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틀 전환’ 공익직불제·청년 일자리 창출 등으로 마무리될 듯

수급조절·유통개선·개방대책·농협구조조정 등 개혁과제, ‘선언적’ 발언만 무성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농업특별기구’ ‘농업 소득보장’ ‘농정 패러다임 전환’ ‘청년 농업인 양성’ ‘농어업회의소’.


2017년 문재인 정부 시작 전후로, 농정의 핵심으로 간주되던 단어들이다. 즉 문재인 농정의 목표이자, 정책 추진 내용이자, 무엇보다 농민을 비롯한 국민과의 약속으로 굳힌 법제화 성격의 과제들이다.


문재인 농정이 마무리단계라 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 쌀값을 안정화시켰고, 농가소득이 4천만원시대에 접어들었고, 무엇보다 공익직불제 실현으로 농정의 대전환에 틀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차대한 변혁기를 이끌었다는 정부내 자평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농정 의결자들의 국정공백이 길어지면서, ‘골든타임’을 놓친 ‘농정실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축이다. 거듭되는 농산물 가격 폭락에 손도 못대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갈수록 비중이 줄어드는 농업예산,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대책 부재 등은 끊임없는 갈등화 양상을 낳고 있다.


3년을 넘었다. 2년이 안 남았다. 문재인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농정공약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핵심 포인트, ‘지속 가능 농정’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성장’ ‘증산’ 중심의 농업·농촌이란 인식은 그 생명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간 식량 공급기반으로서의 농업의 역할을 바꾸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거듭 밝혔다.


이 지점을 문재인 농정의 기준점으로 놓고 보면, 현정부 농정의 밑그림은 생산 기능에 초점이었던 정책을, 사회적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맞게 개념 정립하는 것부터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용건은 ‘지속 가능하냐’여부이다. 아니면 지속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는게 대통령의 주문이었다.

농업을 타 산업과 구분짓거나 고립된 특수분야로 특정짓는 ‘절대 존재’로 남겨질 수 없다는 점이 문재인 농정 브레인들의 자각이었다는 분석이다. 왜냐면 열외된 농업, 그것은 곧 농업의 정체와 감축을 의미한다. 대전환 시기에 낙오될 수 밖에 없는 원인만 만들 뿐이란 분석이다.


이런 배경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농정공약은 ‘문재인의 생생지락’이란 타이틀 아래 2045년을 바라보는 농정을 목표점으로 제시됐다. 지속가능한 국민의 농업, 직불제 중심의 농업재정개혁, 지방농정·협치농정 등을 앞에 세웠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했던, 농산물 개방으로 인한 ‘농업시장 불안’, 물가안정의 희생양으로 인한 ‘농가소득 불안’, 비료값 상승 등으로 인한 농가의 ‘경영 불안’, AI·구제역 등 각종 ‘재해 불안’ 등 4대 불안 요소를 해소하겠다는 강조사항도 포함됐다.


이런 배경에서 12대 과제 추진방안이 고안됐고, 대표적으로 농어촌 미래세대 육성, 스마트기술을 기반한 농산물 수급안정 체계, 농어촌 그린뉴딜(저탄소·녹색경제 활성화), 푸드플랜 등이 대표 정책으로 집약됐다.

 

아직도 오리무중인 ‘농정 패러다임’

그러나 문재인농정은 2017년 5월 집권 당시부터 시기성에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혹평을 듣고 있다. 정권 초반 권력이 집중되던 ‘일자리위원회’에 농업계 명단이 빠지면서 엇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당연직으로 11개 부처 장관이 이름을 올렸지만, 농식품부 장관은 제외됐다. 농업분야의 일자리 문제는 자체적 귀농귀촌 지원사업, 청년농 육성 사업 등에 국한됐다.


여기에 농식품부장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선임행정관, 농업전문가인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등이 자리를 떠나면서 결정적 ‘농업포기’ 의사로 간주됐다. 국정공백이 다시 메워지기까지, 시도조차 못한 농업정책은 문재인정부 2/3를 넘긴 지금까지 후폭풍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농업가치 공론화를 숙제로 갖고 있는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활동, 공익직불제의 ‘공익형’ 현실화, 농어업회의소 법제화, 소득창출로 이어지는 농산물 안전 거래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농식품부는 문재인농정 3년을 맞은 성과와 관련, 우선 공익직불제 시행을 꼽았다. 또한 19만원선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쌀값이 안정된 수준으로 보이고 있는 것도, 정부의 선제적 시장격리등 정책 효과로 밝히고 있다.


