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은 생강차, 신하는 인삼차’라는 말이 있다. 생강의 효능을 인삼만큼 높게 평가했단 이야기이다. 조선시대 왕 중 가장 장수한 영조는 생강차 애호가로, 연회 때에는 신하들에게 술 대신 생강차를 권했을 정도라고 한다.


왜 생강은 임금님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농산물이 되었을까. 농산물이 되었을까. 생강이 항산화, 항염, 항암, 항균, 혈청 콜레스테롤 저하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강의 대표적인 유용성분인 올레오레진, 진저롤, 쇼가올은 자연살해세포(NK cell)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면역력을 높이고 말단 조직의 혈관을 확장해 몸을 따뜻하게 한다. 또한 생강은 중추신경계를 진정시키고 위 점막을 자극하여 위액 분비와 소화 작용을 촉진하며 구토를 억제해 임신 초기 여성들이 즐겨 찾고 있는 식품이기도 하다.


생강이 가진 여러 약리작용과 생체 보호 작용 중 요즘처럼 면역력이 중요한 시기에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면역 증진 효과와 몸을 따뜻하게 하는 기능이다. 일본의 면역학자인 아보 도오루 박사는 체온 상승(적정 체온 36.5~37.5도)으로 면역력에 관여하는 림프구의 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체온이 1도 오르면 신진대사가 13% 증가하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면역력이 5배 증가하며,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이 30% 감소한다고 주장하였다. 적정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강을 먹으면 혈액순환이 좋아져 여분의 수분이 체외로 배출되면서 체온이 올라가고, 다양한 체내 대사 기능이 정상화되면서 면역기능이 활성화될 수 있다.


생강의 주요 기능성 성분 중 하나인 진저롤은 항산화 관련 단백질의 발현을 증가시켜 세포의 노화를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진저롤과 함께 쇼가올, 파라돌(paradol)은 잘 알려진 항염증 물질로 염증을 일으키는 체내 효소를 억제하고 염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성분들은 활성산소에 의한 손상을 차단하거나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여 세포 자멸을 유도하며, 종양 형성에 관련된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해 암 예방과 치료에도 관여한다. 그리고 생강은 고초균, 리스테리아균, 포도상구균, 대장균, 치주질환 병원균 등에 대한 항균 활성을 가지고 있어 식품 또는 구강용품 등 인체에 안전한 천연 항균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


생강은 미국 FDA에서 안전원료 인증을 받아, 일반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 등의 생활용품 소재나 소화제, 항암제, 관절염약 등의 의약품 소재까지 그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도 고압효소처리를 활용하여 생강 소재화 기술을 개발하였다. 생강 속 진저롤을 열수추출할 때보다 2.6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기능성분 고함유 생강 추출물은 고품질 제품과 기능성 소재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면역력이 중요한 때다.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불청객인 황사와 미세먼지, 꽃가루는 물론, 최근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바이러스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면 면역력 증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늦은 오후, 따끈한 생강차 한 잔 타서 휴식 시간을 가져보자. 알싸한 맛과 향이 환절기로 지친 몸에 보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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