 및 보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최근 변화무쌍한 기후변화로 농작물에 대한 저온 및 고온피해가 매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매년 봄철 이상저온 피해가 발생했고 특히 2010년, 2018년도에 전국적인 저온피해가 심하게 발생했다. 향후 지구온난화에 따른 따뜻한 겨울과 3월 이상고온 현상의 지속으로 작물의 생물계절이 빨라져 4∼5월 기상변동에 의한 저온피해 위험은 상시화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농진청은 기상재해 대응 개발기술 적용과 품종의 다변화로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여름철 폭염이 점점 심해짐에 따라 채소, 과수, 화훼 등 시설작물에 대한 우려가 높다.


민간에서 개발한 고온 극복 기술의 현장 보급 가능성과 채소·과수·화훼의 고온 극복 적용 가능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고온 극복 온실을 건립했다. 이미 고온기인 7월부터 장미와 딸기를 심어 시험재배를 시작해 10월부터 수확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앞으로 토마토, 파프리카 등 채소와 거베라, 팔레놉시스 등 화훼 품목에 확대 적용하여 온실의 효과를 실증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막지역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UAE에 시범 설치해 활용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 최근 아랍에메이트(UAE) 사막에 벼를 심어 수확하는데 성공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사막에서 벼재배 성공 스토리를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2018년 한-UAE(아랍에미리트) 정상회담간 논의된 농업기술협력사업의 일환으로, UAE 사막지역(샤르자)에서 시험재배(1,890㎡)에 나섰다.


UAE 벼는 지난해 11월 25일 파종해 5월초 10a(300평)당 763kg 수준으로 수확에 성공했다. UAE 벼 성공재배는 농진청이 자체 개발한 건조지역용 벼 ‘아세미’품종의 재배 가능성을 확인, 사막 환경에서 파종부터 수확까지 재배 전 과정을 실증하고 체계화한 점, 벼 재배 가능지역을 건조지역에서 사막지대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극복해야 과제도 산적하다. 우선 물빠짐에 대비해 지중 40cm에 부직포를 매립하고 평탄화 작업을 실시했다. 또 지중 30cm, 60cm 간격으로 지중점적 관수 시설을 설치하고 지중 점적관 미작동에 대비해 스프링클러를 동시에 설치했다. 이와 함께 제염 및 산도조절을 통해 지하수 활용을 위한 정수장치를 설치해 시간당 4톤, 일일 최대 96톤이 생산 가능토록 했다.


이러한 준비 과정을 거쳤지만 더 큰 문제는 물 사용량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파종한 이후 실증재배에 사용된 물의 양은 하루 평균 ha당 175톤에 달했다. 우리나라 논 재배시 토양조건에 따라 50∼100톤이 소비되는 것과 비교하면 물 사용량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다.


더욱이 UAE에서 상수도로 농사를 지을 때 175톤은 23만원에 해당하며 벼가 자라는 3개월간 물 사용료만 약 2,000만원에 달한다.


쌀 수확량(정조 : 도정하지 않은 수확한 그대로의 알곡)은 ha당 10.6톤이며 생산액으로 따지면 564만원에 불과해 현재 수준으로는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 농진청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키 위해 지난 2월 추가로 파종한 벼는 물절약 기술을 적용해 하루 평균 53톤으로 재배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도전하는 연구과제에서 더욱 경제적인 물 절약기술을 개발하고(농진청), 지하수 또는 지하수와 상수도(담수) 혼합용수를 사용하는 기술(농어촌공사)을 개발하여 경쟁력 있는 벼 재배에 도전 할 것이다.

 

■ 사막에서 벼 재배 성공과 함께 첨단 농업기술을 적용해 남극기지에 식물농장을 설치해 남극기지 대원들이 채소를 가꿔 먹도록 해 화제입니다.


농진청은 남극기지(세종, 장보고) 대원의 신선채소 공급을 위해 인공광 실내농장 구축·운영하고 있다. 실외에 컨테이너형 실내농장을 구축한 바 있으나 시설의 노후화, 재배품목 다양화에 따른 재배기술 및 재배시스템 활용 방안 마련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기지별 특성과 조건을 고려한 맞춤형 실내농장을 구축했다. 또 최신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한 설계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엽채류 뿐만 아니라 과채류 재배도 가능토록 시스템 설계 및 과채류 재배 매뉴얼을 개발했다. 이 재배기술은 내년 1월 남극에서 설치돼 실증과정을 거치게 될 계획이다.

 

■ 코로나19는 일상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비한 농진청의 연구방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농촌진흥청에서는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에 따른 변화를 예측해 R&D 방향을 설정하고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농식품 분야 종합적 비대면 비즈니스 기반 구축을 목표로 ▲HMR(가정간편식)·밀키트(반조리식품) 맞춤형 품종·가공품 개발 ▲디지털기술(ICT, AI, 빅데이터 등) 융합 확대+미래예측 강화 ▲건강 기능성 작물·식품 개발 강화 ▲인수 교차 감염 차단 강화 및 원헬스 개념 도입 ▲연구 정보의 디지털화 촉진 및 공유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농촌진흥기관이 기술보급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집합교육 등 전통방식의 교육추진은 코로나19와 같은 긴급상황 대응에 한계 노출 및 영농공백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와 함께 확산된 ‘비대면(Untact)’시대에 맞는 영농기술지원체계를 정립키 위해 최근 농진청 내 코로나19대응영농기술지원반을 설치했다.


‘비대면’시대에 맞는 기술보급으로 영농공백을 최소화하고 중앙-지방 온라인 소통시스템을 구축해 코로나19 관련 정보와 교육자료가 쌍방향으로 소통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 코로나19로 농촌현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농업인들에게 위로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농업 현장은 일손 부족, 농산물 판매 감소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동작물(마늘, 양파 등) 수확기와 과수 열매 따기 및 봉지 씌우기 작업이 겹치는 지금 시기가 노동력이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시기이다.


농진청도 지자체, 농식품부 등과 협력해 농업현장의 부족한 일손이 경감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울러 생력화 및 기계화 관련 연구를 확대해 장기적으로 농촌현장의 부족한 일손 부족 문제에 대처해 나가도록 하겠다.


무엇보다 농진청의 연구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돼 농가소득 향상뿐만 아니라 국민 삶의 질까지 높아질 수 있도록 농촌진흥사업을 이끌어 나가겠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모든 농업인 여러분 다시한번 깊은 위로를 드리며 농진청은 항상 여러분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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