구제역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신속하고 과감한 방역활동과 조치 또한 공적으로 삼고 있다. 학교 과일간식 지원사업을 위한 법제화에 성공했고, 일부 농업재해보험 품목을 확대한 사항 등도 현 정부는 정책 성공 사례로 분석하고 있다. 2018년부터 농가소득이 4천만원선을 넘어선 것 또한 성과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농정틀 대전환’으로 명명하면서까지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익직불제는 일단 기존 직불제 통합 형태로 물리적 합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기본직불 이외 선택직불로 구분하고 있는 경관보전이나 농업환경보전, 생태계 보전 등에 대한 구체적 계량 시스템과 직불제 시행 계획이 모호한 상태인 점이 문제라는 것. 여기에 농촌현실을 생각할 때 농가 소득 증대 방안으로 간주하고 있는 농민 입장과, 건강한 농산물 공급이 우선이라는 시각, 환경보전을 중요점으로 꼽는 소비자·시민단체 등 공익직불제에 대한 뚜렷한 지향점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도, 아직 농정틀 대전환으로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멈춰버린 농업소득, 답 없는 농업정책

쌀값에 대해서도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일정 물량을 시장격리한 것을 두고 근본적 대책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쌀변동직불제가 폐지되면서 쌀값이 폭락할 경우,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사라졌고, 농가입장에서 이는 정책 후퇴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농가소득에 대한 지적도 쏟아진다. 소득 출처도 불분명한 농외소득과 정책보조금 등의 이전소득 등이 합쳐진게 농가소득으로 포장돼 정책 효과로 홍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농가소득 4천만원을 넘었다는 얘기보다, 순수 농업소득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2005년 당시 농가당 평균 1천182만원이던 농업소득은 2019년에도 1천292만원으로 15년째 멈춰있다. 정부의 농정실패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은 ‘타운홀미팅’이라는 행사 형식을 빌어, 현정부의 농정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향후 2년의 농정 방향을 제시했다.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 구현’ ‘살고 싶은 농어촌 만들기’ ‘농수산물 수급관리와 가격시스템 선진화’ ‘더 신명 나고, 더 스마트한 농어업 추진’ ‘푸드플랜을 통한 안전한 먹거리 제공’.


그러나 농민단체들이 정권 초기에 건의했던 농업개혁과제, 핵심정책 등과는 낱말부터 어감이 다르게 표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밥쌀용쌀 수입과 관련된 정부의 대응책, 생산조정제를 통한 식량감축 정책에 대한 반발, GMO농산물표시제에 대한 대안, 기초농산물을 국가가 수매해달라는 요청, 농민기본수당에 대한 법제화, ‘농지는농사용만 허용’하는 농지공개념 현실화, 연합회 형식으로의 농업협동조합 개혁 등이 그것이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정책과 상당한 거리감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린뉴딜’로 농정개혁 가능할까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정책이 ‘포스트코로나’로 바뀌었다. 기존 한국판뉴딜에 그린뉴딜을 더했다는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이 나왔다. 농업분야도 물론 코로나19 피해를 조기 극복하고, 경제·사회적 변화에 대비하자는 차원의 재정지원책으로 급변했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정책 변화는 디지털뉴딜 차원의 ‘스마트팜 빅데이터’ 구축 사업이다. 농작물의 생육과 환경정보 수집을 확대해서 농가나 기업에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빅데이터센터는 이미 구축된 농정원이나 농진청의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한 플랫폼(거래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저탄소생산·온실가스저감 등을 통한 경기부양책 ‘그린뉴딜’ 개념의 생태계 구축 사업도 정부가 집중하는 정책이다.


문제는 비상시국임을 인정하면서도 문재인농정이 이대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불안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올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규모나, 내년도 예산안편성 지침 등을 감안하면 출연·보조금 분야에 대대적인 예산감축이 예고되고 있다.


이는 공익직불제 사업확대, 재해보험 확대, 수급안정사업 확대 등 농업분야의 숙원과제이자 해결과제 등을 담보하기엔 거리감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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